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벅스 ⓒ뉴시스

【투데이신문 윤혜경 기자】 ‘스타벅스커피 코리아’가 사회공헌 활동으로 실시하고 있는 ‘청년양성프로그램’이 서울 소재 4년제 이상 대학에 다니고 있는 학생으로 지원 자격을 제한해 학력·지역차별을 조장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홍익대학교 세종캠퍼스에 신입생으로 입학한 자녀를 둔 A씨(58)는 지난 14일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스타벅스의 청년양성프로그램이 지방캠퍼스를 비롯해 지방에 위치한 대학을 다니는 학생, 전문대생 등을 차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스타벅스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함께 진행하는 2017스타벅스 커뮤니티 스토어 청년인재양성프로그램(이하 청년인재양성프로그램)은 젊은 학생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장학금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최종 선발된 학생들은 연간 500만원(학기당 250만원, 최대 7학기/1학년 2학기부터)을 스타벅스로부터 지원받게 된다.

또한 리더십을 기를 수 있는 ‘유스 리더십 캠프’, 개인 역량 강화 세미나, 멘토링 등 다양한 청년인재 양성 프로그램에 참여가능하다. 우수 활동자로 선정된 학생은 스타벅스 지원센터 인턴십 및 글로벌 체험 기회와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입사 희망 시 우대를 받는다.

금전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현장체험을 할 수 있는 청년양성프로그램. 하지만 지원자격은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에 출석하고 있는 학생’으로 제한하고 있다.

게다가 실제 출석 캠프가 서울 시내 주소지인 학생이여야만 신청 가능하다. 다시 말해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에 다니고 있지만 학부 수업상 지방 캠퍼스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이라면 지원자격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성균관대학교 인문사회과학캠퍼스 학생은 해당 프로그램에 지원할 수 있지만 수원에 있는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학생은 지원자격이 안 된다.

그러나 스타벅스는 연세대학교 학생만큼은 예외로 인정했다. 연세대의 경우 1학년은 인천 송도에서 의무 수학해야 하므로 예외라고 지원조건에 적시했다.

▲ 당초 게재된 지원자격 ⓒ투데이신문

이에 대해 A씨는 “지인이 ‘네 딸이 해당사항이 되는 것 같으니 청년양성프로그램에 지원해 보라’라고 말해준 것을 듣고 딸에게 신청하라고 한 게 오히려 딸을 울게 만들었다. 디자인영상학부라 홍익대학교 세종캠퍼스에 출석하고 있기 때문에 지원자격조차 안 된 것”이라며 “대학이 서울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서울에도 2·3·4년제가 있지 않느냐”라고 하소연했다.

A씨는 속상한 마음에 스타벅스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메일을 보냈다. 그러자 두 곳 모두 프로그램이 서울 대학로를 중심으로 월 2회 정도 진행되다 보니 물리적 접근성 때문에 지원대상을 서울 소재 대학생들로 제한해 모집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A씨는 “요즘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았느냐”라고 안타까워하면서 “학생들이 일주일에 3~4일씩 알바해서 한 달에 50만 원 버는 것도 힘든 현실에 월 2회 참여해서 연 500만 원의 장학금을 받는 조건에 ‘4년제’ 학생들만 대상으로 실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고 씁쓸해했다.

▲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관계자와 A씨가 주고받은 메일 ⓒ투데이신문

스타벅스는 2·3년제인 전문대생과 지방대생에 대한 지원 활동도 하고 있지만 4년제생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스타벅스는 2·3년제인 전문대생과 지방대생을 대상으로 성적에 따라 연 200만원 상당의 장학금을 지원하는 ‘사랑의 열매’ 프로그램만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권 소재 대학생들을 상대로 연 500만원의 장학금과 세미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구성된 ‘청년양성프로그램’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혜택이 적은편이다.

좋은 취지로 시작한 해당 프로그램이 학력과 더불어 지역 차별을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자 스타벅스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해당 프로그램은 우선적으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소속의 사회복지사의 추천이 필요하다. 사회복지사들이 추천한 학생들을 함께 심사해서 선발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그 분들(사회복지사)이 봤을 때 2·3년제 친구들은 4학기나 6학기를 지원받는 건데 4년제 학생들은 7학기를 지원받는 학생들 아니냐”라며 “최대한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친구들을 추천하다보니 그렇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프로그램은 스타벅스 대학로점에서 나온 수익금으로 운영하다보니 지역적으로 한계가 있다. 스타벅스 전사가 진행하는 사회공헌 활동으로 봐주셔서 오해를 하신 것 같다. 그리고 단순히 장학금만 지원하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활동을 참여해야 자격이 유지된다. 선발된 학생들이 한 달에 2번 정도 모여서 세미나를 비롯한 지역사회 봉사 등의 참여가 꼭 필요하다. 그러다보니 먼 곳에 있는 학생들은 참여가 힘들다. 그 학생들에게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도 스타벅스와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스타벅스 커뮤니티 스토어가 대학로점에 있고, 종로구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움직여야 하는 점, 그리고 해당 프로그램이 스타벅스 전사에서 진행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 수정된 지원자격 ⓒ투데이신문

한편 스타벅스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측은 차별 논란이 일자 현재 모집 요건을 수정한 상태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에 출석하고 있는 학생’이라는 항목은 ‘서울 소재 2·3·4년제 대학에 출석하고 있는 학생’으로, ‘서울 외 지역의 분교 불가능이라는 세부 항목’은 ‘학부별 캠퍼스가 분리돼 있을 경우 신청가능’으로 수정됐다. 논란의 소지가 있었던 ‘연세대 학생을 예외로 둔다’는 항목은 삭제됐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관계자는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이 스타벅스 청년양성프로그램이 서울소재의 4년제 대학에 출석하고 있는 학생으로 한정돼 있어 다른 학생들을 차별하는 게 아니냐는 문의를 들으시면서 서울소재의 2,3년제도 오픈을 했다”며 “현재 홈페이지도 수정했다”고 말했다.

수정된 공고에 대해 A씨는 “시정이 돼서 다행이다”라며 “앞으로는 전국단위의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생겼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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