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해운대 엘시티 공사현장 ⓒ뉴시스

잠적 3달 만에 체포된 엘시티 실소유주
‘1000만원 계’ 통해 최순실에 청탁 혐의도

시행사 요청에 규정 바뀌고 허가
사업비 3조·초고가 분양가·책임준공 논란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해운대 해수욕장 앞에 건설 중인 초고층 주상복합건물 엘시티(LCT)를 둘러싸고 각종 의혹들이 난무하고 있다.

당초 호텔이나 콘도 같은 관광 위락시설 등 복합관광리조트를 조성하려던 계획은 아파트 건축으로 급선회했고 난개발을 막기 위한 시 지침과 규정들도 차례로 변경, 초고층 주상복합건축물 엘시티의 등장을 뒷받침했다.

엘시티 수사에 나선 검찰은 마당발로 알려진 엘시티 시행사의 실질적 소유주로 알려진 청안건설 이영복(66) 회장이 정·관계 로비를 통해 이 같은 도움을 이끌어 낸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더불어 이 회장은 이른바 ‘1000만원 계’를 통해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엘시티 시행사 유치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관련 청탁을 한 것 아니냐는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이 같은 의혹과 관련해 당사자인 이 회장은 지난 10일 잠적 3개월여 만에 체포됐고 이틀 뒤인 12일 구속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 청안건설 이영복 회장 ⓒ뉴시스

석 달 만에 검거된 이영복 회장

이 회장은 57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이용해 엘시티 사업 관련 규제 해제와 특혜 등 정·관계 로비 혐의로 이달 12일 구속됐다. 엘시티 사업 관련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된 올 8월, 이 회장은 소환에 불응하고 잠적해 전국에 지명수배됐다. 이후 석 달여만인 11월 10일 체포됐다.

엘시티 관련 비리를 수사 중인 부산지검 특수부(부장검사 임관혁)는 아파트 분양과정에서 불법행위는 물론, 이 회장이 로비수단으로 특혜 분양 등 여러 불법행위를 했던 정황을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사전 청약’이나 ‘분양 예약’ 명목으로 유력인사들에게 엘시티 아파트를 불법 분양한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다.

검찰과 법원의 고위직 출신 전관 변호사, 고위 공무원, 중견기업 회장, 금융기관 고위인사 등 수십명이 친분이 있던 이 회장에게 제의를 받고 엘시티 아파트를 공개분양 전에 미리 분양받았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검찰은 7월 21일 엘시티 시행사와 분양대행사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엘시티 아파트 청약 관련 서류와 자료를 정밀 분석 중 미심쩍은 청약거래를 찾아내 이 회장이나 엘시티 사업과의 관련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이 회장은 1996년 부산 다대·만덕 택지개발 사업과 관련해 택지전환 특혜와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를 받은 전력이 있다. 당시 이 회장은 1993~1996년까지 부산 사하구 다대동 임야 42만2000여㎡를 사들였고 이후 택지전환으로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일반주거용도로 용도가 변경돼 1000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챙겼다.

당시 정·관계 특혜 의혹에 휩싸인 이 회장은 배임과 횡령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뒤 항소심에서 상당수 혐의가 무죄로 판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으로 풀려났다.

이 회장은 당시 검찰의 끈질긴 설득과 압박에도 로비 의혹은 끝까지 부인해 ‘자물쇠 입’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부산에서는 “이 회장의 돈은 받아도 이 회장이 누구에게 줬는지 절대 불지 않기 때문에 안심하고 받을 수 있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현기환에서 최순실까지

엘시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엘시티 로비 특혜·의혹과 관련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거론되는 등 정치권으로도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채널A>에 따르면 현 전 정무수석은 국회의원이던 지난 2010년 3월 통과된 ‘주택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해당 안은 경제자유구역과 관광특구에 건설하는 50층 이상, 높이 150m 이상인 주택의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 엘시티 분양가는 3.3㎡당 2700만원까지 올랐고 펜트하우스 분양가는 67억원을 넘겼다.

검찰은 이처럼 해당 법안 개정으로 엘시티가 혜택을 입은 점을 고려, 현 전 수석과 이 회장의 관계에 대해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당시 부산 사하구갑 지역구의 현 전 수석이 이 같은 법안을 발의한 것을 두고 입법 로비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현 전 수석은 이달 21일 ‘엘시티 수사와 관련한 입장’을 통해 “이영복 회장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인간적인 관계일 뿐”이라며 “이 회장이 추진해온 엘시티 사업과 관련해 어떠한 청탁이나 압력도 행사한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도피를 협조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검찰의 엘시티 수사와 관련한 일부 언론의 악의적 보도에 유감을 표하며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추측보도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정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의 이름도 올랐다.

검찰 조사 결과 이 회장과 최순실씨가 월 납입금 1000만원의 계모임을 한다는 소문이 사실로 드러났다. 이 월 1000만원짜리 계모임에는 최씨와 친언니 최순득씨 등 25여명의 계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회장이 이 계모임을 통해 엘시티 시행사 유치와 PF대출 과정에서 최씨에게 청탁했는지를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 <일요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최씨의 지인 A씨는 최씨가 이 회장의 이름을 몇 번 언급하며 최고급 아파트를 짓고 있는데 분양받을 생각 있으면 말하라고 했으며 이후 최씨가 현 정권 사정기관 최고위 관계자에 ‘엘시티를 좀 알아봐 달라’는 취지로 부탁했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측근도 이 회장이 최씨가 힘을 써주고 있으니 잘 풀릴 것 같다는 취지로 여러 번 말한 것으로 알려져 최씨가 검찰의 엘시티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 왼쪽부터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 최순실씨 ⓒ뉴시스

엘시티 요청 따라 규정 바뀌고 허가 승인

엘시티 사업은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인근 6만5934㎡의 부지에 101층 랜드마크 타워 1동과 85층 주거타워 2동에 882가구와 상업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사업비는 2조7400억원에 달하며 올해 10월 착공, 오는 2019년 11월말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엘시티 사업은 부산시가 2006년 11월 군부대가 있었던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인근 부지를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시작됐다.

부산시는 부산도시공사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하고 이듬해인 2007년 6월 민간 사업자를 모집했다. 당시 해당 지역은 오피스텔, 아파트 등의 주거시설은 허용하지 않고 호텔이나 콘도 등 관광 위락시설 등 복합관광리조트를 만들 계획이었다.

공사는 같은해 11월 이 회장이 대표로 있던 청안건설 등 20개 회사가 참여한 ‘트리플스퀘어 컨소시엄(현 엘시티PFV)’을 시행사로 선정했다.

이후 공사가 주거시설 도입을 요구했고 부산시는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주거시설 건축을 허가했다.

또 2008년 11월 해운대구의회가 인근의 옛 한국콘도 부지를 사업부지로 편입해달라고 청원하자 이를 승인, 도시계획변경을 통해 엘시티 부지는 기존 5만10㎡에서 6만5934㎡로 늘었다.

더불어 2009년 12월 부산시 도시계획심의위원회는 ‘해안경관 개선 지침’ 규정을 변경했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해운대 해수욕장 인근 지역은 난개발을 막기 위해 ‘중심미관지구’와 ‘일반미관지구’로 나뉘어 있다.

중심미관지구는 건축물 높이를 60m 이하로 규정, 주거시설을 지을 수 없다. 하지만 부산시 도시계획심의위는 해운대 해수욕장 인근을 일반미관지구로 변경해 엘시티 주거시설 건축을 허용했다.

이와 함께 부산시 건축위원회 산하 교통소위원회는 엘시티 관련 교통영향평가에서 약식 교통영향평가를 통해 사업을 최종 승인해 특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내부 대출 한도 초과…별다른 담보 없이 3800억 융통

엘시티는 부산은행 등 15개 금융회사로부터 1조7800억원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약정을 맺었다. 이 전체 대출 약정 가운데 부산은행 8500억원, 경남은행 2500억원, BNK캐피탈 500억원 등 BNK금융그룹 소속 계열사들이 총 1조1500억원으로 64.4%에 달했다.

국내 제1금융권에서 엘시티 PF 대출 약정을 맺은 건 부산은행과 경남은행뿐이었다.

특히 부산은행은 자기 자본의 15% 이상을 넘기지 않는다는 대출 한도 내규를 초과해 대출을 약정했다. 대출 한도 내규 문제는 은행 내부위원회의 특별 승인 과정을 거쳐 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은행은 엘시티 사업 출범 초기인 2008년부터 대주주로 참여해왔다.

더불어 2015년 1월 부산은행은 엘시티에 브릿지론(임시 자금대출) 명목으로 3800억원을 빌려줬다. 이 회장은 이 자금으로 2008년 군인공제회에서 빌렸던 돈을 돌려막았다. 당시 이 회장은 1800여억원의 개인 채무가 있었고 별다른 담보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특혜 대출 의혹이 일고 있다.

엘시티에 자금을 빌려준 군인공제회 역시 로비나 외압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군인공제회는 2007년 엘시티 사업에 PF 약정을 맺고 다음해 5월부터 2012년까지 총 3443억원을 대출해줬다. 이 기간 동안 2300억원 규모의 이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군인공제회는 이 가운데 100억원 정도의 이자만 더해 원금 포함 3550억원을 돌려받았다.

부산은행 측은 엘시티PFV와 대출약정을 맺은 16개 금융사들이 여러번 사업성 검토와 정당한 절차를 거쳐 대출을 진행했으며 특혜 대출 의혹은 있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군인공제회 역시 2008년 당시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부동산 경기 악화로 손해를 감수하고 투자금을 회수한 것이지 시행사 측에 특혜 대출을 준 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 부산 해운대 엘시티 조감도 ⓒ뉴시스

1800억 채무자 이 회장에 1조9000억 보증?

이와 더불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공사에 1800여억원의 채무를 진 이 회장에게 엘시티 사업에 대해 1조9000억원을 특혜 보증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HUG는 1996년 이 회장이 추진한 부산 다대·만덕 택지개발 사업과 관련해 1041억원을 대여 및 투자했다. 그러나 이 회장의 사업약정위반으로 HUG는 부지를 매각, 총 834억원을 회수했다.

이후 미수금 비용에 대해 소송에서 원금 207억원과 이자 400억원에 확정판결을 받고 현재 이 회장은 공사에 대해 지연이자 포함 약 1800억원의 채무가 있다.

그러나 HUG는 이 회장에게서 채무를 회수하지 않고 서울 독산동 L 아파트 공사과정에서 시행사에 1조1000억원 규모의 보증을 해줬으며 엘시티 사업에 대해서도 1조9000억원의 보증을 발급해 특혜 보증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HUG는 지난 21일 해명자료를 통해 “(독산동 L 아파트와 관련해) 보증신청인 제이피홀딩스PFV 사업부지 심사 시 경영실권자를 이영복으로 판단해 분양보증서 발급을 거절했으나 보증신청인이 법원에 신청한 거래거절금지가처분이 인용돼 법원의 결정에 따라 보증을 발급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엘시티 사업장 보증심사 시 주주명부 등 제반서류 검토 시 보증신청인 엘시티PFV의 경영 실권자가 이영복임을 명백히 입증할 수 있는 사항이 없었다”고 밝혔다.

또 “다만 이영복이 경영실권자라는 의혹이 있는 청안건설이 보증신청인 엘시티PFV의 주주였으나, 타 회사로 이미 주식을 양도한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주식양수도계약에 따라 거래대금이 지급된 사실이 증빙자료를 통해 확인됨에 따라 보증서를 발급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과거 공사는 분양보증과 관련해 명백한 입증자료 없이 단순한 배후 경영실권자 관련 의혹 등으로 보증발급을 거절한 사례가 있었으나 이에 보증신청인이 소송을 제기하고 공사가 패소, 결국 분양 보증 발급 및 사업지연 등에 대한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한 경우도 있었다”며 “경영실권자에 대한 단순 의혹만으로 현재 분양보증서 발급을 거절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난항 겪은 시공사 선정...구세주(?) 포스코건설

사업 초기 엘시티 사업은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었다. 사업비만 3조 가까이 들고 초고가 분양가 등이 건설사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

하지만 2013년 10월경 엘시티는 중국 최대 국영 건축회사인 중국건축고분유한공사(CSCEC)와 시공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시행사와 공사대금 액수 및 지급 방식 등으로 갈등을 빚어 2015년 4월 7일경 계약은 깨졌다.

그러나 CSCEC와 계약 해지된 지 불과 11일 뒤 포스코건설은 시행사가 부도나는 등 공사과정에서 그 어떤 악재가 일어나더라도 공사를 마무리하겠다는 책임준공 조건을 받아들이며 엘시티 사업에 참여한다.

포스코건설의 이 책임준공 등을 근거로 엘시티는 부산은행을 비롯한 15개 금융사와 1조7800억원의 대출약정을 맺을 수 있었다.

때문에 포스코건설이 책임준공 조건으로 시공사로 나선 배경과 관련해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지검 특수부는 지난 22일 황태현 전 포스코건설 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포스코건설이 엘시티 시공사로 참여한 경위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포스코건설은 ‘엘시티 더샵 책임준공보증에 대한 설명자료’를 통해 “자사가 아닌 다른 건설사가 엘시티의 시공사로 참여했더라도 금융기관에 대해 책임준공 보증을 제공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이어 “책임준공보증은 시공사가 금융기관 PF가 수반되는 민간개발사업의 공사를 수주하면서 금융기관에 제공하는 가장 낮은 수준의 보증”이라며 “엘시티 사업과 같은 민간개발사업은 금융기관 PF를 수반하기 때문에 반드시 시공사의 책임준공보증을 조건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또 “엘시티 사업은 대출 약정상 공사비 1조원은 분양률 0%일지라도 확보되고 공사비 4000억원은 아파트 분양률 28% 초과 시, 나머지 730억원은 주거부문 분양률 약 65.7% 초과 시 전액 확보되는 구조로 시공사 입장에서 보면 공사비 확보가 용이한 사업성이 매우 높은 사업”이라면서 “지난 11월 현재 아파트 분양률은 약 87%이기 때문에 자사가 공사비 전액을 지급받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점차 엘시티 관련 의혹이 구체화되면서 각종 의혹과 그에 따른 해명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도주 중이던 이영복 회장의 체포로 엘시티를 둘러싼 비리 의혹에 대해 그의 ‘자물쇠 입’이 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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