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넷마블 노동자의 돌연사, 우연인가 필연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 열려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 ‘넷마블 노동자의 돌연사, 우연인가 필연인가?’라는 주제로 게임산업 노동환경 실태와 개선과제에 대해 알아본 토론회가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에는 정의당 이정미 의원을 비롯해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최민 상임활동가, 노동자의미래 박준도 정책기획팀장, 노동시간센터 김영선 연구위원, 고용노동부 송범식 서울관악지청 근로개선1과장, 서울근로자건강센터 정최경희 센터장, 한국정보통신산업노동조합 박상규 대의원, 게임개발자연대 김환민 사무국장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먼저 인사말에 나선 이정미 의원은 게임업계 노동환경 실태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이 의원은 “그동안 게임은 한없이 가혹한 노동을 통해 만들어졌다. 최첨단 콘텐츠 산업이라지만 실상은 산업화 수준으로 노동자들을 소모해 끌어왔다”라며 “업계 1위라는 넷마블에서 노동자 3명이 돌연사 했다. 1위인 넷마블이 이러면 업계 전체가 어떤지는 안 봐도 알 수 있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넷마블이 개선안을 급하게 내놨지만 이는 집에서 일하라는 의미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총 노동시간을 줄이는 근본대책 없이 근무시간을 변경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그렇게 한다고 구로의 등대가 꺼질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등대는 바다에 있는 것이다. 더 이상 구로나 판교 같은 도심에 있어선 안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람들을 끊임없이 소모시키는 노동환경에서 벗어나야 게임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갖고 게임산업의 노동환경을 바꾸고 대한민국의 장시간 노동환경을 개선할 법안을 만들어나갈 것”이라며 인사말을 마무리했다.

뒤이어 발제에 나선 한국노동안전보건소 최민 상임활동가는 넷마블 전·현직 종사자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대해 발표했다.

최 활동가는 “넷마블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이 게임산업 전반보다 더 긴 것으로 드러났다”며 “노동자의 20.18%는 주 52시간 이상 근무했고, 6.53%는 60시간 초과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노동자들이 낮은 임금을 받고 인센티브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것도 문제점으로 조사됐다”라며 “임금근로자 중위값은 8870 미만을 받는 비율은 22%였고 절반 이상이 휴가나 휴일 및 연장근무 수당은 지급받지 못했다. 또한 노동시간이 길어질수록 역설적으로 시간당 임금이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인센티브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도 46%나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러한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연속 노동 시간에 제한을 두고, 퇴근과 다음 출근 사이에 일정한 휴식 시간을 보장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노동자의미래 박준도 정책기획팀장

다음으로는 노동자와미래 박준도 정책기획팀장이 서울데이터산업단지 IT노동자의 노동환경에 대해 설명했다.

박 팀장은 “서울단지 IT노동자의 노동환경은 ‘청년노동의 암울한 미래’라고 할 수 있다”며 “무늬만 정규직일 뿐 노동조건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단지는 20~30대 청년고용 비중이 높은 산업단지로 서울의 청년노동이 집중된 대표적인 산업단지이지만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2015년 현재 13.5%가 최저임금도 못 받고 일하고 있다. 아무리 ‘열정 페이’라고 해도 법정최저임금도 주지 않고 밤늦게까지 연장근로를 시키는 무료노동 무급노동은 심각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용도 지극히 불안해 보인다. 정규직이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이는 근로계약관계로서의 정규직만 늘어났을 뿐, 실질적인 고용안정과는 아무 상관이 없어 보인다. 1년 이하의 초단기근속자 비중은 여전히 40%를 웃돌고 있으며 5년 이상 장기근속자는 도리어 줄어들어 205년 5%로 안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가장 대표적인 청년노동 분야인 IT업계가 암울하다는 건, 오늘날 청년노동자들이 왜 절망에 빠질 수밖에 없는지를 잘 대변하는 것”이라며 “서울단지는 대표적인 청년일자리가 몰려있는 산업단지다. 서울단지가 청년노동의 미래가 될 것인지, 무덤이 되고 말 것인지 갈림길에 서 있다. 지역사회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 노동시간센터 김영선 연구위원

그 다음으로는 노동시간센터 김영선 연구위원이 발제에 나섰다. 김 연구위원은 현재 게임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갑작스럽게 개발자들이 돌연사한 이유가 무엇인가. 이는 장시간 노동이라는 만성적인 위험에 새로운 위험 요안들이 덧대지면서 발생한 사고라고 유추할 수 있다”며 “게임업계의 장시간 노동은 ‘살인직’이라고 표현될 정도로 악명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크런치 모드’라는 말이 있다. 이는 땅콩 크런치 같은 먹을 것이나 복근운동법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업계 은어로 마감일을 맞추기 위해 길게는 수개월 동안 야근과 밤샘을 반복해야하는 일 패턴을 말한다. 업체들이 오명이라고 말하는 ‘판교의 등대’, ‘구로의 등대’, ‘오징어 잡이 배’라는 표현은 게임업계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상징어”라고 비판했다.

김 연구위원은 “게임업계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먼저 돌연사 사례 업무관련성 평가, 해당 사업장 역학조사가 필요하다. 2016년 게임개발 노동자들의 잇따른 과로사, 과로자살(추정) 사건을 이제라도 조사하고 업무관련성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 서울관악지청 송범식 근로개선1과장은 게임개발 노동자들의 환경이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송 과장은 “오늘 발표문은 준비하지 못했다. 오늘 이 시간을 빌어 게임개발 노동자들의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 지 들을 수 있었다. 이를 고용노동부 본부에 알려서 지금의 환경을 개선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짧게 말했다.

서울근로자건강센터 정최경희 센터장의 발언이 이어졌다. 정 센터장은 국내 유명 모바일게임업체 넷마블의 연속된 사망사건에 주목했다.

그는 “2016년 구로동에 위치한 한 게임기업체에서 사망사건이 3건 발생했다. 1건은 자살이고 2건은 돌연사로 알려졌다”며 “그런데 사망사건과 해당 기업체의 노동환경에 대해서는 정보가 부족하다”며 현 세태에 대해 비판했다.

정 센터장은 “사망사건과 그 원인에 대해 이해, 이에 따른 대책 마련을 위해서는 정확한 조사가 시급하다. 또한 이후 사업장에서 발생한 돌연사에 대해서는 경찰청과 공조 체계를 마련해 사업장 역학조사가 이뤄지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족이 사측과 합의해 사건을 무마하고 처리했다고 해서 이를 사적인 사건으로 볼 수 있는가. 만약 작업과 관련된 요인이 사망위험을 높였다면 이러한 위험은 그 업무에 남아 종사하고 있는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상존해있으며, 이들에게 높은 사망위험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그러므로 유족과 사측의 합의 여부에 관계없이 사업장에서 발생한 돌연사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그 원인을 조사하고 만약 작업환경에 문제가 있다면 이에 대한 적절한 개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곧바로 한국정보통신산업노동조합 박상규 대의원의 발언이 이어졌다. 박 대의원은 넷마블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했다.

그는 “넷마블은 6일 지난해 연간매출 1조5061억원, 영업이익 2954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40.4% 늘었고 영업이익도 31.3% 증가했다고 기사가 났다. 반면 ‘구로의 등대’라고 불리는 넷마블에서 지난해 3명의 게임 개발자가 죽었다”며 “개발자들은 죽어나가는데 넷마블은 엄청난 수익을 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의원은 “무슨 위험물 처리반도 아니고 사무직이라 할 수 있는 게임 개발사에서 한 해에 3명이나 사람이 죽어나가냐, 더 이상의 죽음은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IT노조는 노동부에 넷마블에 당장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할 것을 요청한다. 게임 개발자들이 초장시간의 살인적인 노동 강도에 처해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라며 “당장 3명의 넷마블 게임 개발자들의 죽음과 업무연관성을 규명하는 작업부터 실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의당 이정미 의원

마지막으로 발제에 나선 게임개발자연대 김환민 사무국장은 넷마블이 지난 8일 내놓은 개선안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김 사무국장은 “넷마블에서 이제 야간 및 주말근무를 없애고 퇴근 후 메신저 등을 통한 업무 지시도 금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잡힌 일정들을 소화하려면, 성공의 흐름을 계속 이어가려면 근무 시간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해법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며 “노동집약적 작업의 외주화가 증대될 수도 있고 시간당 비용이 증가한 직고용 정규직의 비용을 축소하려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또한 직원들의 건강 상태를 더욱 자세하게 검진할 수 있도록 종합병원의 종합 건강 검진을 전 직원에게 확대 실시하겠다고 하지만 직원의 신체적, 체력적 상태가 인사평가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장담하기 힘들다”며 “이 또한 회사가 전체 정보를 독점하게 된다면 통제의 수단으로 전락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넷마블은 같은 달 8일, 야근과 주말근무를 없애고 탄력근무제를 도입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일하는 문화 개선안’을 발표, 오는 13일부로 이를 전면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개선안에 따르면 앞으로 넷마블에서는 야근과 주말근무가 없어지고, 퇴근 후 메신저를 통한 업무지시도 금지된다. 또한 24시간 온라인 게임 서비스를 하는 업무 특성상 서비스 장애나 정기점검, 업데이트 등 고객 서비스를 위한 불가피한 경우를 감안해 탄력근무제도를 도입하고 이를 통해 대체휴가 및 근무시간 조정도 가능하게 된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