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시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대기업 총수들에 대한 청문회를 6일 열었다. 재벌 총수들에 대한 청문회는 지난 1988년 일해재단 비리 관련 5공 청문회 이후 28년 만이다.

이날 청문회 증인으로 삼성 이재용 부회장, 현대기아차 정몽구 회장, SK 최태원 회장, LG 구본무 회장, 한화 김승연 회장, CJ 손경식 회장, 한진 조양호 회장, 롯데 신동빈 회장, GS 및 전국경제인연합회 허창수 회장, 이승철 상근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 청문회에서는 기업들의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관련 논란, 전경련 역할 논란 등에 대한 특위위원들의 심문이 쏟아졌다.

미르·K스포츠 출연…”대가성 없었다”

미르·K스포츠 재단에 기부금 출연과 관련해 재벌 총수들은 일제히 대가성은 없었다며 입을 모았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은 기부금 출연과 관련해 “삼성은 사회 각 분야에서 많은 지원 요청이 들어오고 있지만, 단 한 번도 반대급부를 요구하면서 출연한 적 없다”면서 “이번 사안도 마찬가지”라고 선을 그었다.

롯데 신동빈 회장 역시 면세점 특허권 획득과 검찰 수사와 관련해 출연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런 것은 전혀 관계없다”며 “무슨 대가를 기대해서 출연한 사실은 없다”고 답했다.

SK 최태원 회장도 “기업별로 할당을 받아서 그 할당 액수만큼 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가성을 갖고 출연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이와 함께 정부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강제모금 의혹을 시인하는 발언도 나왔다. LG 구본무 회장은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전경련 허창수 회장은 “정부의 요청이 있으면 기업이 거절하기 힘들다”고 말하며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등에 전경련이 관여한 것이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이승철 상근부회장 역시 전경련이 미르·K스포츠 재단의 기업모금을 주도한 것과 관련해 “그 당시 청와대의 지시와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답했다.

   
▲ 삼성 이재용 부회장 ⓒ뉴시스

집중포화 맞은 삼성 이재용 부회장

이번 청문회에 출석한 삼성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직접 지원 등에 대해 집중포화를 받았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해 국민연금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을 만난 것에 대해 “국민연금 측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 홍 본부장을 포함한 실무자 몇 명을 만났으며, 국민연금은 삼성그룹의 가장 큰 투자자기 때문에 부회장으로서 만났다”고 해명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하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편의를 요청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합병 건에 관해선 얘기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삼성물산과 국민연금의 합병비율 논란에 대해서는 “국민연금 내부에서 어떤 프로세스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반대가 있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장제원 의원은 “비선실세의 망나니 딸에게 10억원 상당의 말까지 사줘야 했냐”면서 “정상적으로는 안 되냐”고 꼬집었다.

이와 더불어 삼성이 정유라씨에 대한 지원한 사실과 관련해 삼성이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존재를 사전에 인지하고 다른 기업들과 달리 재단 출연이 아닌 개인에 대해 직접 지원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새누리당 정유섭 의원은 “유일하게 삼성만 정유라에 직접 지원했다”며 “삼성은 최순실이 실세였다는 걸 알았다는 거다”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삼성 이재용 부회장은 “무슨 혜택을 받으려거나 줄을 대거나 한 게 전혀 아니다”면서 “승마협회 맡은 것도 그때부터 챙겼어야 했는데 다 제 불찰”이라고 해명했다.

또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이 부회장에게 “가맹단체를 통해서 지원하는 게 맞나, 단체에 속한 개인에 직접 지원하는 게 맞나”라며 “삼성은 승마협회를 통하지 않고 최순실과 정유라에 직접 지원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유라 개인에게 직접 지원하라는 이 잘못된 결정을 누가 내렸나”라는 황 의원의 물음에 이 부회장은 “최근 다 보고를 받았는데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다고 들었다”고 말하며 “검찰조사가 진행 중이고 특검에서 소상히 진실이 밝혀지리라 믿는다”고 답했다.

   
▲ 증인선서하고 있는 재벌 총수들 ⓒ뉴시스

“전경련, 친목 단체로 남아야”

미르·K스포츠 재단의 대기업 모금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전경련에 대한 해체 목소리도 컸다.

전경련 허창수 회장은 전경련 해체를 검토하겠느냐는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의 질문에 “해체는 제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여기서 말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출석한 재벌 총수들에게 “전경련 해체를 반대하시는 회장분들 손들어보라”고 요구했고 이에 신동빈, 구본무, 김승연, 정몽구, 조양호 회장 등 5명이 손들었다.

이중 LG 구본무 회장은 “전경련은 헤리티지 재단처럼 재단으로 운영하고 각 기업들의 친목단체로 남아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 “전경련이 친목회 정도로 하고 헤리티지같이 싱크탱크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면서 전경련 해체와 탈퇴에 대한 총수들의 의견을 묻는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의 질의에 삼성 이재용 부회장은 “제 입장에서 해체라는 말을 꺼내기가 자격이 없는 것 같고 저희는 탈퇴하겠다”고 답했다. SK 최태원 회장도 “환골탈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탈퇴 의사를 밝혔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