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미선 칼럼니스트
·스토글 대표이사
·경찰교육원 외래교수 / 교보문고 독서코칭 전문강사 / 아동문학가

【투데이신문 윤미선 칼럼니스트】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는 비행기 기관 고장으로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한 비행사가 소혹성 B612호에서 왔다는 어린 왕자를 만나, 그와 나눈 이야기와 행동을 기록한 작품이다. 어린왕자가 지구에 오기 전까지 몇 몇 별들에서 만난 어른들의 세계는 비판적 성찰의 대상이 된다. 권력의 화신, 허영심이 많은 독단자. 무기력한 술주정뱅이, 욕심 많은 실업가, 의미 없이 살아가는 맹목적인 어른의 표상, 허황된 지식분자 등을 보면서 어린왕자가 본 이상한 어른의 세계는 자신들의 존재에 대한 의미도 모르고, 타인과의 진정한 관계도 맺기 어렵다. 자기 욕망으로 인해 타인에 대한 배려나 진정한 사랑이 결여된 상태에서 외로움과 불안정한 생활의 연속이다.

요즘 일어나고 있는 국정농단의 중심인물들을 보면서 어린왕자가 본 이상한 세계에 와 있는 듯한 생각이 든다. 대통령은 국민과의 관계는 단절하고 서로의 이권만을 나눌 몇몇의 측근들과 관계 맺기를 했다. 과거 어려울 때 도와 준 인연으로 도움을 받았으니 무슨 문제가 되느냐는 식의 대통령의 말에는 국민과의 관계보다 사적인 관계 맺기가 더 중요했던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었다. 잘못된 관계 맺기의 연장선에는 나라의 중책의 임무를 맡은 고위 공직자들이 비선실세의 농단에 발을 맞추며 국민의 주권을 팔아 사회를 마비시키는 최악의 사태가 일어나고 있는 안타까운 대한민국이다.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고 바로잡으려는 태도보다는 거짓에 더 거짓을 덮으려는 그들의 말에 더 이상 리더로서의 신뢰는 없다. 리더에게 말은 리더십의 또 다른 무기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파워를 지녔다. 강력한 파워를 지녔다는 것은 그만큼 파괴력도 강력하다는 뜻을 내포한다. 말 한마디로 리더의 신념이나 생각을 평가 받을 수 있는 있다. 그래서 국민들은 안타깝다.

어린왕자가 여우에게 친구가 되자고 할 때 여우는 대답한다.
“우리는 서로 길들여지지 않아서 친구가 될 수 없어.”
어린왕자가 묻는다.
“길들인다는 게 뭔데?”

여우가 말하는 길들인다는 의미는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다. 이렇게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서로가 특별한 존재가 되도록 헌신하고 보살피는 것이다. 여우는 다시 말한다. 길들인 것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국민이 뽑은 대통령은 국민과 함께 서로 길들여진 관계이다. 국민은 국민으로서의 책임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다 할 때 국민이 행복한 나라가 되는 것이다. 필자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퇴임식 연설 장면을 보면서 진정으로 국민을 사랑하는 리더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당신들을 위해 봉사한 것은 내 삶의 영광이었다. 당신들이 나를 좋은 대통령으로 만들어 줬다. 대통령으로 마지막 부탁을 하고자 한다. 변화를 이뤄내는 나의 능력이 아니라 바로 여러분의 변화능력을 믿어라. 나는 멈추지 않을 것이며 한 시민으로서 내 삶의 남은 시간을 여러분과 함께 거기 에 있을 것이다. 우리는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뤄냈다.”

유독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에는 “우리는”이란 단어가 많이 들어가고 반복해서 사용한다. 그가 말하는 “우리”라는 의미에는 너와 나에 대한 공통적인 분모를 찾으며 서로에게 길들여진 특별한 존재로 바라본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래서 대통령과 국민으로서의 책임을 함께 하자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영광이었다는 대통령.
좋은 대통령의 삶을 국민이 만들어 주었다는 대통령.
이젠 시민으로서 함께 하자는 대통령.

얼마 전 종영된 인기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의 마지막회의 명대사를 들으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대통령을 기대해 본다.

“홍운탁월” 구름을 그려 달빛을 빛나게 한다.
<홀로 빛나는 태양이 아닌 백성들 사이에 있을 때 비로소 빛나는 달빛과도 같은 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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