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현 정권 둘러싼 의료게이트 인의협 토론회

   
▲ (왼쪽부터) 인의협 정형준 정책국장, 강원대 의학전문대학 류영준 교수, 인의협 최규진 편집국장이 '박근혜-최순실을 둘러싼 의료게이트 인의협 토론회'에 참가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

【투데이신문 최소미 기자】 ‘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대통령을 둘러싸고 차병원, 김영재 의원, 서창석 서울대병원장 등 의료계가 국정농단의 주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비아그라, 프로포폴부터 줄기세포, 감초주사, 면역주사, 임상실험 규제 완화와 의료민영화까지. 연일 의료계 사건들이 나오고 있으나 정확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의문들만 남았다.

특히 최근 RNL바이오 관계자가 “박 대통령이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를 찾아 자가배양 줄기세포 주사 시술을 받았다”고 밝혀, 당시 불법이었던 해당 시술 등을 합법화하기 위한 로비가 아니었냐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차병원그룹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차병원의 숙원사업이었던 비동결난자 사용이 9년 만에 이번 정권에서 조건부 승인을 받았고, 차병원은 올해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돼 192억원 가량의 국고지원을 받게 되기도 했다. 이 차병원그룹에 속한 차움 의원을 박 대통령을 비롯해 최순실 씨 일가가 이용해 온 것으로 밝혀져 ‘현 정권의 차병원 몰아주기’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지난 7일 오후 7시반,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이하 인의협)는 서울대병원에서 ‘박근혜-최순실을 둘러싼 의료게이트 인의협 토론회’를 열어 줄기세포와 임상실험 규제 완화를 둘러싼 의혹들을 제기했다. 이날 토론회는 인의협 최규진 편집국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강원대 의학전문대학원 류영준 교수, 인의협 정형준 정책국장이 발제를 맡았다. 인의협 소속 의사들도 관심을 가지고 이 자리에 함께했다.

최 편집국장은 “연일 쏟아지는 의료게이트를 정리해보고 의료계 제도 전반을 되짚어보는 기회로 이번 토론회를 마련했다. 잘못된 부분들을 뿌리까지 캐는데 있어 아직은 거리가 있지만 이 토론회가 그 시작을 여는 포문이 됐으면 좋겠다”며 토론회의 시작을 알렸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인의협 소속 의사들은 현재 정치와 스캔들에 관련된 최순실 게이트에 묻혀 의료게이트가 주목을 덜 받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최근 10년간 의료계 내의 문제점들을 짚어 정리해서 정부가 시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에 입을 모았다. 

   
▲ 강원대학교 의학전문대학 류영준 교수

의료계에 횡행하는 줄기세포, 규제 않는 이유는

2005년 황우석 사태의 공익제보자이자 ‘닥터 케이(K)’로도 알려져 있는 류 교수는 이번 토론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불법 줄기세포 시술을 받았을지, 그리고 황우석 전 교수가 2016년 의료게이트와 관계가 있는지 두 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류 교수는 “약사법에 의하면 세포 치료제는 반드시 식약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여기서 세포 치료제는 줄기세포를 포함한 개념”이라면서 줄기세포에 관련된 법규를 짚었다.

그는 “줄기세포 시술은 혈액이나 골수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 다시 몸속에 주사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때 추출한 줄기세포를 조작하는지의 여부다. 국내에서 줄기세포를 배양하거나 조작하는 것은 명백히 불법이다. 현재 줄기세포를 활용한 미용 분야가 크게 확대되며 합법 치료제가 시판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불법배양 자가줄기세포 등이 횡행하고 이를 이용해 환자들을 상대로 한 사기 사건도 발생하고 있다. 합법인지 불법이지 제대로 가려야 하는데 정부 및 식약청의 규제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은 것”이라고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줄기세포의 개발 한계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상태로 연구 허가를 받으려 하고 있고, 관련 법률 개정도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지난 20년간 세계 각국에서 수백 개의 수정란 배아줄기세포를 수립했으나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인간복제 배아줄기세포, IPS 등의 대체제도 등장했으나 의학적으로는 그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본다. 게다가 일본에서도 줄기세포 치료 중 2명이 사망한 사례가 있듯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분야다. 지금은 오히려 미용 목적으로 시장이 넓어지고 있는 자가성체 세포에 대한 투자와 관리가 더 경제적이라고 생각되지만 정부는 계속 줄기세포를 밀어붙이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10여 년 전 황우석 전 교수는 증명할 수 있는 결과도 없이 당시 허술했던 언론을 이용해 쉽게 당시 과학기술 권력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며 “2016년 최순실 씨와 박 대통령의 줄기세포 스캔들 또한 황 전 교수 사태의 확장판이 아닐까 한다. 황 전 교수가 자신의 목적을 달성시키고자 권력의 중심에 접근했던 게 현재까지도 관련이 있는 건 아닐까” 하며 의혹을 제기했다.

 

   
▲ 인의협 정형준 정책국장

규제개혁 장관회의, 규제 완화의 본질은

정형준 정책국장은 2014년 3월 열렸던 ‘제1차 규제개혁 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에서 나온 안건들을 되짚었다.

그는 “식사도 거르고 7시간 동안 진행된 이 토론에서는 ‘의료법인 해외진출’, ‘종합의료시설 용지제도 개선’, ‘원격의료 허용’, ‘이중승인 완화’ 등의 안건이 건의됐다. 그리고 이는 현재 정부의 줄기세포 의혹 및 의료민영화 정책과도 맞아떨어진다. 정부가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이들의 입을 빌려 정책을 더욱 순조롭게 펴려고 했던 건 아닐까” 하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줄기세포 시술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일본차병원 TCC(Tokyo Cell Clinic)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다. TCC는 실제로 혈액 채취와 동시에 세포 분리와 배양이 될 수 있도록 세포가공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고 광고한다. 그는 “세포 분리 및 배양은 우리나라에서 불법으로 규정돼 있으나 차병원그룹이 일본에서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TCC에 부임한 면역학 연구 권위자인 조성훈 교수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2013년에 조 교수가 설립한 청담엔케이클리닉은 당시 셀텍의 NKM주를 취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NKM주는 임상3상을 거치지 않아 희귀 난치성 환자들에 대한 치료제로만 일부 사용할 수 있게 허가된 주사제다. 이를 강남에서 멀쩡히 사용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5월 있었던 ‘제5차 규제개혁 장관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논의했던 신산업 분야 규제개선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올해 규제완화 요구를 많이 받은 부처 중 눈에 띄는 곳은 보건복지부와 식약청이다. 국민의 건강과 가장 직접적으로 관련된 이 두 개의 부처는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하는 부처임에도 불구하고 규제완화 요구 제보를 많이 받은 것이다. 이는 박 대통령의 신산업 분야 규제개선 방안과도 비슷한 맥락이 아닐지, 결국 기업들의 요구를 들어주고자 규제개선 방안을 내놓은 건 아닐지 의혹을 제기해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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