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김민수 인턴기자

【투데이신문 최소미 기자 김민수 인턴기자】박근혜 대통령을 둘러싼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지 세 달이 지나고 있다. 국정은 아직 수습되지 않고 있으며 광장의 촛불도 꺼지지 않고 있다. 몇몇 보수집회는 맞불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이런 시국에서 시민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지난 20일 <투데이신문>은 서울고속버스터미널과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각각 10명의 시민들을 만나봤다.

   
▲ 왼쪽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미선씨, 김민정씨, 오민지씨, 정의용씨 ⓒ투데이신문 김민수 인턴기자

71. 김미선(21·여)
박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된 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촛불집회에 모여 퇴진을 외쳤더니 정말로 탄핵안이 가결돼 ‘되긴 되는구나’ 싶었다. 최근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며 많은 실망을 했는데, 개인적으로도 빨리 내려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되니 대단하다고 느꼈다. 이 나라 국민이라는 사실에 창피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였으면 한다.

72. 김민정(20·여)
촛불집회에 참여했을 때 세월호 희생자 유족 분들의 자유발언을 들으며 개인적으로도 마음이 아팠다. 집회에 많은 시민들이 참여했기에 정부, 언론 모두 외압을 받지 않고 양심적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이것이 결국 박 대통령 탄핵안의 가결로 이어진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다. 사실 대선 후보 때의 공약을 지켜나가지 않아 실망을 감출 수 없었는데 이번 최순실 게이트 이후로 더 싫어졌다. 다음 정권은 등록금 문제를 비롯한 안건들을 민주적으로 해결했으면 좋겠다.

73. 오민지(20·여)
많은 시민들이 상처받았으니까 촛불집회에 나왔을 것이다. 박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에도 어느 정도 작용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여러 사건이 터졌을 때 처음부터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던 모습에 실망했다. 다음 대통령은 국민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74. 정의용(20)
시민들이 실망했다는 사실을 이번 촛불집회를 통해 계속 표출했다. 한 번도 아니고 8번을 진행했다. 그것 덕분에 정부가 많이 바뀐 것 같다. 국회의원들도 이번 기회에 정신 차리고 보다 국민을 위해 일하고, 실망감도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사건들이 터져도 현명하게 대처해 국민들이 마음을 놓고 평온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줬으면 한다.

75. 황건태(46·가명)
경중은 (헌재에서) 가려지겠지만 일단 정황을 종합해봤을 때 (박 대통령은) 잘못했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그렇게 생각했기에 집회에 더 시민들이 참여했고, 늦어질 수 있었던 탄핵안 가결도 집회 덕분에 더 앞당겨진 건 확실하다. 이 정도니 또래들도 모두 입을 모아 다음 정권은 현 야당이 잡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누군가가 정치를 혁신적으로 주도한다 해도 이제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일반 서민들을 위한 경제나 복지, 모두 다 해주겠다고 말은 하는데 결국 말뿐이었다. 진정 국민을 원하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어떤 당이 여당이 되고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처음에만 서민들을 위하는 척하다 나중엔 마찬가지일 거다. 이번 정부처럼 이렇게 큰 죄를 지으면서까지 국민들을 우롱하지만 않길 바랄 뿐이다.

76. 김민주(33)
박 대통령의 개인적인 비리가 지금까지도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고 있기 때문에 촛불집회에 참여해서 함께 목소리를 내고 싶었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 안타까웠다. 헌재가 올바르게 판단해서 잘 결정하면 좋겠다. 더 이상 영화 같은 비리들이 없고, 모든 사람들이 공정하게 함께 위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사회가 하루빨리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77. 오정희(46·여·가명)
촛불집회에 직접 참여하진 않았지만 중학생인 아들이 참여했다. 특히 어린 친구들의 정치 참여율이 높아진 것 같다. 그렇지만 그만큼 아이들이 정치에 이만큼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현실이 안타깝기도 하다. 이런 혼란스러운 나라에 아이들을 살게 해서 미안한 마음뿐이다. 사실 대통령에 누가 당선됐건 응원하고 보는 편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당선됐을 당시 열심히 응원했는데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처로 미흡했고, 그 외에 이번 비리들이 하나둘 밝혀지면서 많이 실망했다. 국민들이 마음 놓고 살 수 있고, 시민들이 주말 버려가면서 집회에 참여하지 않아도 되는, 아이들이 정치에 신경 쓰지 않고 마음 편히 공부할 수 있는 그런 나라였으면 좋겠다.

78. 조성진(53)
최순실 게이트와 일련의 촛불집회로 인해 국민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깨달은 것 같다. 이전의 촛불집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대학생과 중고등학생 등 어린 친구들의 참석률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세월호 참사 때 ‘가만히 있으라’고 해서 가만히 있었더니 다 죽지 않았나. 더 이상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고 느껴서 집회에 더 참석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또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대단히 미안하고 죄송하다. 결국 예전보다 나은 시스템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아들딸 세대가 원하지 않은 고통을 겪게 된 게 아닌가 싶어서다.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 민주주의를 이루고 나서 제대로 정리를 못해주고 방관한 것에 대한 미안함도 있다. 앞으로도 어떤 형태든 계속 권력을 지켜봐야 하고 이대로 끝나면 안 된다. 헌법에도 나와 있듯 국민이 국회의원에게 권력을 ‘빌려준’ 것이다. 그런데 자리에 앉으면 권력을 가졌다는 기분에 도취하기 마련이다. 우리들은 불특정 다수의 백성들의 눈높이에 맞춰 서민들의 삶을 향상시켜줄 것을 기대하고 표를 행사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내버려두면 안주하는 것이다. 항상 국민들이 뒤에 있다는 걸 신경 써야 하고, 무능한 국회의원들에 대한 소환제도 같은 것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국민들도 이번 일을 계기로 마냥 정부에 뭔가를 바라기보다는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찾아가고 지켜야 할 것이다.

79. 정다운(24)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박 대통령이 돈도 받았다고 하고 권력도 사유화했다거나 민주주의 시스템을 붕괴시켰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대통령이 그렇게 했다면 당연히 탄핵안은 가결돼야 할 것이고 헌재에서도 사실 관계를 잘 따져 올바르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이런 일들이 이어지니 언젠가부터 정권에 대해 바라는 점도 없다. 공정성, 비리 없는 세상을 말해봤자 어차피 안 될 걸 알기 때문에 기대를 잃은 상태다.

80. 김연정(23·여·가명)
국민들이 이제는 나라를 위해 좀 움직이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국민들이 그렇게 집회에 참여해 자신의 의견을 표출했고, 이에 따라 국회의원들을 비롯해 정부 책임자들이 탄핵안을 가결하는데 약간의 힘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이제는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도 해본다. 아무래도 취준생이다 보니 생각하는 게 많아졌는데 다음 정권은 나라 경제와 경기가 더 활발해졌으면 한다. 이번 정권에서는 ‘창조경제’라는 말을 만들었지만 사실 실질적으로는 뭘 한 건지 와 닿지 않는다. 더 현실적인 제도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 왼쪽부터 박소담씨, 정우성씨, 송태진씨 ⓒ투데이신문 김민수 인턴기자

81. 박소담(25·여)
씁쓸하다. 100만 명이 모여서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모습을 보고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일을 할 때 한 개인에게 휘둘렸고 사적으로도 비리를 저질렀다는 것은 분명 잘못한 일이다. 그래도 한 나라의 대통령인데.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시민들이 모여 여러 번의 촛불집회를 열었고 이를 통해 국회의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생각한다. 이번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 청렴하고 국민의 뜻을 잘 따르며 서민들에게 귀를 기울여주는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면 한다.

82. 정우성(21)
박 대통령은 자신의 의사는 하나도 없고 남의 의지대로 행동했다. 이전 대통령들과도 수없이 비교가 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박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은 잘 됐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외에 재벌들이나 최순실 씨에 대한 판결들이 아직 남았다. 헌재에서 제대로 판결해줬으면 한다. 이번 일로 경제도 많이 위축된 상태라 취업이 더 힘들어진 것 같다. 일자리 창출에 더 현실적으로 힘써줬으면 좋겠다.

83. 송태진(26)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최순실 씨가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고쳤다더라. ‘통일 대박’이라는 단어를 듣고 우리는 ‘대통령이 이렇게 생각할 정도로 통일이 가까워왔구나,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게 결국 공직자도 아닌 한 개인이 쓴 말이었다. 안타깝다. 다음 정권에 바라는 건 많지 않다. 두 번 다시 현 정권과 같은 일은 없어야겠다.

84. 정철민(51·가명)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보려고 노력한다. 겉으로 드러난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바탕에 깔려있는 것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두 사람 때문에 국가가 혼란스러워진 건 상당히 후진국적인 액션이라고 본다. 조선시대보다 못할 수도 있다. 이렇게 몇몇 문제들이 수면 위로 드러났지만 이제 우리는 더욱 현실적이고 숫자적인 것을 봐야 하지 않나 싶다. 감정적으로 취하다 보면 잃는 부분이 있다. 집회에 나가서 부수고 고함도 지르는 것도 좋지만 모두 침착하게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어지러운 동안 중국이나 미국, 일본 등 제3자가 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우리 국가와 경제에 실질적으로 이득이 될 수 있는 게 무엇일지 같이 고민해 봐야 한다. 나는 정치학과도 아니고 정확한 법도 모르지만, 대통령 및 정부를 어느 정도 견제할 수 있는 보완장치나 견제장치가 필요한 건 확실하다.

85. 송지영(50·여·가명)
노무현 전 대통령도 탄핵됐다가 6개월 만에 돌아왔다. 박 대통령이라고 안 될 건 없다. 누구든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빌릴 수 있고, 그게 설령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충분히 이해 가능한 건데 왜 그걸 문제 삼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딱히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백만명이 촛불집회에 모인 것도 아닌데 괜히 숫자를 과장한 것 같다. 그렇게 과장하니 다른 시민들 마음만 뒤숭숭하게 혼란만 야기한 건 아닌가 싶다.

86. 지원(20·여)
대통령이 잘못했으니 시민들이 들고 일어나는 건 당연한 것 같기도 하고, 같은 시민으로서 많이 고맙기도 하다. 박 대통령에게 서운했던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 하나를 딱 골라 말하는 것도 힘든데 아무래도 대학생이라 취업 문제 때문에 주변 청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을 많이 봤다. 대한민국이 단번에 확 바뀌진 않을 것이다. 그나마 이제는 좀 비리 같은 것들이 무너지고 다시 한 번 세워져가는 단계에 있는 것 같다. 다음 정권이 이를 발돋움해서 초석을 잘 다졌으면 좋겠다.

87. 고명선(22·여)
한 나라의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해 다 같이 평화적인 집회를 열었다는 사실이 대단하다. 모두 등을 돌렸기 때문에 박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은 당연한 결과였다고 본다. 현 정권에서의 일들이 다시는 안 일어났으면 좋겠지만, 또 똑같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한다. 이번 사건들이 터지기까지 수십 년 간 비리들이 축적돼 왔다. 이게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맨 위에 있는 사람을 끌어내려도 다시 똑같은 사람이 맨 위에 앉을 거라고 본다.

88. 이형기(31·가명)
정치나 뉴스를 잘 보지 않아서 피부로 직접 느낀 것들이 많다. 음악을 하는 사람인데 세월호 참사 이후 그해 잡혀있던 공연이 모두 취소됐다. 혹시 박 대통령이 당시 대처를 잘 해서 세월호에 타고 있던 사람들을 모두 무사히 구했다면 달랐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픈 것과 동시에 배신감도 조금 느꼈다. 또 서울에서 자취하는 입장에서 물가를 견디기가 힘들다. 얼마 전에 뉴스를 보니 계란 한 판에 만원씩 한다는 얘기도 나오더라. 현재의 국정 혼란 때문에 AI에 제대로 대처도 못하고 있지 않은가. 혼란스러운 나라 때문에 많은 것들이 힘들어지고 있다. 다음 정권에서는 좀 개선됐으면 한다.

89. 박정수(40·가명)
촛불집회에 나와서 사람들이 선동하는 모습이 보기 안 좋았다. 사건이 터졌다 하면 일어나는 것도 별로다. 재벌들이 한두 번 그런 것도 아닌데 새삼스럽게 오버하는 것 같다. 이전 대통령들이 북한에 퍼준 쌀이 더 클 것이다. 박 대통령이 북한에 편지 보냈다는 것도 나온다. 통일을 위해서 힘썼던 게 왜 이제 와서 논란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세월호도 재난이고 교통사고와 같은 사건인데 대통령에게 그 책임을 묻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그렇지만 국정을 최순실 씨에게 맡겼거나 대통령이 주사를 맞았다면 잘못했다. 이런 시국에 스트레스를 받으니 담배를 피우려는데, 6년 전에 비해 담뱃값도 2천원이나 올랐다. 스트레스는 스트레스대로 다 받고 돈은 돈대로 다 빠져나간다. 서민들이 이렇게 어려우니 다음 정권이 담뱃값이라도 내려줬으면 좋겠다.

90. 김양수(71·가명)
촛불집회를 할 정도로 국민이 분노했다. 손자도 청년인데 집회에 참여했다고 들었다. 미래가 밝다. 박정희 전 대통령 때도 이런 일이 일어났다. 아무래도 그 핏줄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당시에도 청년들이 대항을 잘 했듯 지금도 정권을 바로잡기 위해 잘 대항하고 있다. 이 나라는 희망적이다.

이날 만난 시민들 중 몇몇은 박 대통령의 행동에 잘못이 없다고 했지만, 대다수는 박 대통령 및 이번 정권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출했다. 국회의원들을 포함한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현 시국에 대해 잘 몰라도 박 대통령의 미흡한 정치를 직접 체감하기도 했지만 이미 정부에 대한 희망이나 기대를 잃은 시민들도 있었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정부가 하루빨리 세워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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