【투데이신문 김지현 기자】 ‘워크맨’, ‘플레이스테이션’ 등의 제품을 만들어 내 창의적인 기업으로 불렸던 소니의 수많은 조직들은 각자의 폐쇄적인 환경에 갇혀 무의미한 경쟁에만 함몰했다. 그들은 다가온 위기와 혁신의 기회들을 발견하지 못했고 결국 끝모를 쇠락을 맞고 있다. 2008년 경제 위기 이전 전문가 집단을 대표하는 UBS와 런던 정경대 경제학자들이 벌여놓은 내부지향적이고 맹목적인 판단들은 그들이 똑똑한 바보들임을 보여줬다. 

반면, 블룸버그 시장이 이끈 뉴욕 시청과 시카고 경찰국이 데이터 전문가들을 고용해 관료제의 사각지대를 점검하고 시민의 삶과 안전을 증진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다른 분과의 의사들이 같은 환자를 중복 치료하는 관행을 깨고 협동진료라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냈다.

양쪽의 사례에 공통된 키워드는 ‘사일로’다. 한쪽은 사일로에 갇혔고, 다른 쪽은 사일로를 넘어섰다. 《사일로 이펙트》에서 일련의 문제를 묘사하는 단어로 선택한 ‘사일로’는 주로 비즈니스 용어로서 부서 이기주의를 뜻한다. 생각과 행동을 가로막는 편협한 사고의 틀, 심리 상태를 가리킨다. 이는 개인과 조직의 문제에 모두 적용 가능하다.

사일로에 갇힌 이들은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혹은 버젓이 드러난 문제를 문제로 인지하지 못한다. 스스로 만들어놓은 관료제, 분류 체계 안에 이미 생각과 행동이 갇혀버렸기 때문이다. 팀이나 조직 사이의 경계를 얼마나 유연하게 관리하고 협력의 시너지를 키우느냐에 따라 현대 기업과 정부, 국가의 운명이 갈린다고 볼 수 있다.

책은 ‘사일로 이펙트’가 왜 발생하는지 추적하고, 우리가 사일로에 갇히기 전에 어떻게 사일로를 활용할 수 있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독자는 각 장에서 사일로와 관련한 실패와 성공담을 만나며 우리가 어떻게 사일로를 바라보고 극복해야 하는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저자 질리언 테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개인과 조직,가 사회 시스템 속에 숨겨진 사일로의 문제를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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