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강지혜 기자 김민수 인턴기자】 유사수신행위로 3000여명의 투자자들로부터 600억원 상당을 가로챈 이른바 ‘백테크 사건’이 발생한지 벌써 1년 가까이 돼 가고 있다.

솜방망이 처벌 탓에 현재 주범을 제외한 대부분 범죄 연루자들은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을 받고 풀려났다. 투자금의 행방은 아직도 묘연한 상태다.

‘원금보장’, ‘고수익’이라는 백테크의 새빨간 거짓말에 속은 투자자들은 한숨과 눈물만이 가득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피해자들은 당시 유명 연예인과 함께 케이블TV에 출연하며 고급 투자정보를 알려주던 백테크 팀장이 설마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또한 유명 포털사이트에서 재테크와 관련해 제일 먼저 검색되고 소개되는 백테크가 사기일 것이라고 의심을 품어보지 못했다.

게다가 백테크 사무실까지 찾아가 직원 수에 회사 분위기까지 확인한 만큼 그들이 보유한 자금도 없이 투자금으로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고 상상하지 못했다.

백테크처럼 방송과 인터넷 등을 통해 회사를 홍보하고 신뢰를 쌓은 뒤 누군가를 속이려고 한다면 재테크와 관련된 전문가일지라도 일순간 속아 넘어가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를 믿고 투자한 대가는 혹독했다. 피해자들 대부분은 빚더미에 앉아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었다. 일부 피해자들은 대인기피증까지 호소하기도 했다.

<투데이신문>은 백테크 피해자 7명과 인터뷰를 각각 진행했다. 이들 대부분은 신분노출을 꺼려했고 이번 사건과 관련된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데 힘든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고, 백테크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에 입을 열었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유사수신행위의 위험성과 백테크 사건에 대해 짚어보았다. 인터뷰이의 요청에 따라 가명을 사용했음을 밝힌다.

▲ ⓒ게티이미지뱅크

30대 김철호(가명)
“백테크 사건을 겪고 대인기피증에 우울증까지 생겨”

재테크와 관련해서 인터넷으로 찾아보다가 백테크가 운영하는 ‘백만장자의 재테크’라는 카페를 알게 됐다. 백테크를 통한 투자에 어떠한 문제점이 있나 찾아보고 상담도 받아본 뒤 안정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투자를 하게 됐다. 강남에 있는 백테크 사무실을 찾아가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를 물어보기도 했다.

백테크에 투자해서 안정 수익을 올렸다는 사람들의 후기를 보고 처음에는 1000만원 이하로 조금씩 투자를 했다. 백테크는 투자상품을 문자로 보내주거나 인터넷 공지 등으로 알려줬다. 백테크 관계자는 담보보장이 되고 원금회수가 된다고 말했다. 이 말을 굳게 믿었다. 그러다 백테크 측에서 정말 좋은 상품이 있다며 강하게 권유를 해 4000만원을 대출받아 투자했다.

하지만 투자를 하고 난 뒤 원금은 물론이고 이자조차 받아보지 못했다. 총 피해액은 5500만원이다. 뒤늦게 백테크가 유사수신이라는 것을 알았다. 모집인과의 연락이 잘 되지 않아 피해자 카페와 밴드를 통해 모집인이 핵심가해자로 피고소된 것을 8월말 경이 돼서야 알게 됐다. 아직까지도 잠정적 피해자들이 많을 것이다. 총 피해액은 600억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백테크 사건을 겪고 대인기피증에 우울증까지 생겼다. 그래서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됐고 약을 처방 받은 지 석 달쯤 돼간다. 처음 병원을 찾았을 때 상태가 굉장히 심각하다고 했다. 오랜 시간 꾸준히 치료를 받으면 호전될 수 있다고 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정신과 치료를 받으러 간다.

주변 사람들과 대부분 연락을 끊은 상태다. 이번 사건으로 사람과의 관계에서 벽이 생겨버린 느낌이다. 현재 나의 처지를 아는 친구들은 ‘네가 잘못한 게 아니다, 속인 사람이 잘못한 거다’고 위로해준다. 지금은 최소 생활비만 남기고 모두 은행에 상환하면서 살아간다. 하루에 2끼를 김밥 한 줄로 때우고 있는 형편이다.

20대 김지은(가명·여)
“방송 출연하던 백테크 코치 보고 투자 결심…전재산만 날려”

사회 초년생이어서 그동안 모아둔 자본을 재테크를 통해 재산을 불려볼 생각으로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 벨류인베스트코리아(VIK)를 알게 됐다. VIK는 장기투자여서 단기로 빠르게 불릴 수 있는 것을 알아보다 ‘백만장자의 재테크’라는 카페를 통해 백테크를 알게 됐다. 지난해 9월부터 투자를 시작했다. 당시 RTN에서 방송하는 ‘7인의 뇌섹남’ ,‘백만장자 머니쇼’를 통해 백테크 코치들이 출연하는 것을 보고 신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됐다. 강남에 있는 사무실로도 찾아가 상담을 여러 번 받고 투자를 시작했다.

원래 대학원을 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전재산 2000만원을 모두 백테크에 투자하는 바람에 밤낮 없이 일만 하고 있다. 하루에 2~3시간 정도 밖에 잠을 못 잔다. 백테크 사건으로 대인기피증이 생겼다. 내 처지를 주변에 알리면 사람들이 ‘사기당한 애’라고 손가락질을 할까봐 무섭다. 집에 이러한 사정을 얘기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백테크 피해자 모임’에서 속내를 얘기하는 정도다. 대인기피증이 심해져서 병원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밤낮 없이 일을 하는 바람에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30대 신소아(가명·여) 
“6년간 모은 1억원, 한순간에 날려”

인터넷으로 재테크를 검색하다 백테크를 알게 됐다. 처음 백테크 회사에 방문할 때 사기일 것이라는 의심이 전혀 들지 않았다. 사무실에는 직원들이 많았고 규모가 컸으며 회사 분위기는 매우 분주해보였다.

백테크에 투자를 시작한 것은 작년 8월부터다. RTN에서 방송한 프로그램을 보고 백테크에 대한 신뢰가 강해져 의심의 여지는 없었다. 백테크에 총 1억원을 투자했지만 돌려받지 못했다. 6년간 취직해서 모은 1억원이 한순간에 사라져버렸다. 그동안 모은 1억을 결혼하기 전 1000만원이라도 더 불려보고자 투자를 하게 된 건데 인생을 날린 기분이다.

백테크의 유사수신행위로 피해를 입은 타격은 너무 컸다. 결혼자금으로 모아둔 1억이 한순간에 사라져 마이너스 통장으로 결혼 자금을 마련해야 했다. 그나마 운좋게도 저렴하게 구한 전셋집마저 재개발로 인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부모님께 이러한 사실도 알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혹시나 부모님이 아시게 되면 충격으로 건강이 나빠질까 걱정된다. 심적 부담감이 너무 크다.

1억이란 돈을 날림과 동시에 내 청춘도 한순간에 사라져 버린 느낌이다. 유사수신으로 잃어버린 1억이란 돈을 언제 다시 모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만성스트레스가 생겨 건강도 나빠졌다. 업무뿐만 아니라 인간관계까지 의욕이 생기지 않아 삶이 피폐하다. 부모님께 이 사실을 비밀로 하느라 경제적 어려움을 드러내지 못하는 게 가장 힘들다. 젊음을 깎아먹는 것 같다.

▲ 본지와 인터뷰 중인 백테크 피해자들 ⓒ투데이신문

40대 김정현(가명·여) 
“유사수신 사기, 가정까지 파탄 내”

작년 4월쯤 인터넷 창에 ‘재테크’를 검색하다 백테크 카페를 알게 돼 회원가입을 했다. 당시 여유자금이 생겨 재테크를 알아보게 됐다. 백테크에 4000만원을 투자를 했는데 한 달 만에 원금 4000만원과 이자 78만원이 들어왔다. 그 후 5000만원을 다시 다른 상품에 투자를 했는데 원금 5000만원과 이자 522만원 나왔다. 2번 출고가 된 후 믿음이 확고해져서 남편 명의와 내 명의로 총 1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돈은 들어오지 않았다.

내년 4월에 새로운 집으로 이사할 계획이었는데 사기를 당해 취소됐다. 남편한테 너무 미안하다. 남편이 그동안 열심히 일해서 벌어온 돈으로 투자했는데 한순간에 날리게 됐다. 사기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3개월 동안 몸까지 너무 힘들어져 병원에 다녔다. 중학생인 아이도 사기 당한 사실을 알고 방황했다. 내가 사기당한 게 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것 같아 너무 가슴이 아프다. 이런 유사수신 사기는 가정을 파탄 낼 정도의 사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들은 법원에서 고개를 뻣뻣이 들면서 사과한마디 하지 않고 자신이 왜 이 자리에 있는지 모르겠다며 뻔뻔하게 굴었다.

대출은 받지 않고 여윳돈으로 투자를 해 불행 중 다행이다. 사실 지난해 8월, 9월, 10월에 갑자기 고수익 상품들이 많이 나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2번이나 돈을 받아 의심을 하지 않고 투자를 계속 진행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백테크가 파놓은 함정이었다.

앞으로 유사수신 행위와 관련된 처벌은 강화돼야 한다. 사기를 해놓고도 계속 항소하며 형량을 줄이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나오면 뭐하겠느냐. 다시 사기를 칠 것이다. 세상이 거꾸로 가는 것 같다. 내가 세상을 잘못 살았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한다. 사건이 일어난 지 1년이 넘었는데 아직까지도 피해자들이 한두명씩 계속 나타나 고 있다. 백테크와 유사한 카페에 투자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계속 나타나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30대 김서준(가명) 
“백테크 사건으로 직장까지 잃어”

직업이 군인이다 보니 군인공제 상품만 이용해 재테크를 했다. 그런데 갑자기 집안에 일이 생겨 빨리 많은 돈이 필요했다. 그래서 포털 검색창에 재테크를 검색하니 상단 첫 번째에 ‘백테크’가 나왔다. 그렇게 백테크를 접하게 됐다. 백테크 카페에서 e북을 제공받아 투자와 관련된 정보를 얻기도 했다. 이후 방문상담을 요청해 지난해 8월 29일 상담을 받고 그해 9월부터 투자를 하게 됐다. 총 4개의 상품에 투자를 했다. 총 투자금액은 1억2200만 원이다.

백테크 사건으로 인한 가장 큰 피해라면 직장을 잃은 것이다. 대출받아서 투자를 한 것이 아니라 친구들의 돈을 빌려 투자했다. 사기를 당한 뒤 돈을 못 갚게 되자 친구들이 나를 고소했다. 그래서 내년 2월에 일을 그만두고 퇴직금이 나온 것으로 빚을 갚고 나머지 모자란 금액은 다른 일을 해서 갚아 나가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썼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실신해 병원에서 수술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고통 속에 사는데 피해회복을 받을 길은 막막하기만 하다.

50대 김도희(가명‧여) 
“백테크 살려야 원금 회수 가능하다고 해서 대출까지 받아 투자”

원래부터 재테크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다 VIK가 킨텍스에서 투자했던 회사들을 전부 모아 홍보한 적이 있었다. 거기에서 백테크에 관한 정보를 알게 됐다. 백테크 관계자는 “VIK는 장기간 투자지만 우리는 단기간 투자”라고 설명했다. 가장 혹 했던 것은 ‘원금이 보장 된다’라는 얘기였다. 그리고 투자금이 모이지 않으면 거치기간 동안의 이윤까지 더해 돌려준다고 했다. 백테크 카페를 보니 수익을 받았던 사람들의 후기가 있어 믿을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마침 단기간 투자에 투자할 돈이 있어서 투자를 하게 됐다.

지난해 10월 2일부터 투자를 시작했다. 저축은행에 투자를 했는데 상품 수익률은 무려 100%였다. 카페에는 돈을 받았다는 후기 글도 많이 올라와 있었고, 당시 영업팀장은 자신의 어머니도 대출받아 투자했다면서 정말 좋은 상품이라 권해 의심하지 않고 투자했다. 이를 포함해서 5개 정도 투자를 했다.

그런데 백테크가 유사수신행위로 갑자기 문 닫게 되자 영업팀장은 “백테크를 살려야 원금 회수가 가능하다”고 꼬드겨 1억원을 대출을 받아 투자했다. 그렇게 투자한 돈이 총 2억3600만 원이다. 남편 퇴직금에 대출까지 받아 투자했는데 백테크 때문에 노후계획은 엉망이 됐다. 아들 같은 경우엔 집안 살림을 도와야 해서 결혼하려던 여자와 헤어지기까지 했다.

30대 최경민(가명) 
“사기당한 돈 갚느라 결혼은 꿈도 못꿔”

백테크는 모집인을 통해 알게 됐다. 백테크에 투자하기 전 VIK에 먼저 투자를 했었는데 VIK에 있던 모집인이 ‘VIK는 너무 회사를 위해서만 운영을 한다. 우리는 고객을 위해서 회사를 따로 만들 예정이다. 백테크로 와라. 여기가 수익률이 더 좋다, 더 좋은 상품으로 우리가 마진을 좀 덜 가져가고 고객들에게 돌려주기 때문이다’라면서 백테크에 투자할 것을 유도했다.

백테크에 처음 투자하게 된 시기는 작년 6월~9월 사이인 것 같다. 모바일 플랫폼과 RTN, 신창동 브리지론이라는 PF투자 상품에 투자했다. 총 1억2000만원 정도 투자했다. 사실 백테크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은 안정적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백테크 영업팀장은 목표한 투자금액이 모이지 않아도 우리 뒤에는 돈이 많은 재력가들이 있어 50억을 모으는데 20억 밖에 모이지 않으면 돈 많은 사람들이 30억을 채워서 투자해준다고 말했다. 사기를 당해본 적이 없어서 당시에는 이게 사기인 줄 전혀 몰랐다.

사실 아버지가 몸이 불편하셔서 어릴 적부터 내가 각종 알바를 하면서 살림을 꾸려나갔다. 그런 상황에서도 열심히 학교 다녔고 취직까지 했다. 빚도 갚고 돈도 좀 모아서 나도 이제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모든 게 한순간에 무너졌다.

피해 회복이 잘 됐으면 좋겠지만 만약 안 된다고 한다면 피해 복구를 위해 몇 십 년 동안 빚 갚는 데 시간을 써야 한다. 현재 금전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인간관계나 회사생활에도 이 문제에 신경 쓰느라 힘들다. 대출금 받는 것 갚느라 친구들도 못 만나고 있다. 결혼은 꿈도 못 꾼다. 삶 자체가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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