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송파 세모녀 사건 3주기-복지 사각지대 피해당사자 증언대회

   
▲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최소미 기자】 ‘송파 세모녀 사건’이 발생한지 3년이 지났으나 여전히 근본적인 빈곤문제 해결이 되지 않고 있어 더욱 현실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는 10일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의실에서 ‘송파 세모녀 3주기 복지 사각지대 피해당사자 증언대회’를 열고 국내 복지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는 피해자 및 관계자들의 증언을 통해 현 복지정책을 지적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증언대회의 사회를 맡은 권 의원을 비롯해 홈리스행동 박사라 활동가, 동자동사랑방 김호태씨 등이 증언자로 나섰다.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은 발제자로서 박근혜 정부의 빈곤정책과 송파 세모녀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한 국회 양승조 보건복지위원장과 빈곤사회연대 박경석 공동대표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양승조 위원장은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부실했기에 가난이 죽음으로 이어지는 일이 끊이지 않았다. 가슴 아픈 송파 세모녀 사건 이후 법이 개정됐지만 비극은 계속되고 있다. 이는 사회적 타살이고 국가가 방기한 죽음”이라며 “복지 사각지대에 처한 많은 이들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경석 대표는 “재정기초생활보장제도는 실패했다. 가난한 이들이 잘못된 복지제도 때문에 죽어갈 때 재벌기업과 정치인들의 비리가 터져나왔다”며 “사람을 사람답게 살게 해주는 게 정치다. 20대 국회가 힘없고 약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모아 희망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먼저 부양의무자 제도로 인해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신청에서 거절당한 피해자들의 영상 인터뷰 증언이 소개됐다.

가족이 국가에 우선해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신청자를 부양해야 한다는 취지의 ‘부양의무자 제도’는 기초생활수급권자가 되려면 부양의무자(가족)가 없거나, 혹은 있더라도 부양받을 수 없는 사정을 입증해야 한다는 제도다. 그러나 이는 부양의무자의 실제 부양 여부와 무관하게 산정된다는 점 때문에 여러 시민단체들의 반대를 받아왔다.

2000년부터 기초생활수급을 받던 50대 남성은 이미 오래 전 연락이 끊긴 딸이 취업됐다는 이유로 수급권자에서 탈락됐다. 그는 “딸로부터 실질적인 부양을 받지 않는다고 사회보장과에 몇 번 전화를 했으나 법 때문에 안 된다는 답뿐이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간질과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30대 김모씨는 부모와의 갈등으로 인해 홀로 상경한 후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신청을 했으나 거절당했다. 부모가 부양의무자 금융정보 제공동의서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김씨는 “부모와 가끔 통화할 뿐 실질적 부양은 받고 있지 않다. 어렵게 홈리스들을 위한 일자리인 빅이슈 잡지판매업을 시작했으나 번 돈의 절반 이상이 주거비로 나가고, 실질적 생활비는 매우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 홈리스행동 박사라 활동가 ⓒ투데이신문

홈리스행동 박사라 활동가는 노숙인이 긴급복지지원제도를 신청할 경우 발생하는 어려움과 노숙인들이 직면하는 현실에 대해 고발했다.

그는 긴급복지지원제도에 대해 “금전적 지원에 앞서 주거를 먼저 확보하게 하고,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지원할 경우 주거비와 생계비 중 하나만 지원하는 등 위기에 빠진 사람들에게 서류 먼저 내놓으라는 격의 비현실적인 제도”라고 비판하고 “실제로 보건복지부의 조사 결과 지난 2012년 3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노숙인의 규모가 가장 큰 서울 종로구에서 이 제도를 성공적으로 이용한 사례는 6건에 불과했다. 이게 무슨 뜻이겠느냐”며 반문했다.

그는 또한 “노숙인은 생계와 주거가 동시에 불안정한 긴급 위기사유”라며 “신속한 지원을 위해 빠른 결정 및 진행이 필요하고, 당사자들에게 어려움을 떠맡기지 않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 동자동사랑방 김호태씨 ⓒ투데이신문

동자동사랑방 김호태씨는 “생계비 49만원에 주거비 20만원을 받아 한 달을 산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그런데 매달 25일 기초연금이 들어오면 내달 20일 생계비에서 20만원이 삭감된 채 들어온다. 기초연금 자체를 소득으로 쳐서 생계비에서 깎는다는 것”이라며 “기초생활수급을 받는 노인들은 기초연금 혜택을 전혀 못 받는다. 이것이야말로 줬다 뺏는 기초연금”이라고 호소했다.

또한 그는 “일을 하려고 해도 일로 버는 돈은 생계비에서 그만큼 공제한다. 내가 버는 돈은 국가에 상납하는 것이다. 무조건 69만원으로 살아가라는 거냐”며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비판했다.

일정한 수입원이 없는 채로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다는 이모씨는 “몇 번 체납한 건강보험료에 매달 붙는 연체료가 더해져 하나의 빚덩이가 돼버렸다. 아파서 병원에 가도 보험료 연체로 치료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람들은 건강보험이라는 장치가 존재하니 잘 돌아갈 거라고 얘기하는데, 실제로 나는 현재 정부에서 받는 어떤 혜택도 없다. 돈 없는 사람한테까지 세금을 거둬들인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 ⓒ투데이신문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은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관련해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엄정한 관리, 평가 객관화’를 주장해왔고 제도를 잘 관리할 방법을 만들어왔다”며 “그러나 적은 예산 안에서 무리하게 합리성을 추구하려 했고 빈곤층의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았다. 결론적으로 기초생활수급자와 빈곤층의 삶이 더욱 각박해졌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또 “복지부는 기초생활수급을 받기 위한 절차가 어렵지 않다고 말하지만, 2015년 7월부터 시행된 송파 세모녀법으로 수급 절차는 훨씬 까다로워졌고 게다가 몇몇 프로세스의 주무부처가 이관되며 같은 내용을 여러 개 부처에서 조사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했다”며 “신청절차가 어려워서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고 절차를 진행하며 모욕감을 얻는 경우도 다수”라고 전했다.

그는 ‘부양의무자 제도 폐지’, ‘기초생활수급제도의 수급권자 선정기준 및 보장기준 현실화’, ‘주거급여 기준임대료 상향’, ‘근로능력평가 및 조건부과 폐지’, ‘수급권자 권리보장 및 권리구제제도 개선’ 등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기초생활보장법은 우리나라 빈곤정책의 근간이 되는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현실적인 제도를 마련하지 않은 채 국민을 불안정한 생활로 내모는 건 반인권적인 문제”라며 “가난에 빠진 사람에게 확실히 보장된다’는 확신을 주는 게 중요하다. 20대 국회는 날로 심각해지는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책임지고 행동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국회의원 ⓒ투데이신문

권미혁 국회의원은 “한 나라의 수준은 최하위층 시민들을 국가가 어떻게 취급하고 낙인을 찍는가에 달렸다”며 “지금도 서울 및 전국 곳곳에 또 다른 송파 세모녀가 존재하고 있다. 피해자들이 모멸감을 느끼지 않도록 여·야당을 가리지 않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014년 2월 서울 송파구에 살던 박모씨와 두 딸이 생활고로 고생하다 ‘정말 죄송하다’는 유서와 함께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세모녀는 수입이 없는 상태였으나 국가의 복지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이후 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논란과 법안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로 인해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개정안’, ‘긴급복지지원법 개정안’,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 발굴에 관한 법률’ 등 이른바 ‘송파 세모녀법’이라 불리는 법이 국회를 통과해 2015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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