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살아 있는 것의 경제학> 저자 우석훈 경제학자

   
▲ 우석훈 경제학자 ⓒ투데이신문

청년 보는 시각, 문제 있다 느껴 책 집필
한국 경제, ‘늙은 숲’과 동일한 문제 직면
대기업 사이서 스타트업 성장 불가능한 현실

임금 삭감‧정년 연장, 결국 청년 희생 필요
한국 청년, 자라지 못하는 식물과 같은 신세
국민 학력수준 비슷해지니 세대간 갈등 시작

다음 세대 돈 털어 내는데 집중하는 한국 경제
청년 경제 회복 위한 해결책 마련‧시행 시급
세대간 연대·이중배당 통해 최소한의 삶 보장해야

【투데이신문 박지수 기자】 ‘88만원 세대.’ 이는 10년 전 책 <88만원 세대>가 출간된 이후 많은 사람들이 청년들을 가리켜 불렀던 말이다. 88만원 세대란 말 그대로 청년들의 월급이 88만원이란 뜻을 가지고 있어 청년들의 어려운 삶을 대변하는 말로 지금까지 쓰이고 있다.

최근에는 ‘채무 세대’라는 말이 등장했다. 한국 청년들이 88만원 세대도 못되는 것이다. 한국신용정보원이 지난해 6월 말을 기준으로 국내 19세 이상 대출보유자 1800만여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생활비, 학자금 대출 등으로 발생한 청년 1인당 부채는 4000만원으로 2012년과 비교했을 때 1200만원(45.2%) 늘어난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연간 고용 동향’에 따르면 29세 이하의 청년실업률은 9.8%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과연 청년이 이토록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10년 전 <88만원 세대>를 펴냈던 우석훈(49) 경제학자는 또 다시 청년들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그 결과, 그는 늙은 경제에 갇힌 청년들을 보게 됐다고 한다. 곧 늙은 숲에서 새로운 식물이 자라는 데 어려움이 있듯 2007년 절정기 이후 늙어버린 한국 경제 역시 청년들이 더 나아지기 힘든 정책만을 시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점을 들어 우석훈 경제학자는 최근 책 <살아 있는 경제학>을 펴냈다. 우석훈 경제학자는 이번 책에서 한국 경제를 숲이라는 관점에서 들여다봤으며, 청년들을 그 안에서 아직 꽃 피우지 못한 홀씨로 봤다. 또 청년들이 무너지고 있는 원인으로 장년층과 청년층 간 대립을 꼽았다.

<88만원 세대>를 통해 세상에 처절한 청년들의 임금 현실을 알린 우석훈 경제학자. 그가 <살아 있는 경제학>을 통해 또다시 사회에 알리고자 하는 청년 경제는 무엇일까. 또 지난 10년 동안 청년 경제는 어떤 모습으로 변했을까.

지난달 23일 <투데이신문>은 우석훈 경제학자를 만나 그 해답과 함께 더 나은 청년 경제를 위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10년 만에 다시 펜을 들다

Q. <88만원 세대> 이후 10년 만에 청년 경제 문제를 다룬 책을 펴냈다. 소감이 어떤가.

<88만원 세대>를 펴내며 예상했던 일 중 일부는 이미 실현됐고, 다른 몇몇 부분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하게 전개되고 있어 이번 책을 쓰는 내내 씁쓸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책을 쓰는 동안 청년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그리고 희망이 아직까지는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어서 앞으로의 10년을 기대하는 마음도 든다. 따라서 이번 책에서는 더 이상 청년들의 처절한 삶을 두고만 봐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청년들의 삶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담았다.

Q. 책을 펴내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그동안 꾸준히 <88만원 세대 개정판>에 대한 요구가 있었지만 책을 펴낼 마음은 없었다. 어려워진 청년들의 삶을 기계적으로 나열하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것을 꼭 책으로 봐야 할까, 그리고 책으로 보지 않아도 주변을 보면 금방 다 알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런데 19대 국회에서 여당과 야당이 모두 만든 ‘청년발전기본법’을 살펴본 후, 책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청년발전기본법은 20대 청년들을 교육 훈련의 대상으로 보고 이를 지원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발전이라는 개념은 미성숙을 전제로 하고, 무언가 가르쳐서 더 배워야 하는 대상에게 전제하는 것인데 청년들을 교육 훈련 대상으로 보는 것이 과연 옳은 관점인지 의문스럽다. 이 법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지만 이 법안의 내용을 통해 청년을 마치 청소년 보듯 하는 우리 사회의 시각을 느낄 수 있었다. 이에 사회의 시각을 바로잡아야겠다는 마음으로 다시 책을 펴내게 됐다.

Q. 이번 책을 쓰기 위해 자료조사 등 준비는 어떻게 했는지 궁금하다.

이전부터 갖고 있었던 자료를 많이 활용했다. 이와 함께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청년들을 만나 자료를 더 모았다. 여러 청년 단체를 통해 청년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또 각 기관에서 실시한 여론 조사를 참고하기도 했다.

Q. 책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가.

한국 경제는 자식과 부모 세대를 치킨 게임에 몰아넣고 있다. 현재 청년층과 장년층은 일자리 문제, 임금 문제 등으로 대립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40~50대가 자신들의 이익만 쫓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인 청년들을 위한 정책에도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다면 청년들은 조금 숨통을 틀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책에서는 40~50대가 청년들에게 양보를 함으로써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고, 청년들이 살 수 있는 길이 생긴다는 점을 전하고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

<88만원 세대> 그 후 10년

Q. <88만원 세대> 이후 지난 10년 간 청년 경제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

세대교체가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스타트업, 즉 청년들이 성장할 수 없는 구조가 된 것이다. 정부와 대기업에서는 청년들이 대부분 대표로 있는 스타트업을 지원해주겠다고 말만 할 뿐 해주는 게 없다. 오히려 최근 대기업들은 습관적으로 스타트업의 기술을 탈취하고 있다. 청년들에 대한 기회가 균등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개선의 필요성만 제기되고 있을 뿐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가장 중요한 출세 조건이 부모의 재력, 사회적 지위 등인 것만 봐도 기회가 절대 균등해질 수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현재는 청년들이 겪고 있는 갖가지 문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해결할 수 있는 조금 더 특별한 접근이 필요한 때다.

Q. 지난 10년 간 보수가 집권했다. 이명박근혜 시기를 평가한다면.

이명박(MB)정부는 ‘청년 폭망’의 시대라고 말하고 싶다. MB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한다며 두 가지 일을 추진했다. 하나는 ‘대졸 초임 삭감’, 또 하나는 ‘4대강’이다. 대졸 초임 삭감은 일자리를 나눠야 한다면서 대졸 초임을 삭감한 제도다. 주로 정부 출연기관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대졸 초임을 20~30% 삭감하고, 그렇게 생겨난 여유분으로 청년들을 더 뽑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실제로 청년들을 더 많이 채용하지도 않았으며 누가 봐도 좋은 회사라고 하는 곳에 입사한 청년들은 자신의 연봉을 정작 부모들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끙끙거리는 일이 벌어졌다. 결국 죽어라고 경쟁을 뚫고 남들이 인정하는 좋은 곳에 취업한 청년들조차 결혼과 출산을 계획하기가 어렵게 돼 버렸다. 청년들의 삶을 4대강과 맞바꾸는 사기 행각이 벌어진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청년을 위해서’라는 새로운 목표를 내걸기 시작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한국에서 어느 청년이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싶겠으며 어느 청춘이 온갖 불합리한 처우와 박봉을 받는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 뻔한 파견직을 원하겠는가. 그런데 비정규직 일반화와 쉬운 해고가 핵심인 ‘노동개혁’을 추진하면서도 노동개혁을 통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는 점만 강조했다. 이 노동개혁은 결국 시행되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는 이른바 ‘최순실 효과’를 봤다. 노동개혁 등으로 비정규직은 훨씬 늘어날 예정이었는데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로 박근혜를 정신없게 한 최순실 덕에 박근혜 정부가 하려 했던 제도를 결국 시행하지 못했다. 이는 청년들을 위한 관점으로 본다면 최순실이 무조건 부정적인 효과만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살아 있는 것의 경제학’과 ‘청년 경제’

Q. ‘살아 있는 것의 경제학’이란 어떤 의미인가.

경제학을 생명체로 보자는 뜻을 담고 있다. 물체에는 노화가 없는 반면, 살아 있는 생명체에는 노화 현상이 생기고 아프기도 하고 대부분의 경우는 수명이 되면 소멸하고 다시 생산된다. 이와 같은 관점으로 볼 때 한국 경제 역시 2007년부터 2016년 사이 노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새롭게 출발하는 스타트업 등은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이 된 것이다. 2007년 한국 경제가 클라이맥스를 맞이하면서 풍요로움의 절정을 이룬 이후, 세대 간 생활과 문화 방식의 차이가 어느 나라보다도 극명하고 가장 크게는 각 세대가 처한 경제 상황과 여건이 서로 충돌하는 구조를 갖는 등 한국 경제는 노화됐다. 빠르게 성장해온 한국 경제는 그 발전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따라서 점차 늙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 시스템 안에서 현재 청년 경제가 어떤 모습인지 책을 통해 소개했다.

Q. ‘살아 있는 것의 경제학’과 ‘청년 경제’ 간 어떤 연관성이 있나.

앞서 말했든 한국 경제는 늙어 버렸다. 이러한 한국 경제를 책에서는 숲의 성장과 극상(클라이맥스), 천이(시스템의 변화) 등을 다루는 숲 생태학에 비유했다. 늙어 버린 한국 경제와 늙은 숲이 갖는 문제가 동일하기 때문이다. 태양빛을 가로막고 있는 키 큰 음지식물들에 의해 이끼 정도만 살아남을 수 있는 늙은 숲처럼 한국 청년들 역시 늙은 경제에 갇혀 성장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또 식물들은 일단 뿌리를 내리면 움직일 수가 없다. 그래서 식물은 잘못 태어나면 한마디로 ‘이생망’, 이번 생은 망한 것이 된다. 현재 한국 청년들 역시 한국에 뿌리를 두고 살면서 변화를 추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 우석훈 경제학자 ⓒ투데이신문

대립 관계에 놓인 청년-장년

Q. 현재 한국 경제 상황 어떻게 보나.

계속해서 한국 경제 상황을 숲에 비유를 한다면 현재 한국 경제는 숲 속 식물의 종자가 땅에 떨어질 경우, 온갖 힘들이 어떻게든 그 종자의 영양분을 빨아먹으려고 기를 쓰고 달려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숲에 있는 나무의 뿌리들은 토양을 거대한 미생물 배양소처럼 만들고 새로 떨어지는 종자는 스스로 노력하지 않아도 그 생물들의 네트워크 속에서 또 다른 나무로 자라날 여건을 가지게 되는데 현재 한국 경제는 이와는 다른 모습이다. 즉 요람에서 무덤까지, 영유아 시장부터 대학 졸업 후의 취업용 사교육까지, 그야말로 악을 쓰고 어떻게든 다음 세대의 돈을 한 푼이라도 더 털어 내려고 하는 것이 한국 경제다. 자녀를 축으로 하는 ‘인질경제’가 극한에 도달한 것이 한국 경제라는 말이다.

Q. 청년층과 장년층을 대립 관계로 보는 것인가.

그렇다. 청년층과 장년층은 서로 대립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박근혜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시행했던 ‘정년 연장’은 결국 청년들의 일자리 진입을 막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구성원 대다수가 장년층인 정부, 각 분야 전문가들은 자연스레 장년층을 위한 정책을 시행하는데 힘쓰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정년 연장 등 장년층과 관련된 정책은 바로 시행이 되는 경우가 많다. 임금이 삭감되는 등 청년들의 희생이 뒤따른다는 것을 모두가 알면서도 장년층을 위한 정책 시행에는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Q. 지금과 같은 청년 경제 문제는 이전부터 존재했나.

청년 경제 문제는 최근 들어 생겼다. 갑자기 생긴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국민 학력이 전체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여성의 경우 소학교도 마치지 못할 정도로 학력이 낮았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에게 기회가 많고 고졸자들이 공기업에 입사했다. 그런데 70년대 이후 교육이 평준화 되고 국민들의 학력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서로 조건이 같아지니 갈등이 생긴 것이다.

   
▲ ⓒtvN 드라마 ‘미생’ 영상 캡쳐

청년에게 미생이라는 딱지를 붙인 나라

Q. 한국 청년들의 현재 경제 상황은 어떤가.

현재 청년들의 경제 상황은 투표에 대한 청년들의 생각만 봐도 알 수 있다. 최근에 만난 20대 청년들은 알아서 투표할 테니 투표하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투표 독려에 대한 청년들의 반감에는 정당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청년들이 정부가 하는 정책이나 정당이 내놓은 정책의 의미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실현될 가능성이 없는 것들을 내놓고는 청년들에게 표를 호소하다가 투표가 끝나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공약으로 내걸었던 청년 경제 문제를 더 이상 언급하지 않는 습관적 반복에 대해 불신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투표에 대한 의지를 보인 10년 전과 다른 모습이다. 이를 볼 때 현재 청년 경제, 이보다 더 낮은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주 낮은 수준이다.

Q. 청년 경제를 위해 앞장설만한 정치인은 없나.

없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청년을 대표하는 정치인 역시 과거보다 더 줄어들었다. 또 청년 의원이 1~2명 존재하는 걸로는 지금의 청년 경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청년 경제를 위해 힘쓰는 사회적 흐름이 있어야 해결 가능하다.

Q. 비정규직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 기업 역시 청년을 미생으로 대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같은 일 혹은 유사한 일을 오래 해야 해당 업무 관련 지식을 쌓을 수 있다. 일이라는 공통점이 있지, 서로 아무런 유사점을 찾을 수 없는 여러 일을 하면 지식이 축적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몇 명의 전문가를 제외하고는 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생이다. 우리나라는 정규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하는 기간이 짧은 비정규직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로써는 당연히 지식을 쌓을 수 없다. 프랑스와 독일의 경우, 비정규직 사용을 허용하는 분야를 지정한다. 수출 관련된 업무, 영화제 관련된 업무 등이 그 예다. 이 외에는 비정규직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년들을 비롯한 비정규직 노동자를 미생으로 보고, 지식경제를 논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Q. 청년 경제 악화로 인해 발생될 수 있는 한국 사회 문제가 있나.

단기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는 내수 부족이다. 그런데 장기적으로는 지식경제로의 전환이 불가능하거나 가능하더라도 시기가 지연된다. 청년들이 비정규직으로 회사에 취업하거나 카페 등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상황에서 어느 날 갑자기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힘을 갖기는 어렵다.

Q. 청년들의 삶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임금, 일자리 등이 최소한 얼마나 확보돼야 할 것으로 보는가.

결혼을 생각하는 경우, 1인당 월 208만원은 돼야 한다. 208만원도 만족할 만한 임금 수준은 아니다. 최저시급 1만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 월 208만원이 나온다. 최저시급 1만원이면 너무 높은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는데 결코 높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가 남녀가 결혼을 할 경우, 둘이 합쳐 416만원인데 이는 도시 평균 수준이기 때문이다. 도시 평균 연봉은 4000만원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청년을 위한 답은 무엇인가

Q. 우리 사회는 어려움에 처한 청년들을 어떻게 보듬어야 할까.

정원사의 마음을 갖고 바라봐야 한다. 정원사는 자신이 죽으면 정원에 있는 풀, 꽃이 죽을까봐 걱정스러워한다. 식물을 돌보기 위해 어떻게 해서든 건강을 챙긴다. 그러나 정원사가 아닌 다른 사람들은 크고 화려한 식물도 아닌,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식물들을 돌보겠다고 하는 정원사를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다. 그만큼 정원사만 알아보는 식물의 아름다움, 가치가 있다. 정원사처럼 우리 사회가 자라는 작은 것들, 즉 청년들의 가치를 알고 가꾸는 마음으로 청년들을 대한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청년들의 앞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 ⓒ게티이미지뱅크

Q.청년 경제 해결책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정치는 교착돼 있고, 청년들은 무기력하고 경제는 늙어 간다. 그러나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 사이의 세대 간 연대, 이것은 아직 우리가 실험해 보지 않은 영역이다. 그런데 최근 20대 청년들의 공공부문 일자리를 높여야 한다는 내용과 관련, 50대 지지율이 높은 점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청년과 관련된 정책이라도 50대들이 동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었다. 양 세대가 충분한 논의를 거친다면 지금의 청년 경제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미래를 위해 투자가 필요한 산업에 더 많은 청년들이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또 하나의 청년 경제 문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이를 가리켜 경제학 용어로는 ‘이중배당’이라고 부른다. 이중배당은 꼭 필요한 산업에 투자를 한 이후 예상하지 않은 또 다른 이익이 생기는 경우, 투자에 대한 배당금을 중복으로 받았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미래에 투자하려다 보니 청년 고용이 늘어나는 경우 혹은 청년 경제에 투자하다 보니 미래 산업에 도움이 되는 경우에 이중배당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다.

Q.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을 통해 이중배당을 이끌 수 있는 산업 분야가 있다면.

청년 경제를 위해 필요한 요소들과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변화들이 겹치는 영역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10년 전에도 했었는데 본격적으로 분석해 보니 생각보다 그런 분야가 많이 있다. 농업, 에너지, 문화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농업의 경우, 청년들에게 지원되는 ‘청년농업직불금’은 고령화로 인해 부족한 농업 인력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우리농산물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이다. 특히 농업에서 사용되는 원료, 비료, 시설 등에 들어가는 지원금을 사람에 대한 지원금으로 전환하고 이를 청년에게 더 많이 할당한다면 결국 농촌의 미래, 청년의 미래가 지금보다 밝아질 것이다.

   
▲ 우석훈 경제학자 ⓒ투데이신문

Q. 청년들 스스로 자신들의 권리를 쟁취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고전적인 방식인데 단체를 만들 수밖에 없다. 개인이 하는 일, 인터넷 카페 등은 지속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보통 단체 운영에 드는 회비가 만 원 정도인데 사회적 성과는 회비보다 훨씬 높다.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절대 버리는 돈이 아니다. 구성원 수가 많지 않아도 괜찮다. 참여연대도 인원수가 그리 많지 않은데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끌고 있다. 그런데 청년 수를 보면 참여연대보다 10배 이상 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그만큼 사회적 성과 역시 훨씬 높을 것이다.

Q. 마지막으로 덧붙일 말씀이 있다면.

지난 10년 간 청년이 약해진 것이 아니다. 누가 더 나쁘고, 누가 더 거칠다는 식으로 어깨싸움을 하면서 살아온 한국의 장년 남자들 틈에서 청년은 자연스레 뒤로 밀려나고 있는 것일 뿐이다. 현재 한국에서 가장 어려운 집단은 청년층이다. 정책적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사회적 의제 설정에서도 후순위가 된다. 결론적으로 한국에서 청년층은 가장 너그럽고 이해심 많은 집단이 됐다. 그런데 청년이 다른 이익집단과 다른 점은 우리의 ‘공동의 미래’라는 점이다.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우리는 공동의 미래를 함께 가꿔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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