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위작 미인도 사건 관련 프랑스 감정팀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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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최소미 기자】지난 4월, 故 천경자 화백의 차녀인 김정희씨는 사자 명예훼손, 저작권법 위반, 허위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현대미술관 관계자 6명을 고소했다. 천경자 화백의 작품 진위 여부를 두고 25년간 논란을 빚어온 그림 ‘미인도’에 진품 감정을 내렸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작품의 진위 여부를 가리기 위해 프랑스의 뤼미에르 테크놀로지(Lumiere Technology)를 최종 선정했다. 뤼미에르 팀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 작품의 스케치를 분석했고 니콜라 푸생,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등 150개가 넘는 작품들의 위작 여부를 가려낸 바 있다.

뤼미에르 팀은 지난 9월부터 ‘미인도’에 대한 감정을 진행했고 지난 10월 26일 검찰에 최종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지난 19일, 검찰은 뤼미에르 팀의 보고서가 허위이며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지난 27일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광학연구소의 쟝 페니코(Jean Penicaut) 소장은 직접 한국을 찾아 “‘미인도’가 위작이라는 근거로 과학적으로 분석한 자료들을 제출했음에도 검찰이 무시했다”고 반박했다.

쟝 페니코 소장은 이날 故 천경자 화백의 차녀 김정희씨와 공동변호인단이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미인도’를 감정한 과정과 위작 판단의 근거를 설명했다.

   
▲ 위쪽부터 쟝 페리코 소장, 김정희씨, 배금자 변호사 ⓒ투데이신문

뤼미에르 팀은 보고서에서 “1977년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 ‘미인도’ 외에 천 화백이 1977~1985년 완성한 9개의 작품들을 함께 분석했다. 각 작품마다 1650개의 단층 촬영을 시행하고 콘트라스트(명암대조)와 표준편차를 비교했고 그 결과 ‘미인도’가 콘트라스트 관계, 작가의 데생 방식에서 다른 작품들과 큰 차이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쟝 페니코 소장은 “10개 작품들의 콘트라스트를 분석한 결과 ‘미인도’가 진품일 확률은 0.0002%이며 눈 흰자위 두께의 차이를 봤을 때 진품확률은 0.006%다”고 밝혔다.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씨는 “검찰이 이같이 과학적인 감정 결과를 수용하지 않는 점이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의 발표에 반박했다.

공동 변호인단의 배금자 변호사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 결정에 대해 항고할 것”이라며 “아직 ‘미인도’의 진위가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국립현대미술관이 공개전시를 하겠다는 것은 저작권 침해 행위”라고 비판했다.

   
▲ '미인도'가 위작인 근거를 설명하는 쟝 페리코 소장 ⓒ투데이신문

그러나 이날 회견에 참석한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김진호 교수는 “뤼미에르 팀은 콘트라스트를 통해 ‘미인도’를 분석했지만 천경자 화백의 진품들을 대상으로 콘트라스트 분석을 해도 진품이란 게 증명되지 않는다”며 감정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감정하는 방식이 진품을 진품으로, 위작을 위작으로 확실히 판정하는지 검증한 뒤에 ‘미인도’ 감정을 진행했어야 하는데 뤼미에르 팀의 보고서엔 이와 같은 절차가 누락돼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과 국립현대미술관도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유감 입장을 표명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는 “다양한 감정을 비롯해 미술계 전문가와 사건 관계인 조사 후 ‘미인도’를 진품이라고 발표했는데, 자신들이 감정한 결과가 채택되지 않자 뤼미에르 팀이 검찰 수사를 비과학적이라고 표명한 데 유감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뤼미에르 팀의 감정방식대로라면 천 화백의 진품이 진품일 가능성도 낮게 분석된다”며 “검찰 수사결과를 무시하는 뤼미에르 팀의 태도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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