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강의전담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도깨비”라는 드라마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오늘 칼럼의 제목인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는 그 드라마의 원래 전체 제목이다. 이 드라마를 방영한 tvN 측의 프로그램 설명은 간단하다.

불멸의 삶을 끝내기 위해 인간 신부가 필요한 도깨비, 그와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 기억상실증 저승사자. 그런 그들 앞에 ‘도깨비 신부’라 주장하는 ‘죽었어야 할 운명’의 소녀가 나타나며 벌어지는 신비로운 낭만 설화.

이 드라마는 역사와 설화를 아우르면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드라마이다. 도깨비(공유 분)가 영원불멸의 존재이며, 마지막으로 도깨비가 된 나이인 서른 아홉 살에서 더 이상 늙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도깨비가 된 고려 무장 김신이 사망한 고려 말부터 시작해서 철종 12년, 그리고 현대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고려 무장 김신, 고려 왕인 왕여(나중에 도깨비와 동거하는 저승사자가 된다. 이동욱 분) 모두 허구의 인물이다. 그러나 시대적 배경 자체는 고려시대와 조선시대를 아우르면서 도깨비가 영원불멸의 존재임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도깨비 관련 설화도 드라마 전개에 양념처럼 등장한다. 도깨비 방망이 대신 “물로 된 검”이 등장하고, 파란색의 도깨비불을 내뿜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한다. 그리고 드라마 속 도깨비는 문 하나만 열면 전 세계를 다닐 수 있다. 날씨를 관장해서 비와 눈을 부르거나 날씨도 좋게 만들며, 도깨비가 다녀간 가게는 장사가 크게 성공한다. 또한 도깨비는 특유의 장난꾸러기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드라마에서 도깨비도 역시 사람들에게 장난을 치고, 때로는 부주의한 모습으로 자신이 도깨비라는 것을 들키는 장면도 연출한다.

도깨비가 살고 있는 도깨비터가 신령스러운 지역이라는 것 역시 우리나라 설화에 종종 등장하는 이야기다. 그래서 도깨비신부(김고은 분)가 위기에 처해 있을 때 도깨비가 사는 집으로 피신한다. 사람들이 죽은 후에 저승사자의 인도에 의해서 전생의 기억을 잊고, 저승의 판관에게 재판을 받은 후 지옥이나 천국, 혹은 인간으로 환생한다는 이야기, 그리고 태어나자마자 죽은 영혼이나 전생에 큰 죄를 지은 사람이 저승사자가 된다는 이야기는 우리나라 죽음관에서 널리 퍼져있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귀신들은 그들의 한이 풀리지 않으면 계속 구천을 떠돌면서 귀신을 보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한을 하소연하거나,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사람들에게 계속 장난을 친다. 드라마 속에서도 도깨비신부는 귀신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고, 그 귀신들이 바라는 것을 들어주며, 그 소원을 들어주면 저승으로 떠난다.

이렇게 역사를 적절히 배경으로 사용하면서, 전통적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설화의 모티브를 드라마 속에 담는 동시에 드라마 “도깨비”는 이러한 것들의 현대적 재해석도 잊지 않았다. 기존에 뿔이 달리거나 눈이 하나인 도깨비의 모습은 배우 공유가 분하는 멋진 모습으로 등장한다.
도깨비가 ‘금 나와라, 뚝딱!’이라고 말하면 금덩이가 쏟아져야 되는데, 금괴에 새겨져있는 일련번호 때문에 그것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저승사자 역시 여전히 창백한 얼굴이지만, 검정 도포와 큰 갓 대신 검정 정장과 멋진 검정 중절모를 쓰고 있는 키 크고 잘생긴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현실의 저승사자는 집을 빌려야 되고, 사람들이 많이 죽을 때가 되면 정신없이 야근에 시달려야 되며, 망가진 가전제품을 보면서 불평한다. 저승사자가 있는 곳에서 분단으로 인해 70여년을 헤어진 부부가 만나는 장면, ‘이 회사는 모든 직원들의 회사입니다.’라고 말하는 장면, 자신이 부리던 운전기사와 같은 차를 마시는 것에 불만을 품는 회장에게 저승사자가 일침을 놓는 장면은 분단, 갑의 횡포 등 현대 사회의 주요 문제를 담고 있다. 그리고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인 도깨비신부가 학교에서 당하는 집단 따돌림, 함량 미달 교사의 가정환경에 따른 학생 차별 등의 문제도 요즈음의 중요한 사회 문제이다.

역사와 설화를 잘 담아내면서 현대적으로 해석한 동시에 현대 사회의 문제도 담아내면서 시공을 뛰어넘는 애절한 사랑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도깨비”는 역사 속에 사라졌다. 어쩌면 지상파에서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는 장년층을, tvN과 같은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하는 드라마는 청소년과 청년층을 주요 시청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드라마를 보는 계층의 분리가 아예 채널의 분리로 나타나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예전에는 텔레비전이 세대 사이의 소통과 대화를 막는 대상으로 치부됐지만, 이제는 텔레비전 드라마가 소통과 대화의 주요 소재가 되는 시대가 됐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개개인이 한 손에 쥐고 몰입할 수 있는 수단이 생긴 것도 큰 몫을 차지할 것이다. 설 명절을 맞이해서 함께 드라마를 보면서 드라마 속에서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명절을 보내는 좋은 소통의 방법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