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책 <사이코패스는 일상의 그늘에 숨어 지낸다> 저자 경기대 이수정 교수

   
▲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교수 ⓒ투데이신문 최소미 기자

‘사이코패스’, 반사회적 인격장애
유전보다 환경적 요인 크게 작용해

정신질환 아닌 단순한 성격장애
누구나 정상·비정상 오가며 살아

강호순, 가장 최악의 사이코패스
특별한 살인 동기 발견되지 않아

권력있는 사이코패스 더 심각한 비극 초래
LCT 실소유주 이영복 회장이 대표적 인물

사이코패스 치료와 예방 쉽지 않아
범죄 예방, 개인 아닌 국가의 역할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2004년 7월 대한민국은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로 전 국민이 공포에 떨었다. 유씨는 전 부인에게 일방적으로 이혼소송을 당하고 이듬해 교제하던 여성에게서 전과자와 이혼남이라는 이유로 이별을 통보받으면서 여성 혐오증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이유로 여성에 대한 막연한 복수심을 가졌던 그는 2003년 9월부터 2004년 7월까지 불과 1년 새 약 20명을 살해했다. 그는 “잡히지 않았더라면 100명은 더 죽였을 것이다”라는 끔찍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조두순은 2008년 12월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한 교회 안의 화장실에서 8살 여자 아이를 납치해 강간 상해를 저질렀다. 조씨는 피해 아동의 얼굴과 몸을 수차례 구타함은 물론 목을 조르고 변기에 머리를 집어넣어 질식하게 한 뒤 수차례 성폭행을 시도했다. 또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항문에 뚫어뻥을 사용했다. 그는 이런 극악무도한 일을 저지르고도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변명을 늘어놓으며 범행을 부인했다.

강호순은 2006년 9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수원, 안산, 용인, 평택, 화성, 시흥, 안양 등 경기도 서남부 지역 일대에서 여성 7명을 연쇄살인했다. 하지만 경찰에 검거된 후 “잡히지 않았으면 100명까지 살해할 생각이었다”고 말하는 등 강씨에게서 반성의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되레 같이 수감된 동료 재소자들을 노예처럼 부려먹는 등의 뻔뻔함으로 담당 형사와 해당 교도소의 교도관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잔혹한 범죄의 주인공인 유영철, 조두순, 강호순이 가진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반사회적 인격장애, 일명 ‘사이코패스(Psychopath)’라는 것이다. 사이코패스는 공감 능력과 죄책감 결여, 행동 통제력 부족, 극단적 자기중심성, 충동성 등의 성향이 높은 사람들을 일컫는다. 이들은 습관적으로 반사회적 행동을 일삼으며 일반인들과는 다른 심리적 특성을 드러낸다. 사이코패스의 원인은 유전 요소 만큼이나 후천적인 환경도 크게 작용한다.

특히나 사이코패스적 성향이 성폭행, 살인, 강간 등 강력 범죄로까지 이어지며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범죄자의 생각, 목적, 반응 등 범죄자의 행동 등을 연구해 범행 동기와 원인을 밝혀내는 데 큰 역할을 하는 범죄심리학이 주목받고 있다.

<투데이신문>은 지난 9일 오전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범죄심리학자로 알려진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의 연구실 문을 두드렸다. 그가 지난 10년간 실제 만나 본 범죄자들의 심리분석을 제자인 김경옥 프로파일러와 함께 기록한 책 <사이코패스는 일상의 그늘에 숨어 지낸다>를 바탕으로 범죄심리학과 범죄심리학자, 사이코패스 등을 둘러싼 갖가지 궁금증을 해소해봤다.

   
▲ ⓒ출판사 중앙m&b

Q. 책 <사이코패스는 일상의 그늘에 숨어 지낸다>에 대해 간단히 소개 바란다.

제목은 우리 주변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사람 가운데 일부 특이한 생각이나 태도를 지니고 있는 자들이 범죄에 이르게 된다는 의미다. 사이코패스라고 표현했지만 범죄자에 대한 심리분석을 간략하게 서술한 책으로 제자인 김경옥 프로파일러와 함께 집필했다. 언론 보도나 수사 기록을 참고한 것이 아니라 범죄심리학 전문가로서 그동안 직접 모으고 분석·평가한 보고서 중 일부를 발췌한 가공되지 않은 자료다. 픽션(Fiction)은 최소화하고 일반인에게 범죄자에 대한 이해도를 넓히기 위한 책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Q.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무엇인가.

범죄를 직접 경험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대개 언론을 통해 사건을 접하며 그 사건의 대부분은 아주 심각한 사례이다 보니 범죄자에 대한 편견 내지는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이질감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범죄자들 중 일부는 결국 우리가 사는 공동체 사회로 다시 돌아온다. 그들을 다각적인 시각으로 이해하는 것이 일종의 안전을 도모하는 대응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은 그야말로 사건 기록에 불과한 책들만 편찬됐다. 그러다 보니 범죄자 또는 피해자의 직접적인 목소리가 일반인들에게 전달될 기회가 거의 없었다. 현장에 근접하게 일하는 범죄심리학 전문가들의 시선으로 수집된 자료들을 일반인들에게 좀 더 쉽게 읽힐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결국 우리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일반적으로 정신적 문제로 인해 범죄를 저지른다고 생각하지만 심층적으로 살펴보면 범죄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는 차이점이 없다. 우리 중에도 어떤 심리적 문제를 안고 ‘범죄를 저지르느냐, 그러지 않느냐’의 경계선 상에 서 있는 자들이 있다. 이들을 유형화해 범죄의 위험에 대한 이해도를 넓히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었다.

Q. 범죄심리학의 정의는 무엇인가.

과거에는 심리학적인 원인론을 찾는 수준의 학문이었으나 오늘날은 훨씬 더 광범위한 주제를 다룬다. 예컨대 전자발찌를 착용시켜야하는 죄명을 성범죄라고 하자. 일년에 발생하는 성범죄는 3~4만건이다. 이들 모두에게 전자발찌를 채우면 10년 후에는 30~40만명에 이른다. 그렇기 때문에 전자발찌를 꼭 채워야만 하는 위험한 사람, 처벌 이후 사회로 돌아갔을 때 재범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골라내야하는 상황이 부가적으로 발생한다. 하지만 이런 과제는 기존의 형사 정책이나 형법으로는 해결할 수가 없다. 결국 개개인의 특성을 모두 평가해야 되다 보니 사회과학 영역 중 인간에 대해 미시적 접근을 하는 유일한 학문인 심리학을 범죄와 형사 정책 분야에서 활용하게 됐다.

Q. 범죄심리학이 가장 많이 적용되는 범죄 분야는 어딘가.

거시적 범인론에 반해 추가적인 사실을 분석해야 할 필요성이 있지 않는 이상은 프로파일러가 투입되지 않는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대대수의 재산범죄에는 범죄심리학이 적용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반대로 성범죄, 살인 등 강력범죄는 개인의 특성이 범행 동기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추가 분석의 필요성이 요구되고 이때 범죄심리학이 활용된다.

Q. 범죄심리학을 통한 가해자의 심리분석이 실제 재판에도 영향을 미치는지.

물론이다. 현재 범죄심리학자로서 하는 업무 중 재판에 의견서를 제출하는 전문 심리위원의 역할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처음에 이런 심리 서비스가 수십년 전에 경찰에서 먼저 시작됐고 점차 검찰과 법원에서도 필요성을 인정하게 돼 2008년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공식적으로 전문 심리위원을 두게 됐다. 전문 심리위원으로 지정되면 피고인이나 관련 증인을 면담해 범행 동기와 그 과정 등을 다시금 수사기록과 함께 면밀히 살펴보고 의견서를 제출한다.

   
▲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교수 ⓒ투데이신문 최소미 기자

Q. 과거에 비해 범죄심리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많이 높아졌는가.

그렇다. 내가 처음 범죄심리학 연구를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나조차도 내가 무엇을 하려는지 잘 몰랐다. 지난 17년을 되돌아보면 성범죄가 우리 사회의 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하면서부터 모든 사법기관에서 굉장히 적극적으로 심리 서비스를 제공받으려 했다는 생각이 든다. 2000년대 초반 발생한 일련의 연쇄살인도 범행 동기를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일부 사건에 대해 경찰에서 (범죄자와의) 면담을 요청하거나 법원에서 뒤늦게 의견서를 제출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 그런 과정을 지켜보면 한 사회의 범죄 양상이 점점 상식적인 수준에서 설명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에 심리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Q. 그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1960~1970년대 해방 이후 발생한 범행의 동기들은 이해할만한 이유였다. 예컨대 내 자식이 굶고 있다면 남의 물건이라도 훔쳐야 하는 그런 상황. 하지만 이제 복지제도가 갖춰지면서 굶어 죽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기본적 욕구를 복지제도를 통해 충족할 수 있는 시대임에도 남의 것을 약탈하고 생명을 빼앗는 일이 왜 발생하느냐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 대해 설명이 필요하기 때문에 심리학자를 동원한 수사가 늘어나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범죄심리학이 점점 각광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Q. 범죄심리분야 인력 현황은 어떤가.

범죄심리 분야는 굉장히 마이너한 영역이다. 심리학회에서도 임상심리학자와 상담심리학자가 대다수지 범죄심리학을 다루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범죄자를 깊게 연구하는 전문가가 현장에 투입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범죄에서 심리학자를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경찰청의 프로파일러라는 직종이다. 또한 교정국에서 임상심리사를 특채로 채용하면서 교도소에서 범죄자를 상대로 심리치료, 심리평가 등 현실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이 생겨났다.

Q. 그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어느 정돈지.

심리학은 원래부터 여초 현상이 짙은 학문이다. 아마 사회과학 영역 중에 가장 성적이 우수한 여성이 먼저 선택하는 학문이 심리학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현장에 투입된 인력도 남성보다는 여성이 많다. 자백을 받아내야 하는 수사 분야는 위협감 있는 남성이 적합하지만 범행 동기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개인사까지 개입해야하기 때문에 여성의 뛰어난 공감능력이나 대인관계에서 가지는 직관이 심리분석에서 강점으로 작용된다.

   
▲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교수 ⓒ투데이신문 최소미 기자

Q. ‘사이코패스’란 무엇인가.

사이코패스는 1976년 미국 심리학자 허비 클렉클리(Hervey M. Cleckley)에 의해 개념이 정의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명 ‘냉혈한’이라 불리는 사이코패스는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고도 죄의식이 없는 사람을 일컫는다. 사이코패스는 안정적인 대인관계를 맺기 어려우며 생활패턴에서도 독특한 양상을 보인다. 이들은 위험을 감수하려는 욕구가 워낙에 강해 타인의 생명을 담보로 성폭행, 살인 등 위험한 행위로부터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것이 특징이다.

Q.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Sociopath)’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사이코패스는 유전적 부분에, 소시오패스는 후천적 환경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차이점이 있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에서는 구분되지 않는다. 그런데 심리학자들이 연구를 하다 보니 사이코패스 기질이 뇌기능과 상당히 밀접하게 연결돼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러면서 사이코패스는 학계에서 고유한 개념처럼 인지되기 시작했고 소시오패스라는 용어는 잘 사용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뇌기능에 이상이 없는 사람도 후천적 환경이나 결핍으로 인해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발생하다 보니 이들은 여전히 소시오패스라는 사회학적 용어 그대로 불려야한다는 것이 상습 범죄자를 연구하는 실무자들의 시선이다.

Q. 사이코패스 성향이 유전될 가능성도 있는지.

서구사회에서는 뇌기능의 개인차가 유전된다고들 많이 생각한다. 때문에 그 연장선상에서 사이코패스틱한 뇌기능도 유적적인 특성이 존재한다고 믿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이유는 서구사회는 인종이 다양하다 보니 통계학적으로 사이코패스를 유전적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동일 민족으로 높은 유사성을 띠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이코패스가 극소수 존재한다. 이는 유전적 소양으로 설명되기보다는 후천적인 여러 가지 환경과 결핍 등이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본다.

Q. 그렇다면 모두가 태어남과 동시에 잠재적 사이코패스가 아닌가.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인간의 본성은 굉장히 이기적인 사이코패스에 근접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린 시절부터 사회로부터 교육받은 대로 자제력을 가지고 그것을 억제하며 사는 것이다.

   
▲ 유영철(좌), 강호순(우) ⓒ뉴시스

Q. 가장 기억에 남는 최악의 사이코패스가 있다면.

만나본 사이코패스 가운데 가장 특이했던 사람은 강호순이다. 생활이 전혀 궁핍하지 않았고 이성에게도 인기가 많았던 인물이다. 살인을 할 만한 특별한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그런 잔혹 행위를 저지른 것을 보면 인간의 본성에는 우리가 모르는 빈틈이 틀림없이 있는 것 같다.

Q. 사이코패스도 일종의 정신질환으로 봐야 하는가.

개인적으로 정신질환을 광범위하게 해석하는 것을 지양한다. 그럴 경우 누가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지겠는가. 누구나 정상과 비정상을 오가며 산다. 약물과 치료가 필요한 시점이 오면 그때부터는 정신질환이라 할 수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정상범주에 있다고 보고 자기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사이코패스도 성격장애일 뿐 정신질환으로까지 봐서는 안된다고 본다.

Q. 치료와 예방이 가능한지.

개인적으로는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누구나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잘 조절하고 억제하며 살아야 한다. 본인이 무슨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 깨닫고 자제력을 갖는 것이 치료와 예방에 있어 도움이 될 것이다.

Q. 사이코패스가 권력을 잡게 되면 더 심각한 비극을 초래할 것 같은데 실제로 그런 사례가 있는지.

충분히 가능성 있는 얘기다. 화이트칼라 사이코패스(White Collar Psychopath)는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사이코패스적 기질을 발휘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엘시티(LCT) 실소유주 이영복 회장이 화이트칼라 사이코패스라 할 수 있다. 그로 인해 수많은 피해자들이 발생했고 그런 일들이 숱하게 반복돼왔지만 정작 본인은 나 몰라라 한 채 중국으로 도피했다. ‘내가 어떤 행위를 했을 때 누군가 피해를 입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은 교육이다. 그것이 결국은 사이코패스를 만들지 않는 예방법인데 그런 교육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보니 좋은 조건을 타고난 사람은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사이코패스적 기질을 발휘하는 것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범죄를 저지르고 처벌을 받는 것이다.

Q.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머리손질 한 것을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서 사이코패스라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는데.

박 대통령을 특정해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타인을 배려하려면 정신이 맑아야 한다. 내 행위로 인해 타인이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은 정신이 맑은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즉 약물에 중독되거나 혹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타인에 대한 배려를 기대하기란 굉장히 어렵다. 내가 정신이 혼미해져 언제라도 어리석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스스로 깨닫고 관리하는 것이 사이코패스가 되지 않을 수 있는 길이지 않겠느냐고 본다.

   
▲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교수 ⓒ투데이신문 최소미 기자

Q. 언론에 나오는 살인, 성폭행 등 강력범죄 가해자 중에는 남성이 많다. 성별이 범죄에 끼치는 영향이 있는지.

남성호르몬과 폭력성이 연결돼있기 때문에 남성이 폭력 행위를 더 많이 행사하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그런 폭력 행위를 컨트롤하는 법제를 가지고 있다 보니 유달리 여성보다 남성 범죄자가 많은 것처럼 비춰진다. 그렇다고 여성이 무조건 선량한 것은 아니다. 단지 공격적 성향을 발현하는 방식이 폭력 행위가 아닌 것뿐이다. 극단적인 사례가 바로 험담이다. 타인을 헐뜯음으로써 공격성을 해소하는 것이다. 만약 이를 범죄로 규율한다면 여성 중에도 굉장히 많은 범죄자가 있을 것이다. 결국 법적 처벌의 여부 때문에 남성 범죄자가 많은 것처럼 부각되는 것일 뿐 인간의 이기적인 본성은 여성이나 남성이다 똑같다고 본다.

Q. 최근 묻지마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원인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앞서 말했듯이 우리는 모두 충동적이고 자기 본능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존재다. 과거 타이트하게 구조된 사회는 그것을 제재함으로써 범죄로 발현되는 것을 막아줬다. 그런데 사회 구조가 해체되기 시작하면서 제지를 발휘할 구성원이 없어졌다. 범죄자들은 자신의 불행이 사회와 부유한 자들의 탓이라고 생각하다보니 범죄의 대상이 누구라도 상관없는 것이다.

Q. 범행 동기에는 사회의 문제도 적지 않다. 범죄를 꼭 범죄자들의 탓으로 치부할 수도 없을 것 같은데.

책을 쓴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한 개인의 문제를 이해해야 그 안에서 파생되는 훨씬 더 많은 사회적 문제를 끌어내 바라볼 수 있다. 아동학대가 좋은 사례다. 과거 마을이 한 아이를 키운다는 말이 나올 만큼 육아가 사회적 책임인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점점 가정이 해체되면서 보육 문제를 부모가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도달했다. 결국 국가에게 그 책임이 돌아갔지만 일부는 그 마저도 접근이 안돼 아이들이 학대 치사에 방치되기까지 이르렀다. 이것은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이 사회가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일 수 있다. 한 케이스에서 문제를 끌어내 사회적인 제도를 개선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정책이다.

Q. 그렇다면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 어떤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범죄는 개인이 예방할 수 없다. 개인은 가족과 이웃을 배려하고 자기의 책임을 다하며 열심히 살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날 갑자기 범죄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이는 국가가 책임져야할 일이다. 국민의 치안에 좀 더 신경 쓰고 개인의 복지가 추락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것을 제공할 의무가 공무원들에게 있다.

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책을 빠르게 쓰지 못하는 편이라 17년만에야 교재가 아닌 단행본으로 일반 독자들이 읽을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일반인들도 좀 더 쉽게 접근 가능한 형태의 서적을 계속 써나가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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