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 최근 기자는 집을 구하러 다녔다. 신혼집을 구한다는 말에 중개사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70만원짜리 집부터 소개했다. 요새 신혼부부들이 많이 구하는 집이란다.

70만원짜리 월세는 생각도 안 해본 기자에게 그는 어차피 그동안 둘이 따로 살면서 월세 35만원 넘게 부담하지 않았냐며 그런 셈 치면 비싼 게 아니라고 말했다. 꽤 그럴싸했다.

#. 막 차가 생겼을 무렵의 일이다. 당시 살고 있던 원룸에서는 주차할 경우 주차비를 추가로 받았기에 집주인에게 연락해 그 비용을 물었다. 주차비를 안내받고 그럼 일할계산으로 얼마를 내면 될지를 다시 물었다. 그러자 집주인은 얼마 차이도 안 난다며 ‘그냥 젊은 사람이 좀 손해 봐’라고 답했다. 그런 답이 나올 거라 생각지 않았기 때문에 다소 당황했다.

대충 계산해보니 만원쯤 되는 돈이었다. 괜히 나중에 불편함이 생길까 하는 마음에 집주인 말대로 젊은 사람이 손해 보기로 했다. 차가 생긴 기념으로 그날 친구와 가질 술자리에서 안주하나 먹은 셈 치기로 했다.

#. 월세 사는 지인들을 만났다. 각각 30만~50만원쯤 되는 세를 월마다 내면서 서울살이하고 있다. 그들에게 다달이 내는 월세는 ‘○○한 셈 치는 돈’이었다. 하루에 마실 커피를 몇 잔 줄이고 술 몇 잔, 안주 몇 개 먹은 셈 치며 만들어진 돈. 연애하는 셈 치고 데이트 비용 내는 셈 친다는 자조도 나왔다. 그래도 그런 셈 치는 게 마음 편하단다.

이들이 그렇게 ○○한 셈 치며 차곡차곡 모아 집주인에게 건넨 월세는 곧 그들이 포기한 것들의 합이다. 화폐에 익숙해질수록 기회비용은 더 쉬이 계산된다. 이런저런 명목으로 매겨진 여러 물건, 서비스 등의 가격은 일직선으로 놓고 비교하기 편하다.

그렇게 젊음은 한달, 30일, 그러나 720시간보단 훨씬 적은 시간 동안 몸을 뉘일 장소를 위해 포기하는 것들에 익숙해진다. 그렇게 젊음은 월세에 사소한 행복들을 저당 잡혔다.

#. 지난 28일 보도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20~30대가 평균 수준의 서울 아파트를 구입하기까지 12년 6개월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기준이 된 월평균 가처분소득은 371만원, 그것도 숨만 쉬고 살면 12년 반이다. 그 기간 동안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는 비현실적 가정은 덤이다.

어차피 월 370만원 넘게 벌어도, 또 숨만 쉬고 살아도, 더불어 그 사이 집값이 오르지 않아야 12년 반이나 걸려야 살 수 있는 집. 그럼 현실적인 부분 다 반영하면? 30~40년? 감도 안 잡힌다.

#.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70만원짜리 월세 앞에 섰다. 앞서 말한 중개사의 꽤나 그럴듯한 논리에도 기자는 월 70만원을 뭘 한 셈 쳐야 할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셈 치는 삶에도 임계점은 있다.

하지만 숨만 쉬고 사는 것보다 셈 치면서 사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생각했다. 그래도 좀 현실감 있게 셈 치고 싶다는 생각에 문을 열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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