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최소미 기자

【투데이신문 최소미 기자】 어지러운 시국에 평범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100인 인터뷰를 진행하는 중에 벌어진 일이다. 11월 30일 기자는 보수단체 소속 사람들에게 인터뷰를 시도했다.

정중히 명함을 내밀자 세 명이 기자를 바라봤다. “기자다, 기자야. 받아주지 마. 그런 거 하지 마.” 가운데 있던 60대 정도로 보이는 남성이 말했다. 그렇지만 왼쪽에 있던 여성은 우선 얘기를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지 기자의 명함을 받아 이리저리 살펴봤다.

그런데 인터뷰 거절은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튀어나왔다. “노란 리본. 저거 노란 리본.” 기자의 스마트폰 케이스에 붙어 있던 노란 리본 스티커를 본 그들은 바로 뒷걸음질 쳤다. 가운데 남성은 “노란 리본 달고 있잖아”라고 언성을 높였고, 오른쪽의 여성은 기자의 가방에 달려 있던 조그만 노란 리본을 잡고 흔들어대며 “이런 거 달고 다니는 사람이랑 말 못 해요”라고 성을 냈다. “광화문 가서 하세요”라는 왼쪽 여성에게서 기자는 줬던 명함을 다시 받고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무려 4세기 무렵부터, 사랑하는 사람이 무사히 돌아오길 기원하는 의미로 쓰였다는 노란 리본. 프란치스코 교황도 달았던 노란 리본. 오로지 295명을 추모하는 마음과 9명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에서 달고 있던 노란 리본은 어느새 정치적인 의미를 담고 있었다.

이 일이 있고 기자는 꼬박꼬박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광화문 광장에 세워진 커다란 노란 리본 아래 선 시민들은 세월호 인양 촉구를 위한 서명운동에 참여하고 받은 노란 리본을 옷과 가방에 신중히 달고 있었다. 노란리본공작소에서는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노란 리본을 만들고 있었고, 광장을 배회하던 시민들은 몇몇 활동가들이 양손 가득 들고 있던 노란 리본을 너도나도 챙겼다. 언제부터인가 ‘세월호광장’이라 불리는 광화문 광장은 노란 물결로 가득했다.

보수단체들은 맞불집회라는 이름으로 청계광장이나 여의도에서 집회를 벌였다. 그러나 그들은 불이 아닌 태극기를 들고 있었다. 들고 있는 피켓에는 ‘태극기 휘날리면 촛불 꺼진다’고 쓰여 있었다. 넘치는 애국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국기를 들고 나온 건 좋지만, 발언을 종합해보면 그들은 사실 한 사람만을 사랑하고 있었다. ‘대한민국=대통령’은 아닌데 말이다.

그 중 몇몇 사람들은 노란 리본을 단 사람들을 손가락질하며 ‘종북 좌빨’로 몰아가기도 했다. 추모의 의미로 달고 있던 노란 리본에서 보수단체 사람들은 ‘그들이 섬기는 한 사람의 무능력함과 무책임함’이라는 사실을 읽어내고 고통스러워한다. 그들에게는 이것이 ‘팩트폭력’(사실을 기반으로 정곡을 찌르는 것)일 것이다. 여담으로, 자신의 이념과 다르면 무조건 빨갱이로 몰아가는 반공주의 사상은 식상하니 이제는 그 색깔을 노란색으로 바꿔보는 게 어떨지 한번 권해보고 싶다.

그날 인터뷰를 거절한 보수단체 소속 여성은 분명 기자에게 “광화문 가서 하라”고 했다. 이 말을 바꿔보면 그들은 노란 리본으로 가득한 광화문에 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제 기자는 노란 리본을 피하는 사람을 그만큼 제 발 저리는 사람으로밖에 볼 수 없게 됐다. 한 달 뒤면 벌써 세월호 참사 1000일이다. 그날의 현실과 직면해야 하고 진상도 낱낱이 밝혀야 한다. 노란 리본에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진상규명이 될 때까지, 아니 그 이후에도 기자는 당당히 노란 리본을 단 ‘팩트폭력배’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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