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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기각으로 특검 수사는 한계에 부딪혀
다른 대기업 수사에도 상당한 차질 불가피해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 가능성도 불확실
탄핵심판 절차에도 지대한 영향 불가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가 법원에 의해 기각됐다. 특검은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돼야 박근혜 대통령의 수사가 앞으로 진일보할 수 있는데 그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검은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비록 구속 수사는 아니더라도 불구속 수사를 통해서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죄 혐의를 입증하겠다는 전략이다. 특검의 운명은 이제 앞으로 2주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그리고 설 연휴 직전에 무엇인가 확실한 내용을 내놓아야 할 숙제도 안고 있다.

【투데이신문 이수형 기자】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는 특검으로 하여금 힘 빠지게 하는 효과가 있다. 어차피 구속 수사 아니면 불구속 수사였다. 다만 구속수사가 특검으로서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었다. 하지만 구속 수사가 기각되어 이제 불구속 수사를 해야 한다. 구속 수사와 불구속 수사의 차이는 상당히 크다. 구속 수사를 하게 되면 언제든지 피의자를 불러다가 수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불구속 수사를 하게 되면 피의자와 일정을 맞춰야 하는 등 피의자의 편의를 고려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피의자가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다. 때문에 피의자 입장에서는 구속 수사보다는 당연히 불구속 수사가 유리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불구속 수사를 받게 해주는 것을 전담하는 변호사도 있다. 지난해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도 구속 수사만은 받지 않으려는 정운호 전 대표의 노력(?) 때문이었다. 정운호 전 대표가 최유정 변호사에게 구속 수사만 면하게 해달라면서 50억 원의 수임료를 지불하기로 했다. 하지만 끝내 구속 수사를 받게 됐고, 이에 정운호 전 대표는 최유정 변호사에게 수임료 일부를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최유정 변호사가 거절을 하면서 사건이 불거지게 됐고, 그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면서 오늘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까지 오게 된 것이다. 그만큼 기업인들에게 구속 수사는 상당히 무서운 존재이다.

이재용의 영장 기각

그런데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통상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사유에는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음’이다. 하지만 이번 이재용 부회장의 기각은 ‘법리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라는 것이다. 이는 특검의 수사가 미흡했다는 것을 말한다. 구속수사를 하는 이유가 피의자가 불구속 상태에 있으면 도주를 하거나 혹은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구속수사를 한다. 때문에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할 때 상당수가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 한다. 그런데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 이유는 도주 우려나 증거인멸 때문이 아니라 ‘법리적 다툼’이다. 이는 특검이 주장하는 뇌물죄의 대가성 여부가 아직 제대로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특검이 내놓은 증거가 아직은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다시 말하면 이 부회장을 뇌물죄 혐의의 피의자로 삼을만한 충분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특검에게는 상당히 위기가 될 수 있다. 물론 기소독점주의이기 때문에 특검이 이 부회장을 기소할 수는 있다. 하지만 법원에서 이미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한 상태이기 때문에 보다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소를 하게 될 경우 오히려 특검이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될 수 있다. 따라서 특검으로서는 향후 영장 재청구를 하거나 이재용 부회장을 기소할 때 보다 더 확실한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특검은 어디로

문제는 특검의 칼날이 상당히 무뎌질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이 불구속 수사를 받게 된다면 이 부회장은 자신이 원하는 일정에 맞춰 수사를 받게 된다. 물론 국민적 여론 때문에 특검 수사 자체를 거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대한 자신에게 유리한 일정에 맞춰서 조사를 받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이재용 부회장이 갑이 되는 것이고, 특검이 을이 되는 것이다. 특검으로서는 수사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출연금이 뇌물죄의 성격이 아니라고 법원이 판단함으로써 두 재단에 출연한 다른 대기업들의 수사에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두 재단에 돈을 출연한 기업들 역시 뇌물죄 혐의 피의자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과정에서 이 부회장 측은 두 재단의 출연은 박근혜 대통령의 강요에 따른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이를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때문에 다른 기업들이 두 재단에 출연한 것도 박근혜 대통령의 강요에 의한 것이라는 논리를 펼칠 수 있다. 이는 앞으로 있을 다른 대기업의 수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다른 대기업 총수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출연하라고 하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었겠느냐”라면서 피의자 논리가 아니라 피해자 논리를 들이밀고 있다.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인해 순식간에 피의자에서 피해자로 신분이 바뀐 것이다.

물론 일부 대기업들은 아직도 뇌물죄 혐의 적용의 여지가 남아있다. 특히 SK와 CJ는 사면청탁 정황이 드러나 특검의 수사선상에 오르고 있고, 롯데는 면세점 사업권과 검찰 수사무마 등이 있다. 특검으로서는 이들에 거는 기대가 상당히 크다. 다른 대기업들이야 두 재단에 출연을 한 정황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들 대기업은 직접적 뇌물죄 혐의가 있다. 때문에 이들에 대한 특검의 강도 높은 수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런 이유로 인해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이 다른 대기업 특히 일부 대기업들에게는 오히려 더 힘든 시기를 보내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이 부회장의 뇌물죄 혐의 적용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죄 혐의 기소를 이끌어내려던 특검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특검은 다른 계획을 세워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것은 결국 다른 대기업 총수들의 뇌물죄 혐의 적용을 입증해서 박 대통령의 뇌물죄 혐의 기소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는 결국 다른 대기업 총수들의 수사가 앞으로 상당히 높은 강도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는 비록 기각이 됐다고 해도 다른 대기업 총수들의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는 상황은 막아야 하는 입장이다. 다른 대기업 총수들의 구속영장 청구마저도 기각된다면 특검의 위상은 그야말로 땅에 떨어지게 된다. 때문에 특검으로서는 다른 대기업 총수들의 수사를 보다 강도 높게 할 가능성이 높다.

다른 대기업들도 이런 점이 가장 걱정스러운 일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다른 대기업들은 그야말로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특히 SK, CJ, 롯데 등은 삼성 다음이 자신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특검으로서는 이왕이면 다른 대기업 총수들에 대한 수사를 설 연휴 전에 마무리하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대기업들은 설 연휴 이후에 수사가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다. 그 이유는 설 연휴 동안 자신의 기업이 오르내리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대기업 총수들의 소환 조사 일정을 두고도 상당한 신경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검으로서는 설 연휴 전에 대기업 총수들의 수사가 마무리 돼야 박 대통령의 대면조사가 2월 초에 이뤄진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설 연휴 직전에 대기업 총수들을 줄소환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론을 살피는 대기업들로서는 가급적 설 연휴 이후로 늦춰지는 것을 바라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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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의 수사는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 혐의 적용이 가능할지 여부는 아직 두고 봐야 할 문제다. 결국 다른 대기업 총수들의 수사가 어떤 식으로 마무리되는지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법률대리인 측은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을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특검의 무리한 수사라는 점을 부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박 대통령 지지층에게는 이번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이 상당히 어필됐다고 볼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혐의가 없다’는 논리를 펼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박 대통령 지지층은 특검이 박 대통령에게 뇌물죄 혐의를 무리하게 적용시키려다 오히려 탈이 났다는 식으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하다. 따라서 박 대통령에 대한 견고한 지지는 계속 굳어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문제는 박 대통령이 과연 특검 조사를 받겠느냐는 것이다. 이미 박 대통령 법률대리인측은 특검이 야당 추천만으로 이뤄진 사람이라면서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됐다는 점을 최대한 부각시키고 있다. 즉, 야당이 추천한 인물이기 때문에 무리하게 수사를 하다가 결국 기각까지 당했다는 점을 최대한 부각시키려한다. 이는 특검의 수사 공정성을 의심하는 것이 된다. 만약 박 대통령이 특검의 수사 공정성을 언급하면서 특검 조사를 받지 않겠다고 한다면 특검은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 다시 말하면 박 대통령이 검찰의 수사에도 초반에는 수사를 받겠다고 했다가 공정성 논란을 일으키면서 결국 조사를 거부했다. 이번에도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을 문제 삼아 수사의 공정성을 제기하면서 대면조사를 받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박 대통령의 행동으로 봐서는 충분히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라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다. 박근혜 대통령 법률대리인 측은 뇌물죄 혐의 적용이 무리하게 이뤄졌다는 점을 최대한 부각시키면서 탄핵심판 절차를 최대한 늦추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뇌물죄 혐의 적용을 최대한 부각시키면서 헌법재판소에서 법리적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 법리적 공방을 벌인다는 것은 결국 탄핵심판 결정을 최대한 늦추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은 헌재의 심리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물론 헌재는 현재 탄핵심판 소송은 형사소송에 준용한다고 하면서도 형사재판은 아니라면서 박 대통령의 법률대리인 측의 주장이나 요구를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뇌물죄 혐의 적용이 다소 무리수가 있다는 식의 여론이 형성된다면 헌법재판소로서도 이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다. 때문에 여론전이 중요하다.

이런 이유로 인해 앞으로 이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 기각에 따른 여론전도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미 1월 21일 대규모 촛불집회가 계획돼 있다. 이에 따라 맞불집회 역시 열린다. 앞으로의 여론은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 기각에 따른 ‘무리한 수사’ 혹은 ‘유전무죄’로 나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무리한 수사 쪽보다는 유전무죄 쪽 여론이 다소 높다. 하지만 특검이 계속해서 헛발질을 할 경우 그에 따른 여론이 바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박 대통령 법률대리인 측은 이런 점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다. 또한 박 대통령의 지지층 역시 이런 점을 최대한 부각시킬 것이다.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과는 별도로 뚜벅뚜벅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앞으로 수사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죄 혐의 적용에 대해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이 부회장의 뇌물죄 혐의 적용 이외에도 다른 혐의들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특검이 이 부회장의 뇌물죄 혐의 적용보다는 다른 뇌물죄 혐의 적용을 갖고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특검의 칼날이 무뎌질 가능성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다. 특검이 아직까지는 국민적 여론을 등에 업고 있다. 따라서 특검으로서는 설 연휴 직전에 무엇인가 결실을 내놓아야 한다. 따라서 특검은 앞으로도 폭풍 몰아치는 수사를 강행할 가능성이 있다. 그야말로 수사 대상자들로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인해 오히려 더 긴장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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