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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투데이신문 정치부】 2016년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정치권은 바쁜 한해였다. 연초 야권의 192시간에 걸친 필리버스터는 국민들의 정치적 관심을 이끌었고 이어진 4월 총선에서 16년 만에 여소야대 정국이 만들어졌다. 새누리당의 정치지형은 급속도로 친박으로 기울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친문파, 국민의당은 박지원계가 당권을 장악했다.

집권여당 대표는 장관 해임건의안이 통과되자 느닷없이 단식투쟁에 나서기도 했다. 여당이 보이콧한 국정감사에서는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단연 화제였다. 최순실 게이트가 밝혀지면서 광장에서는 촛불이 타올랐다.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가 있을 때마다 촛불의 규모는 더욱 커졌고 정치권은 촛불민심을 받들어 박 대통령 탄핵에 이르렀다. 이후 새누리당은 극심한 분열 속에 분당했다. 이 숨 가쁜 모습은 오늘날 정치권의 민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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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시간의 필리버스터

3월 2일 테러방지법이 끝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앞서 야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7시 32분까지 총 192시간 30여분 동안 필리버스터를 이어갔다. 특히 테러방지법의 부당성에 대해 인문학, 경제학, 자연과학적인 접근 등 의원들 자신의 전공분야를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국민들의 관심을 붙들어놓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로 인해 정치에 관심이 없었던 많은 사람들이 정치에 눈뜨기 시작했다. 이는 4월 총선에서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필리버스터라는 새로운 정치실험이 국민들이 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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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소야대 정국 재편

4월 13일 실시한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참패했다. 더불어민주당은 123석을, 새누리당은 122석을 획득했다. 국민의당은 38석을 얻었다. 불과 총선 며칠 전까지만 해도 새누리당의 압승이 예고됐다. 야권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분열되면서 야권의 패망은 불 보듯 뻔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완전히 달랐다. 새누리당의 친박계와 비박계간 극심한 내부분열에 많은 유권자들은 등을 돌렸다. 여소야대 정국은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새누리당은 집권여당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정국의 주도권은 야권에게 넘어갔고 결국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박 대통령 탄핵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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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추미애-박지원 대표 체제

올해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은 지도부의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새누리당은 총선 패배 이후 이정현 전 대표가 당권을 쥐었다. 이 전 대표는 박 대통령과 관련된 의혹들을 온몸으로 막아내면서 당 대표인지 박 대통령 호위무사인지 모르겠다는 비난을 받다 사퇴했다. 더민주 추미애 대표는 헌정사상 최초로 당 대표로서 두 번의 탄핵을 이끌었다. 하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 예방 추진, 박 대통령과 단독 회담 추진 등으로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당을 잘 운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9단답게 국민의당을 캐스팅보트 역할로 이끌며 존재감을 키웠다. 하지만 12월 1일 탄핵안 발의를 거부한 일로 인해 국민의당과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율 하락의 단초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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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전 대표의 단식투쟁

9월말 새누리당 이정현 전 대표는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 직후 단식투쟁이라는 초강경수를 뒀다. 집권여당 대표가 단식투쟁을 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를 두고 당시에는 올 연말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불거질 법인세 인상 정국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그만큼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에 대해 집권여당 대표가 단식투쟁을 벌이는 모습은 이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혹여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덮기 위한 용도로 단식투쟁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는 국정감사가 한창이었다. 이 전 대표의 단식투쟁과 함께 새누리당이 국감 보이콧에 나섰지만,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 단독으로 국감을 진행하면서 오히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민낯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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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태블릿PC 보도

10월 24일 JTBC는 최순실의 태블릿PC를 입수, 최순실이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수정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의혹만 무성하던 국정농단의 증거가 드러난 순간이었다. 국민의 분노는 촛불을 거쳐 탄핵까지 이끌어냈다. 현재 관련 사안은 특검에서 조사 중이다. 최순실은 아직까지 태블릿PC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최순실과 해당 태블릿PC가 움직인 동선이 같고, 태블릿PC에 들어있는 각종 자료를 통해 최순실이 실소유주가 맞다고 밝혔다. 한편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에서는 JTBC가 태블릿PC를 절도했는지 여부를 놓고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위증교사 혐의까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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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례 대국민담화

JTBC의 태블릿PC 보도 다음날인 10월 25일 박 대통령은 1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최순실과의 관계와 대선 전 연설문 수정 등에 대해 실토했다. 하지만 청와대 비서진이 꾸려진 이후에도 국정농단이 계속됐다는 증거가 곳곳에서 발견됐다. 2차 대국민담화에서 박 대통령은 최순실과의 관계를 보다 자세히 말하면서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2선 후퇴에 대한 내용은 빠지면서 국민은 분노했다. 결국 2선 후퇴라는 국민의 요구는 퇴진으로 바뀌었다. 야권에서도 탄핵을 준비하기에 이르렀다. 3차 대국민담화는 자신의 진퇴를 국회에게 맡기겠다는 답변만 내놓았다. 하지만 자신의 거취를 국회에 맡김으로써 오히려 정국을 더욱 혼란에 빠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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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놀라게 한 촛불집회 

촛불집회는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여준 정치권에 경종을 울렸다. 정치권이 2선 후퇴, 퇴진, 탄핵 등으로 혼란을 거듭할 때마다 촛불집회는 등불이 됐다. 올해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부각되는 뉴스 중 하나가 우리나라의 촛불집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촛불집회는 역사에 길이 기록될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시위다. 촛불집회 참여 숫자는 곧 1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이 촛불집회는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심리가 끝날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록 규모가 작아진다고 해도 그 의미만큼 축소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평가다.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깨부수지 못한다면 촛불은 또다시 타오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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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사상 첫 피의자 신분된 朴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은 현역 대통령으로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를 받게 됐다. 현재 특검은 청와대를 압수수색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의 대면조사 역시 준비 중이다. 박 대통령은 처음엔 검찰의 조사도 성실히 받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법률대리인 유영하 변호사가 선임된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 변론을 준비해야 한다면서 대면조사 일정을 늦췄다. 급기야 검찰의 대면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국민들은 박 대통령의 대통령으로서의 입장을 듣고 싶었지만, 법률대리인들은 철저하게 변호인으로서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이제 박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탄핵 절차를 남겨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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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탄핵안 가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촛불집회는 ‘박근혜 퇴진’을 요구했다. 그리고 12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이 처리됐다. 299명 투표에 234명이 찬성했고 56명이 반대했다. 기권은 2명, 무효는 7명이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박 대통령은 권한이 정지됐고 헌법재판소는 심리 절차에 들어갔다. 탄핵안이 발의·가결되는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탄핵안 찬반에 대한 정보를 SNS로 공개했고 대학생 한명이 새누리당 의원들의 전화번호를 공개하면서 새누리당 의원들의 전화기는 그야말로 불이 났다. 일부 의원들에게는 ‘18원’ 후원금이 답지하는 등 탄핵안 가결을 위한 국민적 행동이 진행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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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분당

올해 마지막은 새누리당 분당이 장식했다. 보수정당이 원내교섭단체를 꾸릴 정도로 분당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박 대통령 탄핵안 가결로 친박은 폐족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 정우택 의원이 선출되는 등 아직도 친박의 입김이 작용했다. 유승민 의원은 전권을 위임하는 비대위원장 자리를 요구했지만, 친박계는 거부했다. 이로 인해 비박계는 12월 27일 탈당을 결행했고 내년 1월 24일까지 개혁보수신당(가칭)을 창당하기로 했다. 새누리당은 인명진 목사를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면서 혁신을 예고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친박계 인사들을 대거 내쳐야 하기 때문에 결국 혁신 흉내만 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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