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욱 칼럼니스트 ▸저서 <한시에 마음을 베이다>, <삼국지인물전> 외 5권

【투데이신문 김재욱 칼럼니스트】 지금껏 드러난 것만 보더라도 박근혜 씨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할 자격이 없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씨는 사죄는 고사하고, 자신은 억울하다고 항변을 하며 ‘성실히 검찰조사에 응하겠다’던 약속까지 뒤집고는 청와대에서 칩거하고 있다. 억울하다면 칩거를 하거나, 일방적으로 같은 말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조사를 받고 재판을 거쳐 당당히 자신의 결백을 인정받으면 될 일이다. 박근혜 씨는 현재 대한민국의 대통령 자리에 있기는 한 사람이면서, 동시에 ‘피의자’ 다.

박근혜 씨는 최순실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이제는 박근혜 씨를 지지했던 사람들도 알게 되었으며, 급기야 대다수의 국민들은 분노와 허탈감에 빠져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와 박근혜 씨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사안의 엄중함으로 본다면 청와대로 들어가 당장 끌어내야 함에도, 민주주의의 가치를 중시하고, 법을 존중하는 우리 국민들은 박근혜 씨에게 스스로 물러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그러나 박근혜 씨는 이 마지막 배려마저 외면했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더불어민주당, 정의당을 비롯한 세 야당이 박근혜 씨의 탄핵을 발의했고, 오는 9일 표결을 앞두고 있다. 알다시피 탄핵 가결을 위해서는 박근혜 씨의 범죄행각을 눈감아 주고 도와준 혐의가 있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표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치는 협상을 통해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내는 행위이므로, 탄핵을 발의한 야당 정치인들은 새누리당 의원들을 설득하고, 필요에 따라 호소나 읍소까지도 해야겠지만, 들끓는 민심은 이미 그들을 협상이나 설득의 대상으로 보고 있지 않다. 국민은 그들에게 한 가지를 선택하라고 당당히 명령하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에게는 국민의 명령에 따라 박근혜 씨의 탄핵에 동참하는 것 이외에 다른 길은 없다.

‘역사는 반복 된다’고 한다. 민의를 따르지 않은 정치인의 말로가 좋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요행히 살아생전 심판 받지 않은 사람도 있었으나, 죽은 뒤라도 반드시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했다. 혹시 현재 이처럼 들끓는 민심을 ‘냄비근성’ 정도로 치부하고, 시간을 끌며 권력을 유지할 생각을 지닌 정치인이 있다면 자신의 눈으로 ‘반복되는 역사’를 목도하고, 그 중심에서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보수의 심장인 대구에서 새누리당 간판이 ‘내시환관당’으로 바뀌고, 부산에 20만의 촛불이 집결한 일은 국민의 분노가 식어버릴 냄비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 단적인 예일 것이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여전히 모래 한 줌 같은 권력을 유지하려는 욕심에 눈이 멀어, 현재의 민심을 ‘친문이 주도했다’고 하면서, 박근혜 씨를 끌어내리고자 하는 순수한 행동을 정파싸움으로 몰고 가려는 움직임이 있다.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새 역사를 창조’하고 싶은 욕망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바로 그 욕망이 역사를 반복시키는 원동력이 되므로, 탄핵 대열에 동참하는 것이, 최소한 일신을 보전하는 유일한 길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괴수는 섬멸하되 협박에 못 이겨 따른 사람의 죄는 다스리지 말라’(섬궐거괴(殲厥渠魁) 협종망치(脅從罔治), 『서경(書經)』, 「하서(夏書)」)라고 했다. 이처럼 우리 국민들은 모진 사람들이 아니다. 만약 새누리당 의원들이 탄핵 대열에 동참한다면 ‘협박에 못 이겨 따른 사람’ 정도로 여길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이나마 생길 수 있다. 그러나 혹시라도 부결 된다면 ‘섬멸당할 괴수’가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국민이 보수정당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다.

“살려는 드릴게.”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