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사수신 관련 법률 개정안 발의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 인터뷰

   
▲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김민수 인턴기자】 유사수신은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저금리 시대가 이어지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여윳돈을 노리고 고수익을 미끼로 내건 유사수신업체들은 급속도로 늘어나며 피해를 키우고 있다.

유사수신업체들로 인한 피해액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에 머물고 있다. 주범을 제외한 대부분의 가담자들은 집행유예나 벌금형 등에 그치고 있는 것. 또한 이들이 피해자들로부터 끌어모은 수십, 수백억의 투자금 역시 피해자들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600억원의 피해를 낸 백테크 사건 역시 이 같은 전형적인 유사수신범죄의 특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또 그로 인한 고통은 고스란히 피해자들의 몫으로 남아있다.

<투데이신문>은 그간 백테크 사건을 추적하며 피해자들의 고통 어린 목소리와 유사수신범죄의 다양한 수법, 또 이들 유사수신범죄를 저지른 업체 출신들이 어떻게 다시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는지 등 유사수신범죄의 민낯에 대해 낱낱이 살펴봤다.

끝으로 본지는 그동안 백테크 사건으로 알아본 유사수신범죄와 관련해 최근 ‘유사수신행위 처벌 강화법’을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을 만나 그 해결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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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유사수신행위는 얼마나 악질적인 행위인가.

유사수신 범죄는 사기의 일종이다. 대부분 서민을 대상으로 고수익을 미끼로 접근한다. 더군다나 저금리 시대여서 유사수신 범죄에 서민들이 취약하다고 볼 수 있다. 서민을 중심으로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하고 피해자 개별 가계에서의 피해 금액 비중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상당히 악질적인 범죄라고 할 수 있다.


Q. 유사수신행위 신고 건수는 2013년 83건에서 2016년에는 10월말까지 445건으로 3년 만에 5배 넘게 급증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 유사수신 범죄가 오히려 경제가 어려워지고 금리가 낮아질수록 유사수신행위는 더 많이 발생하는 경향이 크다. 최근 경기 침체 분위기와 저금리 상황이 맞물려 서민들이 종잣돈이나 목돈을 굴릴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것이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주식의 경우는 리스크가 너무 크고 안전한 예·적금은 금리가 너무 낮은데 반해 유사수신행위는 높은 확정금리를 미끼로 많은 사람들에게 접근하기 때문에 더 많이 증가하지 않았나 싶다. 앞으로도 쉽사리 경제 사정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유사수신 범죄가 계속 늘어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Q. 법원에서는 최근 5년간 유사수신행위에 대해 40%에 달하는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 왜 이런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것인가.

우리나라는 유사수신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재산범죄, 즉 사기, 배임, 횡령 등 돈이 관련된 범죄들의 양형이 굉장히 낮은 편이다. 최근 5년간 유사수신법 위반자 1299명 중 505명, 39%가 집행유예였다. 벌금 등 재산형이 440명, 34%였고 징역에 해당하는 자유형은 224명, 17%에 불과했다. 이 같은 결과는 범죄자들이 피해금액을 보상해 줄 경우 양형에 반영되는 등 참작 요소가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IDS홀딩스의 경우도 재판 중에 다른 사건으로 새로운 투자금을 모아 이전 사건의 피해금액을 보상하는 방식으로 집행유예 판결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일종의 피해자 돌려막기인 셈이다. 피해자 양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유사수신 범죄에 대해서는 구속 수사와 실형 선고가 강화돼야 한다.


Q. 유사수신 가해자들은 이런 솜방망이 처벌 탓에 죄를 짓고도 금방 사회에 나와 유사수신행위를 다시 한다고 한다. 높은 재범률의 이유는 무엇인가.

무엇보다 유사수신 범죄로 인한 이득이 그로 인해 예상되는 처벌에 비해 크기 때문에 강한 범죄 유인으로 작용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이는 대부분의 경제 범죄가 근절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심리적으로 쉽게 돈을 벌던 습관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또 복역하면서 수형자들과 새로운 범죄를 공모하기도 하면서 재범에 빠져들기도 한다. 유사수신과 보이스피싱은 구조가 굉장히 비슷하다. 하지만 보이스피싱은 그동안 형이 예전보단 많이 올라갔다. 그런데 유사수신은 아직도 형이 굉장히 낮다.

 

   
▲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 ⓒ투데이신문

Q. 지금도 유사수신업체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이제는 다단계 구조로 영업을 하면서 유사수신행위를 하는 등 보다 진화된 형태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유사수신업체들을 단속할 방법은 없나.

단속이 쉽지 않다. 금융감독원, 경찰청 등에서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유사수신 범죄 특성상 신고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 실제 피해가 나기 전에는 자신이 피해자인지 인지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남편 몰래 투자한 주부, 노후자금 및 자식에게 줄 유산 등을 투자한 노인층의 경우 피해를 입은 사실을 공개하기도 어려워하고 속앓이만 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가해자들의 범죄가 발각돼도 투자금액을 돌려주겠다고 하면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기다리게 마련이다. 또 최근 들어 유사수신 행위는 주식투자, 환치기, 최근에는 대지분양, 여행상품, 외국투자 등 여러 가지 형태로 점차 고도화되고 있기 때문에 구별하기 쉽지 않다. 금융당국도 유사수신행위가 발전하는 것에 맞춰 시스템적으로 유사수신의 행위에 대한 분석도 더 필요하고 그걸 국민들에게 홍보해 현혹되지 않도록 하는 작업도 필요한 것 같다.


Q. 실제 인터넷에 재테크만 검색해도 불법적인 투자 상품을 소개하는 곳이 넘쳐난다. 그럼에도 금융감독원이나 경찰이 이를 적발하거나 단속하는 데는 소극적인 것 같다.

그렇다. 피해자 신고에 의존하는 소극적 자세로는 유사수신범죄를 근절하기 어렵다고 본다. 늘어나는 유사수신 범죄를 대응하기 위한 예산과 인력이 매우 부족하다. 조희팔 사건의 경우 피해금액이 약 5조원에 달했다. IDS 홀딩스 사건의 경우도 약 1조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유사수신 범죄의 경우 범죄자들이 범죄수익을 탕진하거나 숨겨둔 경우가 많아 피해를 보상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예산과 인력의 확보해 인지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본다.


Q. 유사수신 관련 법률 개정안을 추진 중이라고 들었다. 어떤 내용인가.

현행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유사수신행위를 한 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러나 피해금액이 1억원이든 1000억원이든 범죄 규모에 따라 큰 차이가 없었다. 조희팔 사건의 경우 피해금액이 약 2조원에 달하지만, 소규모 사기 범죄와 형량이 비슷해지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따라서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을 개정해 피해금액이 5억~50억원일 때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일 때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상향 조정했다.


Q. 법률 개정안 발의를 준비하면서 유사수신행위가 가진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했나. 또 이를 어떻게 개정안에 반영했는가.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범죄 처벌 수위가 낮은 경향이 있다. 특히 횡령·배임 등의 기업 범죄와 사기 등의 재산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은 편이다. 따라서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목적이 가장 컸다. 그리고 피해금액에 따른 처벌의 편차를 두고자 했다. 1억 사기 친 자와 1000억 사기 친 자가 똑같은 처벌을 받게 되면 이왕 사기칠 것 크게 쳐보자는 생각이 들지 않겠나.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조희팔이나 IDS홀딩스 김성훈 대표의 경우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도 있다. 이처럼 강력한 처벌을 통해 범죄억지력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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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급증하는 유사수신행위에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벌 강화하겠다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통과한다면 유사수신행위를 어느 정도 근절할 것으로 보는가.

계량화해 말씀드리기는 곤란하다. 그러나 현재와 동일한 조건임을 가정할 때, 50억 이상 대형 유사수신 범죄는 처벌 수위가 최대 무기징역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많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


Q. 법률안은 언제쯤 적용될 것으로 보는가.

개정안이 제출된 것이 지난 11월 23일이었다. 예상컨대 2월 정기국회에서 보다 심도 있게 논의되지 않을까 싶다. 여야간의 입장차이가 있는 범죄가 아니라서 큰 이견이 없는 이상 통과될 것으로 생각한다.


Q. 현재 추진 중인 유사수신 처벌 법률 개정안 역시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말들이 나온다. ‘개정안을 좀 더 세분화해 처벌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 ‘유사수신행위도 경제적 살인인데 개정안 역시 처벌이 약하다’는 주장들이 많았다.

동의한다. 한술에 배부를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개정안도 유사수신 처벌을 기존 사기 범죄와 동일한 처벌 수위로 상향 조정한 것이다. 일단 기존 사기 범죄와 동일한 처벌 수위로 기준을 잡은 것은 현실적인 법안 통과 가능성 때문이다. 사기, 유사수신 범죄 등 경제적 살인에 대해 처벌을 더 높이고 싶지만, 타 범죄 처벌과의 형평성까지 고려하자면 논의하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경제범죄에 대한 처벌 상향은 앞으로 단계적으로 더 논의해 가겠다.


Q. 백테크 피해자들은 법률 개정안에 대해 피해자들을 구제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아쉬워했다. 유사수신 피해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을까. 특히 가해자들이 은닉한 자금이 회수되지 않아 피해자들은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

위 개정안이 통과된 후, ‘범죄수익은닉에 관한 법률’이 추가적으로 개정돼야 한다. 현행 범죄수익은닉에 대한 처벌과 이에 대한 몰수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따라 특경가법상 사기·횡령·배임 등 약 32개 법률과 관련한 죄목에 한정돼 있다. 유사수신범죄도 다수의 피해를 발생시키고 이에 따라 개별적 소송을 통해 회수하기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을 통한 몰수 및 추징 등의 방식을 통해 구제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범죄수익은닉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내서 범죄수익을 환수할 수 있는 법안을 준비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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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유사수신 피해자들의 인터뷰 기사 댓글에는 오히려 피해자들을 욕하는 글도 많았다. 이렇듯 사람들은 유사수신 피해를 입으면 피해자들에게 ‘욕심에 눈이 멀어 멍청하게 사기를 당한 것 아니냐’라고 질타한다.

심지어 피해자 스스로도 자신의 욕심과 실수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 사회의 그런 시선 때문에 유사수신 범죄 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나 유사수신 범죄의 경우, 대부분 정상적인 무위험 투자상품으로 가장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인이 사기임을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특히 지인들의 추천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믿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도 쉽게 유사수신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피해자들을 비난하는 것은 본인에게 부메랑이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Q. 유사수신행위, 다단계 등으로 인해 피해를 본 분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피해를 근절하기 위해서 어떤 부분을 조심해야 하는지, 어떤 점을 보면 사기인지 확인할 수 있는지 조언해주신다면.

금융위원회 또는 금융감독원에 등록되지 않은 금융업체에 대한 투자는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금감원에 실제로 정상적인 금융업체인지 확인한 다음 투자를 하셔야 된다. 특히 해당 업체가 은행 명칭을 쓰지 않으면서 ‘확정금리’, ‘보장금리’ 등을 무위험 금융상품처럼 홍보할 경우 한번 더 고민하고 확인해보길 권장한다. 전문 투자자가 아니라면 수익률이 다소 낮더라도 은행 등 안전한 금융기관의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다른 일반 금융상품에 수익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이 있다는 것을 항상 명심했으면 좋겠다.


Q.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씀은.

유사수신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는 제도 개선의 출발일 뿐이다. 앞으로도 경기 침체와 저금리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서 금리를 상승하면 우리도 따라서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지만, 경제 여건이 금리상승을 뒷받침하기 어렵다. 가계부채 문제도 경제를 발목 잡고 있다. 서민 경제는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과 맞물려 유사수신 범죄가 기승을 부릴 것이다. 유사수신 처벌강화 개정안이 조금이나마 범죄억지력을 발휘하길 바란다. 앞으로 피해자 구제에 대한 개선방안도 더 강구하도록 하겠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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