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삼성디스플레이 공장 안전진단 보고서 위·변조 행위 고발 기자회견

   
▲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국회의원과 박근혜 퇴진 비상국민행동 재벌구속특별위원회,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참여연대는 15일 오전 10시 국회 정론관에서 삼성과 고용노동부의 ‘삼성디스플레이 공장 안전진단 보고서 위·변조 행위 고발’ 기자회견을 열였다.

【투데이신문 박지수 기자】 삼성디스플레이가 공장 안전진단 내용을 위조 및 변조했고, 이를 고용노동부가 협조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국회의원과 박근혜 퇴진 비상국민행동 재벌구속특별위원회,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참여연대는 지난 15일 오전 10시 국회 정론관에서 삼성과 고용노동부의 ‘삼성디스플레이 공장 안전진단 보고서 위·변조 행위 고발’ 기자회견을 열였다.

이들은 “국회와 법원을 기만한 삼성과 이를 조처하지 않은 고용노동부를 규탄한다”며 “검찰의 엄중한 수사와 사법처리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0월 13일 강병원 국회의원은 국정감사를 통해 고용부가 2014년 국정감사와 소송을 위해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전 의원과 서울행정법원에 제출한 ‘2013년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에 대한 안전진단보고서’ 일부가 변조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에 따르면 이 보고서는 2013년 1월과 3월 잇따라 발생한 삼성반도체‧LCD 공장의 유독가스 누출사고(1명 사망, 6명 부상)에 대한 후속조치로서 고용노동부가 지정한 안전보건 진단기관인 대한산업안전협회가 삼성 사업장에 대한 안전보건 진단을 벌인 결과를 담은 보고서다.

당시 강 의원은 해당 보고서 내용 중 많은 부분이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비공개 돼 있었는데 내용 중에는 보호구 지급여부, 국소배기장치 여부 등 작업장의 안전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소배기장치란 유해한 가스가 실내에 확산되지 않도록 유해물 발생원에 가까운 장소에서 동력에 의해 흡인‧배출하는 장치이다.

   
▲ 지적된 문제가 12가지(왼쪽)였는데 편집을 통해 10, 11, 12번 박스가 통째로 삭제(오른쪽)된 보고서 <자료제공=강병원 의원실>
   
▲ 공장 위험요인이 39건(왼쪽)에서 30건(오른쪽)으로 수정된 보고서 <자료제공=강병원 의원실>

특히 실제 점검 결과 지적된 문제점은 12가지였는데 국회에 제출된 보고서에는 3가지의 문제점이 삭제됐으며 실제 공장 위험요인은 39건인데 제출본에는 30건으로 수정돼 있다고 강 의원은 설명했다.

이와 관련, 15일 기자회견에 참여한 강 의원과 참여연대, 반올림은 삼성과 고용노동부가 직업병 피해자의 산재소송이 진행 중인 법원에 이처럼 거짓된 보고서를 제출해 법원에서 제대로 된 재판을 할 수 없도록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고용노동부는 삼성전자에 해당 보고서 내 영업비밀로 판단되는 내용을 가리라고 한 뒤, 이를 받아 국회와 법원에 제출했다”며 “이 과정에서 과도한 삭제와 수정이 이뤄졌으나 고용노동부는 삼성전자로부터 받은 자료를 기존부터 가지고 있던 원본과 대조해보지 않은 채 그냥 제출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법원의 삼성반도체 산재소송 관련 자료제출 요청에 삼성과 노동부가 제대로 응답한 비율은 각각 17%, 21%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올해 국정감사를 통해 밝혀졌다”며 “이러한 점은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다가 2007년 백혈병으로 숨진 노동자 황유미 씨가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도 안전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원인이 무엇인지 알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언론에는 ‘공장이 안전하다’, ‘반도체 백혈병 문제는 모두 해결됐다’고 홍보하던 삼성이 피해자들의 산재소송에서는 이런 짓까지 벌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이들은 삼성과 고용노동부가 법원과 국회를 기만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인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박경신 교수는 “유독가스 누출사고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피감독기관이 된 삼성이 정부의 감독 결과에 직접 손을 댔다”며 “이는 해당 보고서가 국정감사 중인 국회와 산재소송 중인 법원에 제출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삼성이 고용노동부의 감독권한과 법원‧국회의 권위를 얼마나 하찮게 여겨왔는지 잘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삼성에게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부분을 직접 은폐한 후 보내라고 지시한 고용노동부의 태도는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기관의 의무를 참혹하게 져버린 태도”라며 “영업비밀이라는 것은 기업의 의견을 들어서 판단할 것이 아니고 이미 해당 기업에서 어떤 사고가 있었는지 등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고용동부가 독립적으로 판단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인 김성진 변호사는 “우리나라 재벌들은 법 위에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이처럼 분명하게 드러난 범죄사실에 대해서 만이라도 엄중한 처벌이 가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투데이신문>은 이번 보고서 위·변조와 관련해 삼성디스플레이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식적인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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