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기준 완화 의혹…사측 “사실 아냐”

   
▲ 제품외관 검사 시 발견한 10개 항목에 대한 불량기준 검토 사진. ⓒ 정유섭의원실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 삼성전자가 지난해 갤럭시노트7 출시 직전 제품에 탑재된 배터리 공정상 불량기준을 삼성SDI 요청에 따라 완화해줬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이 국가기술표준원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갤노트7 출시 직전이었던 지난해 7월 삼성SDI에 제품외관 검사 시 파우치 찍힘과 스크래치, 코너부(모서리부) 눌림 등 10개 항목에 대한 불량기준을 강화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삼성SDI는 갤노트7 출시일이 임박해 물량확보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해 삼성전자와 협의를 통해 제조공정상 불량기준 강화 요청 10개 항목 중 2개 항목만 반영, 나머지 8개 항목은 반영하지 않거나 완화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배터리를 감싸는 알루미늄 파우치의 경우 제조 시 찍힘이 1 개 이하, 깊이 1㎜이하를 합격조건으로 내걸었으나 삼성SDI는 2개 이하, 깊이 2㎜이하로 완화해줄 것으로 요청했다.

또한 삼성전자는 파우치 제조시 눌림에 대해서도 측면부 눌림은 길이 5mm이하 너비 1.0mm이하여야 하며 상하부는 눌림이 아예 없어야 외관검사를 합격할 수 있도록 기준을 강화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삼성SDI는 측면부 눌림은 길이 10mm이하, 너비 1.5mm이하면 검사를 합격할 수 있게 기준을 완화해 줄 것을 요청, 상하부 눌림도 깊이 2.5mm이하면 합격하도록 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측면부 눌림은 길이 7mm이하, 너비 1.5mm이하, 상하부 눌림도 깊이 2.5mm이하로 완화해줬다고 정 의원은 주장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최근 발화 부위로 판명 난 배터리 파우치 모서리(코너)부 눌림에 대해서도 해당 부위에 눌림이 있을 경우 불량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삼성SDI는 눌림을 허용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양사는 합의 하에 허용키로 결정했다고 정 의원은 밝혔다.

파우치 모서리부 눌림을 허용함으로써 가뜩이나 협소했던 음극기재와 파우치 간 간격이 더욱 좁아지게 되면서 발화가 더욱 용이하게 일어나게 됐던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 정 의원의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갤노트7의 제품 출시가 임박했다는 점과 같은 계열사 식구라는 이유로 삼성SDI의 요청을 받아 들였고, 이와 같은 공정불량을 묵인해줌으로써 출시 즉시 발화사고로 이어졌던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정유섭 의원은 “사상 초유의 단종사태를 초래한 배터리 발화사고의 근본원인을 밝히지 못한 채 서둘러 조사를 마무리 지은 정부도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삼성도 형법상 업무상배임죄 및 제조물책임법상 손해배상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배터리 불량 묵인?…사실 아냐”

한편, 삼성전자는 배터리 불량을 묵인했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 관계를 바로잡겠다며 반박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지난 22일 자사 뉴스룸을 통해 “삼성전자가 삼성SDI의 요청을 받아 배터리 안전에 직결되는 공정상 불량 기준을 완화해줬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에 제기된 내용은 배터리 외부 육안 검사에 대한 것으로 갤럭시 노트7 배터리 소손과는 무관하다”며 “갤노트7의 배터리 소손은 젤리롤 부분이 원인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업계보다 더 엄격한 외관검사 기준을 적용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갤노트7 배터리의 규격과 안전성은 지난해 5월 30일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에서 인증 받은 데 이어 국가별 순차적 승인도 완료했다. 공개된 외관 검토안에서 밝혀진 것과 같이 모든 배터리 제조사와의 협의 과정을 거쳐 갤노트7엔 갤럭시S7보다 더 강화된 기준이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삼성전자는 코너부 눌림 외관 검사는 배터리 소손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코너부 눌림, 불가→ 허용’ 부분은 △배터리 내부 젤리롤이 타원형 형상이어서 코너부에 빈 공간이 생기고 △가스 배출로 빈 공간이 사라지면서 파우치가 변형되는 현상”이라며 “따라서 갤럭시 노트7 소손 원인인 ‘젤리롤 측면부 눌림, 음극 코팅부 끝단 위치’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정유섭 의원 “삼성 해명 모순점 있어”

그러자 23일 정 의원은 삼성의 해명에 모순점이 있다며 또 다시 지적에 나섰다.

삼성전자 측은 발화의 원인이 파우치 내부 젤리롤의 문제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이는 모순점이 있다고 정 의원은 반박했다.

기술표준원이 1월 20일 발표한 조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SDI 배터리의 발화원인은 배터리 파우치의 과도한 곡률(면)이 음극재를 눌렀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고, 이는 젤리롤 만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파우치 모서리부의 변형이 내부 음극재와 간격을 더 협소하게 만들어 발화가 더욱 용이해진다고 지적한 것과 모순된다고 정 의원은 주장했다.

정 의원은 “지난해 9월과 올 1월, 삼성전자 고동진사장이 직접 밝힌 제조공정상 결함이 발생한 발화부위가 파우치 모서리부로 삼성의 해명은 이를 뒤엎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전 제품인 갤S7보다 더 강화된 기준을 채택한 것은 배터리 충전용량이 3000mA인 갤S7보다 500mA늘어난 3500mA를 채택한 갤노트7 배터리의 외관검사 기준이 보다 더 강화된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정 의원은 강조했다.

그는 “삼성전자도 이를 감안해 기준을 강화해달라고 요청한 것일 뿐으로 이는 신제품 사양 강화에 따른 당연한 조치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갤노트7 배터리 규격과 안전성은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에서 인증 받았고 기타 국가별 승인도 완료해 문제가 안 된다는 삼성의 해명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정 의원은 “삼성은 국내 뿐 아니라 여타 국가에서도 안전성과 규격을 인정받아 국제인증기준을 충족했는데 왜 제품단종 사태에 이르는 불량이 발생했는지를 되돌아 봐야 하며, 최근 삼성 사태로 인해 표준화된 국제인증기준을 개선해야 된다는 의견들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는 사실도 직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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