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CEO] 책과 사람을 위한 도심 속 서점 ‘북티크’ 박종원 대표

   
▲ 북티크 박종원 대표 ⓒ투데이신문 김민수 기자

31살 출판사 관두고 서점 열어
‘독서 인구 늘리기’에 집중
소통 기반으로 독서·도서판매 이끌어
심야서점·맥주파티 등 이색 콘셉트로 눈길

【투데이신문 박지수 기자】 사람은 삶의 지혜를 얻기 위해 종교, 대인관계, 역사 등 여러 가지를 찾는다. 여기에는 분명 책도 포함될 것이다. 그러나 책만 펼치면 잠이 쏟아지고 몇 줄 읽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독서를 하고자 하는 마음조차 잘 생기지 않는다면 책을 통해 인생의 해답을 찾기란 너무 험하고도 먼 길이 될 수 있다.

만약 평소 책을 자주 접하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책을 읽는다면 이는 어떤 이유에서일까. 그 사람에게 절실한 호기심, 깊은 갈등 등 어떤 영향이 있었기 때문인 점은 분명하다.

독서를 하기 힘들어하거나 독서를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른바 ‘책의 맛’을 알려주고 싶다는 이가 있다. 그는 독서 인구를 늘리는 것이 소규모 동네서점의 거의 유일한 생존 방법일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북티크(BOOKTIQUE) 박종원(34) 대표다. 그는 책에 흥미가 없거나 책을 전혀 읽지 않는 사람이 효과적인 독서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고 3년 전 북티크를 열었다.

   
▲ 북티크 서교점 외관 ⓒ투데이신문 김민수 기자

박 대표는 2014년 12월 논현점에 이어 올해 7월 서교점을 오픈해 7명의 직원과 함께 북티크를 이끌고 있다. 그는 북티크를 독서모임, 영화모임, 강연 등 책과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활동이라면 어떤 것이든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따라서 논현점과 서교점 모두 독서를 할 수 있는 공간 외에 10명 내외의 사람들이 모여 토론을 하는 등 소통할 수 있는 방이 마련돼 있다.

또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책을 읽을 수 있는 ‘심야서점’, 맥주를 즐기며 독서하는 ‘맥주파티’, 오전 10시부터 2시간가량 읽은 책을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는 ‘북모닝’ 등의 모임을 기획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사실 그는 서점을 열겠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CEO가 되겠다는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경영학을 전공해 주변에서 모두 창업을 하겠다고 기승을 부려도 관심조차 없었던 그였다. 그러던 그가 CEO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지난달 마지막 월요일 오후, 기자가 찾은 북티크 서교점은 책과 잔잔한 커피 향이 어우러져 여유로움이 가득했다. 이날 서교점에서 마주한 박 대표는 그가 북티크를 열기까지 어떤 고민을 거듭했는지, 어떤 꿈을 가지고 북티크를 이끌어가고 있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 북티크 박종원 대표 ⓒ투데이신문 김민수 기자

출판사 직원에서 북티크 대표가 되기까지

Q. 기존 서점과의 차별화로 주목받고 있는데 인기 체감하는지 궁금하다.

사실 매출로 드러나는 건 없다. 그러나 매장을 찾는 사람들이 “꼭 와 보고 싶었다”라고 말하는 걸 보면 북티크가 관심을 많이 받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심야서점에 많은 사람들이 높은 관심을 보여 뿌듯하다.

Q. 어떤 계기로 서점을 오픈하게 된 것인가.

북티크를 열기 전에는 출판사에 7년간 재직하며 영업과 마케팅 업무를 했었다. 그러던 중 불현듯 나만의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가지 일을 몇 년 이상 하다보면 그 일의 끝을 생각하게 되지 않느냐. 출판사에서 계속 일을 하다 보면 진짜 내가 원하는 일을 마음껏 하지 못하고 그냥 주어지는 일에만 열중해 내 청춘을 다 보내버릴 것 같은 느낌이 엄습했다. 또 어린 친구들이 많이 종사하는 출판계에서 과연 마흔 살 넘어서까지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밀려왔다. 그래서 내가 하던 일과 어느 정도 엇비슷한 점이 있는 서점을 운영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때가 31살이었다.

Q. 망설임 없이 곧장 창업에 뛰어들었나. 걱정되는 점은 없었나.

사실 시작부터 걱정거리 투성이었다. 제일 큰 고민은 사람들이 과연 내 가게에 올까하는 것이었다. 대형 서점이 도서판매를 거의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네서점이 여기저기에서 운영되고 있으니 사람 끌기가 숙제였다. 대형서점과의 차별성 확보가 시급했다.

Q. 그렇다면 어떻게 고민을 해결했나.

고민을 하고 있던 찰나 방문했던 영국 대형서점 ‘워터스톤’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다. 국내 서점에 있는 도서 대부분은 광고성 문구가 담긴 책 띠지로 독자에게 광고를 하는 반면 워터스톤은 직원들이 짧게 끄적인 몇 글자의 책 소개가 전부였다. 이를 본 후 순간적으로 광고성 글 없이 도서를 소개한다면 국내 대형서점과 차별성을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이처럼 소규모 서점만이 할 수 있는 독창적 활동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고 창업 준비에 돌입했다.

Q. 현재 북티크는 책 소개 시 광고를 하고 있지 않는 것인가.

그렇다. ‘직원이 읽었던 책’, ‘사장이 소유하고 있는 책으로 판매는 하지 않음’ 등 책 밑에 간단한 코멘트를 다는 정도다. 별다른 광고가 없으니 오히려 편식 없이 다양하게 독서를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아 아직까지도 특별한 광고를 하지 않고 있다.

   
▲ 북티크 서교점 내부 모습 ⓒ투데이신문 김민수 기자

동네서점의 숙명 ‘소통’… 모임 만들기 집중

Q. 북티크란 어떤 의미인가.

패션 아이템 등을 판매하는 작은 가게 ‘부티크(boutique)’와 책을 합한 말이다. 부티크는 외면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곳이지 않느냐. 외면의 아름다움과 함께 내면의 아름다움을 갖추는 데 필요한 공간이라는 의미에서 북티크라는 이름을 짓게 됐다.

Q. 20~30대들이 자주 찾는 홍대입구역, 강남역 근처에 서점이 위치해 있는데 타켓층을 젊은 사람들로 설정한 것인가.

별도의 타겟층을 설정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SNS 등에서 북티크를 본 사람들이 매장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방문자 대부분이 젊은 층이다. 또한 서교점은 근처에 출판사들이 많아 이들과의 협업을 염두에 두고 자리를 잡은 것이다. 아직까지 출판사와 세부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없지만 앞으로 함께 진행할 수 있는 작업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

Q. 도서 구입 외에 다양한 형태의 독서모임으로 주목받고 있는데 각 모임들은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여러 독서모임이 있지만 그 중 심야서점과 맥주파티가 대표적이다. 심야서점의 경우, 지인으로부터 외국에서 밤늦게까지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하는 서점이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시작하게 됐다. 맥주파티는 어느 날 가지고 있던 와인을 심야서점에 온 사람들에게 나눠줬더니 더 진지하게 다양한 이야기를 하길래 약간의 음주가 좋은 반응을 이끌 것이라 예상돼 시작하게 된 모임이다.

Q. 기획하는 데 있어서 가장 고민이 많았던 모임이 있나.

돌연 어느 날 아이디어가 떠올라 시작하게 된 모임이 많다. 그런데 심야서점의 경우 고민이 있었다. 솔직히 누가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와 책을 읽을까하고 내심 걱정이 됐다. 그래서 오전 6시까지 매장에 남은 사람들에게 해장국을 제공하겠다는 이벤트를 마련해 발길을 이끌었다. 그 결과 지금까지도 심야서점이 진행되고 있다. 이제는 내가 해장국을 안사도 친분이 쌓인 사람들끼리 모여 자유롭게 책도 읽고 이야기도 나누며 알아서 밤새 책과 논다.

Q. 이와 같은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인가.

서점의 가장 큰 역할은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야 결국 판매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소에 접하지 않는 내용이 담겨 있어 어렵기도 하고 더군다나 혼자 조용히 봐야 하니 지루해 책을 멀리 한다. 책을 구입하기는커녕 1년 중 책을 거의 읽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책을 통해 신나게 놀 수 있는 분위기의 서점을 만들고 싶었다.

Q. 그렇다면 프로그램 참여로 실제 책에 대한 흥미가 높아진 경우가 있는지.

논현점과 서교점 모두 책 구매를 목적으로 매장을 찾는 사람보다 프로그램 참여를 목적으로 왔다가 책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자신 역시 책을 읽고 싶게 되고 토론을 하고 싶어 책을 읽으려 한다. 이를 위해 책을 구매해서라도 독서를 하려고 한다

Q. 창업 전 예상 못 한 어려움은 없나.

누구나 경험하는 일일 수도 있겠지만 제일 마음 아픈 일은 책이 상하는 것이다. 책이 상하는 정도가 너무 심해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판매용이니 양해 부탁드린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붙였더니 그나마 지금은 책이 손상되는 일이 많이 줄어 들었다.

   
▲ 북티크 서교점 내 결합된 카페 ⓒ투데이신문 김민수 기자

Q. 수익구조는 어떻게 되나.

카페다. 당초에는 책과 커피가 떨어질 수 없다는 생각으로 서점과 카페를 결합했는데 지금은 주 수입원이 됐다. 또 하나는 대관이다. 간혹 대관료를 내고 회의 등의 목적으로 대관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수익이 높지 않아 임대료와 인건비를 겨우 내는 수준이다.

Q. 이전부터 CEO가 되고 싶었던 것인가.

경영학을 전공했어도 창업에는 관심이 없었다. 전공이 경영이니 마케팅 공부도 많이 하고 평소 책을 좋아해 출판사에 입사했던 것이었다. 지금도 CEO의 사명감보다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많은 사람들과 책으로 소통하고 싶어 수익이 높지 않음에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Q. 창업 후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는지 궁금하다.

사실 회사를 다닐 때보다 여유가 많이 없어졌다. 한 회사의 직원으로 소속돼 있을 때보다 책임져야 할 것들이 많다보니 가만히 앉아있을 수가 없다. 여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기도 벅찰 정도다. 하지만 계속 출판사를 다녔다면 지금의 북티크는 없지 않았을 것 아니냐.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내가 만들었다는 점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뿌듯하다. 비록 개인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어 힘들 때도 있지만 하고자 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만족스럽다.

   
▲ 북티크 박종원 대표 ⓒ투데이신문 김민수 기자

사회적 가치·사업가로서의 성공 둘 다 놓치지 않을 것

Q. 올해 5월 서울시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됐는데 소감이 어떤가.

독서모임 등 소통을 통해 지역주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다는 의미에서 올해 5월 명예로운 이름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소규모 서점이 이룰 수 있는 가장 큰 가치는 도서 판매가 아닌 소통이다. 독서모임 등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하고자 하는 얘기를 마음에만 담아두는 것이 아니라 서로 나눌 수 있는 소통을 했다는 것에 만족감이 높아 꾸준히 북티크를 찾는 경우가 많다.

Q, 노홍철, 제일기획 최인아 전 부사장 등 많은 사람들이 소규모 동네서점을 열면서 동네서점 간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데 북티크만의 경쟁력이 있다면.

솔직히 심야서점과 독서모임은 더 이상 차별화가 안 될 것 같다. 또 다른 차별성을 가지고 나아가려고 한다. 그래서 북티크가 그동안은 책 하나를 선정해 그와 관련한 토론을 하는 식으로 독서모임이 전개됐다면 앞으로는 하나의 주제를 정해 해당 주제에 맞는 책을 다 읽어볼 계획이다. 이때 책만 읽는다면 부담스러울 수 있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주제와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오는 1월 주제는 ‘한국’으로 정했다.

Q. 북티크가 어떤 모습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하는가.

테마파크처럼 누구나 방문하고 싶어 하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 북티크를 가리켜 ‘재미있는 곳’이라고 모두가 생각했으면 좋겠다.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일 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모두 즐길 거리가 많은 서점으로 거듭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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