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김민수 인턴기자

【투데이신문 최소미 기자 김민수 인턴기자】지난 24일 광화문 광장에는 ‘하야 크리스마스’라는 이름의 행사가 개최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제9차 촛불집회의 별명이다. 70만명(주최측 추산)의 시민들은 추운 날씨에 오히려 광장에 나와 마치 축제처럼 집회를 즐기고 있었다.

박 대통령의 1차 대국민담화 뒤 “박근혜 하야”를 외치며 시작된 촛불집회는 어느덧 10번째를 바라보고 있다. 올해 안으로 집회 누적인원 1000만명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 동안 박 대통령은 두 번의 대국민담화를 더 발표했으나 시민들의 촛불은 오히려 횃불로 커져만 갔다. 결국 국회는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가결하는데 이르렀다.

촛불집회에 참여한,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그리고 이런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지난 23일 <투데이신문>은 매주 토요일 촛불집회가 열리는 종로에 위치한 광장시장으로 향했다.  

   
▲ 왼쪽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이경복씨, 공세인씨, 조경재씨(가명), 최진욱씨 ⓒ투데이신문 김민수 인턴기자

91. 이경복(37)
지금까지는 부정부패나 비리에 대해 국민들이 너무 모르고 살았는데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국민들이 너도나도 목소리를 낸다는 게 바람직하고 좋은 일이라고 본다. 사실 부끄럽지만 대통령 선거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잘할 거라고 믿고 표를 행사했는데 그는 세월호, 사드 배치, 북핵 문제들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도 않고 실망만 안겨줬다. 정말 손가락을 자르고 싶더라. 다음 정권은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모든 일에 대해 앞장서서 책임을 질 줄 아는 정권, 당당한 정권이었으면 좋겠다.

92. 공세인(19·여)
파주에 살고 있어서 촛불집회에 매주 참석하고 싶어도 못 가서 아쉬운 마음이었다. 이번 정권에 서운한 점은 많이 있지만, 무엇보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 씨에게 이용당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반감을 가지게 됐다. 아직 학생이라 실감하진 못하고 있지만 해가 거듭할수록 청년실업률이 증가하고 있다. 보다 실질적인 정책으로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를 제공해줬으면 좋겠다.

93. 조경재(72·가명)
이렇게 시국이 어지러운데 언론의 책임도 많다. 박 대통령을 옹호하는 건 아니지만 (언론이) 한쪽의 의견을 다 걸러내고 편향된 의견만 기사로 내는 바람에 국민들을 더 선동하고 있다. 정치인들보다 언론이 더 나쁘다. 일본 언론처럼, 국가에 큰 손실이 갈 것 같은 보도는 자제해야 하는데 무조건 박 대통령의 이미지를 추락시키는데 집중하지 않았나. 대통령이 잘못한 게 있고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그런데 이 분위기에 취해서 언론이 국민들을 더 어지럽게 만드는 것 같다.

94. 최진욱(19)
학생이라 정치에 대해 잘 모르지만, 무엇보다 지금 정권이 어지러운 바람에 서민들의 복지나 경제에 대해 하나도 신경을 못 쓰고 있는 것 같아 힘들다. 특히 최근 AI는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는데 정부가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않고 있다. 다음 정권은 꼭 이런 일들에 대해 대처를 잘 해서 더 큰 피해를 낳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

95. 고한솔(22·여)
대통령이면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부정부패만 가득했다. 그런 의미에서 시민들이 집회에 나오는 건 당연한 것 같다. 자신의 이득만 취하려 하니 서민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 부동산 시장이 너무 과열돼 있고 청년실업도 증가하고 있는데 다음 정권은 꼭 서민들을 위한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96. 정경미(55·여·가명)
촛불집회가 근처에 열리니까 집회가 끝난 후 많은 시민들이 광장시장을 찾는다. 상인으로서 그리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정치에 관해서는 잘 모르지만 시민들이 불만이 있다면 목소리를 내는 건 당연한 일이다. 대통령이 무능하기 때문에 시민들이 들고 일어났을 것이다.

97. 신동영(63·가명)
먹고살기 바빠서 지금 정권에 신경 쓸 겨를은 없지만 시장 상인으로 있으면서 토요일이면 촛불을 든 시민들을 자주 본다. 물론 장사가 조금 더 잘 되는 건 좋지만 몇 년 전에 비해 물가가 너무 높아졌다. 옛날엔 정치에도 관심이 있었는데 먹고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관심을 줄 여유가 없다는 게 씁쓸하다. 이 물가가 언젠간 내려갈지, 다음 정권이 해소해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98. 박순이(60·여·가명)
(박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됐는데도 촛불집회가 아직까지 열려서 기분이 그리 좋지는 않다. 박 대통령을 포함해 어느 정권이든 잘못은 저지르게 마련이다. 만약 잘못이 있으면 헌법재판소가 가려줄 것이다. 시민들이 주말마다 들고 일어나는 건 시끄럽기만 하고 보기 좋지 않다.

99. 한도경(35·가명)
많은 시민들이 주말마다 광장에 모이는 걸 보며 시민의식이 많이 성숙해졌다는 걸 느낀다. 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였을 당시 내걸었던 공약을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 겉으로는 뭔가 하는 것처럼 행동했지만 실상으로는 다른 일을 했고 내지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가장 서운하다. 다음 대통령은 약속을 꼭 잘 지켜줬으면 좋겠다.

100. 김유창(39)
박 대통령이 자격이 될 만한 사람이 아니었으니 매주 열리는 촛불집회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언론에도 나오듯 (박 대통령은) 서민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자기 자신에만 투자했다. 그런 걸 봤을 때 여태까지 남성이 (대통령으로서) 정치했던 것에 비해선 아무래도 미흡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다음 정권은 무엇보다 투명하게 정치했으면 좋겠다.


광장시장에서 만난 대부분의 시민들은 박 대통령이 자신의 이익만 취하고 서민들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점에 실망감을 느꼈다. 몇몇 시민들은 계속되는 촛불집회에 반감을 표하거나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러나 모두들 다음 정권은 시민들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는 의견에 입을 모았다.

이날을 끝으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혼란스러운 시국을 살아가는 100명의 시민들을 만나 100개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정권에 실망감을 표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음 정권은 좀 다를 것이라며 기대하고 있었다.

처음 100인 인터뷰를 기획했을 땐 다양한 연령층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으나 10대~30대를 제외한 연령층은 대부분 인터뷰를 피했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분들의 의견도 듣고 싶었지만 역시 경찰관들은 응해주지 않았다. 7명에게 일일이 설명해야 겨우 1명이 인터뷰에 응해주는 날도 있었고, 인터뷰를 진행하는 도중에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바람에 20명에 달하는 시민들의 생각은 싣지 못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기자도 같은 시국을 살아가는 한 명의 시민으로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어서 의미 깊었다. 촛불집회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과 전혀 관심 없는 사람, 더 이상 정권에 대한 기대를 잃은 사람들도 있었다. 정말로 저마다 100개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 모두 이 나라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길 바라고 있었다. 함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그들에게 “함께 힘내자”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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