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측부터 LG그룹 구본무 회장, 금호아시아나 박삼구 회장,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 LS산전 구자균 회장. 사진ⓒ뉴시스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 2017년 정유년(丁酉年)을 맞아 닭띠 CEO(최고경영자)들이 주목받고 있다.

새벽을 알리는 닭은 선견지명과 총명(聰明)함을 지니고 열정과 활력을 상징하는 만큼 재계에서는 닭띠 리더들이 올해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 갈 것이란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3일 재계와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 등에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 계열사의 사장단·대표이사 명단을 살펴본 결과, 닭띠 CEO(주로 1945·1957·1969년생)는 총 93명에 달했다.

이들 중 오너가(家) 구성원은 LG그룹 구본무 회장(1945년), 금호아시아나 박삼구 회장(1945년),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1945년), LS산전 구자균 회장(1957년), GS홈쇼핑 허태수 부회장(1957년), 이랜드그룹 박성경 부회장(1957년), 하림 김홍국 회장(1957년), GS글로벌 허세홍 신임 대표이사(1969년), 두산건설 박태원 부회장(1969년) 등 총 9명이다.

주목받는 1945년 닭띠 경영인

우선 지난 1995년 LG그룹 총수에 오른 구 회장은 새해가 되면서 회장 재임 햇수로 22년째를 맞았다.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이 자동차부품, 신재생에너지, 바이오 등 신성장사업과 그룹 경영협의체를 관장하며 최근 인사를 통해 그룹 내 역할을 확대하고 있지만 구 회장은 ㈜LG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으로서 주요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와 최고경영진 인사 등 큰 틀의 의사결정과 주요 경영 사안을 직접 챙기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박삼구 회장도 마찬가지로 1945년생, 주목받는 닭띠 CEO이다. 동생인 금호석유화학 박찬구 회장과 7년간이나 끌어온 형제간 소송이 마무리된 만큼 박 회장은 새해에는 그룹 재건의 핵심인 금호타이어 인수 추진을 위해 속도를 더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금호아시아나의 주력 계열사였던 만큼 사모펀드와 해외 타이어업체들이 눈여겨보고 있어 내년 1월로 예정돼있는 입찰에서 재인수가 쉽지 않을 것이라 예측되고 있다.

자수성가형 기업인으로 손꼽히는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은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며 그룹을 일궜다.

그러나 2012년 사기형 CP 발행,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가 지난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아 풀려났다.

윤 회장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과정에서 발생한 채무를 당초 계획했던 2022년보다 6년 앞당겨 조기변제하며 다시금 도약을 노리고 있는 상태다.

60세 맞은 1957년생 닭띠 CEO

1957년생 CEO인 LS산전 구자균 회장, 하림 김홍국 회장, 이랜드그룹 박성경 부회장, GS홈쇼핑 허태수 부회장도 눈에 띈다.

지난 2014년 말 LS 산전사업부문 회장으로 승진한 구자균 회장은 LS그룹이 초고압 직류송전(HVDC) 기술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기술개발·발명에 조예가 깊고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에 스마트에너지 솔루션을 직접 소개할 정도로 전문성이 있는 오너 CEO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새롭게 대기업집단에 지정된 하림 김홍국 회장은 현재의 ‘9988’ 경제구조(중소기업 사업체수 99%, 중소기업 근로자 수 88%)를 ‘9070’(중소기업 수 90%, 중소기업 근로자 70%)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촉구하는 등 우리 경제의 ‘허리’ 강화의 중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이랜드그룹 박성경 부회장은 주목받고 있는 닭띠 여성 경영인이다. 그는 지난해 티니위니, 킴스클럽 등 주력 계열사 매각을 추진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티니위니를 중국 패션기업인 브이그라스에 매각하기로 했던 계획이 지연되고 킴스클럽은 매각 계획이 철회되며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에는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이랜드리테일의 기업공개라는 큰 과제를 남겨두고 있다.

허태수 부회장은 GS그룹에서 허창수 회장, GS칼텍스 허진수 회장, 허용수 GS EPS 대표 등과 함께 온전한 3세 경영 시대를 이끄는 일원으로 최근 글로벌 홈쇼핑 사업을 지휘하는 등 홈쇼핑 수출에 힘을 쏟고 있다.

1969년생 40대 ‘젊은 피’ 경영인

GS글로벌 허세홍 신임 대표이사(1969년), 두산건설 박태원 부회장(1969년)은 40대 젊은 닭띠 경영인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허태수 부회장과 같은 GS가(家) 4세인 GS글로벌 허세홍 신임 대표(새해 1월1일 취임)는 GS칼텍스 허동수 회장의 아들로 전문성과 추진력을 갖춘 40대 차세대 경영자로 촉망받고 있다.

허 신임 대표는 세계경제포럼의 젊은 글로벌 리더로도 뽑히기도 했으며 올해는 해외 시장 개척과 신규 비즈니스를 발굴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전해진다.

두산건설 박태원 부회장은 박두병 초대회장의 4남인 두산연강재단 박용현 이사장의 장남으로 4세 오너 경영인이다. 박 부회장은 현재 회사 경영을 총괄하는 위치에 있으며 올해는 두산건설의 흑자전환에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전해진다.

두산건설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1조1852억원, 영업손실 1278억9293만원을 기록하며 실적이 부진했다. 순손실은 무려 5207억4574만 원에 달했다. 그러나 올해 1~3분기에는 누적매출액 9075억3398만원, 영업이익 286억4047만원을 기록하고 같은 기간 순손실도 1411억4044만 원까지 줄며 실적이 개선됐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을 받고 있다.

기업 이끄는 1957년생 닭띠 전문경영인

전문경영인 가운데 주목받고 있는 닭띠 CEO는 환갑을 맞는 1957년생이 많다.

현대중공업 가삼현 사장은 현대중공업그룹 내 대표적인 영업전문가로 새롭게 구성된 권오갑 부회장·강환구 사장 투톱 대표체제에서 사장으로 발탁돼 조선업 불황을 돌파해야 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삼성물산 최치훈 사장은 지난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주총 당시 의장을 맡았던 CEO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지난 11월 단독 대표이사로 승진한 이갑수 사장도 1957년생이다. 이 사장은 이마트 ‘노브랜드’, ‘피코크’ 등의 사업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 우유철 부회장은 현대하이스코 합병을 주도한 데 이어 올해 주총에서 재신임을 받았다. 올해에는 철강업계 구조조정을 당면과제로 안고 있다.

역시 1957년생인 LG유플러스 권영수 부회장은 유·무선 통신을 넘어 사물인터넷(IoT), 5G 네트워크 등 새로운 먹거리를 찾으며 이동통신 업계 3위인 LG유플러스를 1등으로 키우겠다는 강한 포부를 드러내고 있다.

삼성바이로직스 김태한 사장은 삼성의 신성장동력 중 하나로 꼽히는 바이오산업을 책임지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을 주도했다. 그는 과거 반도체가 전자·IT산업을 이끌며 성장을 주도했듯이 이제는 게놈·DNA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각오다.

올해 닭띠 경영들이 닭의 붉은 기운을 받아 경영현장을 누비며 침체돼있는 국내 재계에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줄 수 있을지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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