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투데이신문 이수형 기자】 택배노동자들이 휴게실은 물론 화장실에 휴지도 없는 전근대적인 근로환경에 처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5일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하 택배노조)이 지난 18일부터 23일까지 택배노동자 37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택배노동자 현장, 인권, 노동실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현장(터미널)의 개선 사항(복수응답)에 대해 묻는 질문에 응답자 75.7%(286명)가 ‘혹한기,혹서기 때 난로나 선풍기도 없이 야외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가장 많이 답했다.

뒤이어 ‘마음 편히 쉴 휴게실이 없다’(32.3%), ‘레일이 낡아 작업하기 힘들다’(27%), ‘화장실에 휴지가 없다’(21.7%), ‘지붕이 없어 비, 눈이 내릴 때 천막을 치고 일한다’(20.4%) 등 순이었다.

배송 중 고객(수취인)에게 받은 불필요한 요청에 대해 묻는 질문(복구응답)에 응답자의 80.4%가 ‘주소가 잘못 적혀 있어 다른 수령지로 배송을 요구받은 적이 있다’고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연락처가 잘못 적혀 있어 배송 시 애로 사항이 있었다’(79.4%), ‘잘못과 무관하게 욕설 등을 들은 적이 있다’(57.5%), ‘고객이 컴퓨터나 세탁기, 선풍기 등을 설치해 달라고 강요했다’(22%)는 등의 답변이 나왔다.

택배 노동자들은 경조사와 병가, 휴가 등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34.8%는 ‘경조사, 병가, 휴가를 써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11.6%는 병가를 써본 적이 없다고 했다. 즉, 절반에 가까운 택배노동자들이 아픈 것을 참고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회사가 아닌 주변 동료들과 상의해 경조사, 병가, 휴가를 처리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31%에 달했다. 이로 미뤄 볼 때 경조사 등 일이 있을 때 자신이 배송할 물품을 동료기사가 대신 배송해 준 것으로 보인다.

   
▲ <사진제공=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이번 조사 결과 택배회사의 갑질 행위도 드러났다. 현재 택배회사는 업무매뉴얼을 통해 계절별로 ‘회사 유니폼’을 어떻게 착용해야 할지 꼼꼼히 규재하고 있지만 택배노동자는 회사 유니폼을 자비로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일부 택배노동자는 개인 사유물인 택배차량에 도색하지 않으면 계약해지 등 불이익을 주겠다는 협박을 받기도 했다. 도색을 하면 차량가격이 떨어지지만 회사는 광고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럼에도 택배노동자들은 이에 따른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하고 사측의 요구를 묵묵히 들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택배노동자의 근무환경은 참담하지만 택배회사만 배불리기를 하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10년간 택배산업은 평균 13.2%의 성장률을 보였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택배산업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상승했다. 2016년 상반기 택배 매출액은 전년 동기에 비해 9.83% 증가한 2조2577억원으로 약 2000억원 증가했다. 그러나 택배 평균 단가는 매년 하향 곡선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에는 2392원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택배노조는 “대형택배회사는 매년 높아지는 택배물량으로 많은 수익을 얻고 있지만 택배 단가 하락에 택배 노동자들을 개인사업자로 내몰아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근무환경을 조성해야 할 책임조차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