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혼혈 모델 한현민 “피부색? 단점 아닌 장점”
흑인 혼혈 모델 한현민 “피부색? 단점 아닌 장점”
  • 전소영 기자
  • 승인 2017.03.23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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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나이지리아계 한국인 모델 한현민
▲ ⓒ투데이신문 최소미 기자

한국인 어머니·나이지리아인 아버지 사이서 태어나
태어날 때부터 대한민국서 자라온 평범한 한국인

어린 시절 남들과 다른 모습 때문에 상처받기도
‘특별한 존재’라는 긍정적 생각으로 편견 극복해

평소 패션에 관심 많아 모델의 꿈 키워
‘까만 피부’, 모델로서 장점이자 단점

모델로서 가장 큰 목표는 ‘해외 무대 진출’
다른 혼혈 친구들의 꿈도 지원해주고 싶어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인 어머니와 나이지리아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입니다. 현재 학생 겸 모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순댓국입니다”

당장이라도 천장에 닿을 듯한 큰 키와 달리 수줍게 자신을 소개한 소년의 이름은 한현민(16). 까무잡잡한 피부와 탱글탱글한 곱슬머리, 사슴 같은 눈망울의 이국적인 모습과 어울리지 않는 한국적인 그의 이름에 누구나 처음엔 놀란 얼굴을 감추지 못한다.

하지만 유창한 한국어 실력과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순댓국이라는 그는 누가 봐도 평범한 한국인임이 틀림없다.

현민군은 한국인 어머니와 나이지리아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이다. 어린 시절, 남들과 다른 모습에 친구들로부터 마음의 상처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현민군의 어머니는 항상 ‘너는 특별한 존재’라며 그를 다독였다. 덕분에 누구보다 밝고 건강하게 성장했으며 꿈을 꿀 줄 아는 사람이 됐다.

현민군의 어머니는 그가 어렸을 때부터 ‘커서 모델이 되면 좋겠다’는 말을 줄곧 해왔다고 한다.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았던 그 역시 홀로 워킹 영상을 찾아보며 모델의 꿈을 키웠다.

긍정의 힘 덕분일까, 현민군은 자신의 SNS에 올린 사진 한 장으로 소속사 ‘SF models’에 캐스팅됐다. 이후 불과 약 3개월 만에 한상혁 디자이너의 ‘2016 F/W 시즌 heich es heich 쇼’ 오프닝 무대에 오르는 영광을 얻었다.

지난 8일 <투데이신문>은 서울 이태원의 한적한 골목에 위치한 카페 ‘아리에코’에서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새내기 모델 한현민의 좌충우돌 성장기를 들어봤다.

▲ <사진 제공 = SF models>

Q. 얼굴이 알려지면서 점점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데 실감하나.

아직까지도 실감되지 않고 이렇게 많은 분들에게 관심과 사랑받을 자격이 되는지 모르겠다. 지금까지는 모델로서 쇼나 무대를 통해 알려지기보단 인터뷰를 통해 얼굴이 많이 알려졌기 때문에 처음에는 나를 향한 관심에 대해 긴가민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Q. 모델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소속사에 들어가기 전에는 혼자 스마트폰을 사용해 패션 위크 오디션이나 워킹 영상을 찾아 보는 정도였다. 어느 날 SNS에 사진을 올렸는데 그걸 현 소속사 대표님이 보고는 먼저 만나자고 연락을 주셨다. 만나서는 이태원 길 한복판에서 걸어보라고 하시더니 바로 계약하자고 했다. 제가 걸을 때 후광이 보였다고 하시더라(웃음). 이후 운 좋게 한상혁 디자이너 선생님 쇼의 오디션을 보게 됐고 그 쇼가 나의 데뷔 무대가 됐다.

Q. ‘나이지리아계 한국인 혼혈 모델’로 불린다. 타이틀은 마음에 드나.

물론 마음에 든다. 사실 나 역시 나이지리아에 가본 적 없고, 심지어 국가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나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나이지리아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 같아 ‘나이지리아계 혼혈 모델’이라는 타이틀이 오히려 감사하다.

Q. 국내에선 흑인 혼혈인이 흔치 않다. 부모님께서는 어떻게 인연을 맺으셨는지.

어머니가 근무했던 무역회사에서 만나신 것으로 알고 있다. 아버지는 현재 영어 강사로 일하신다. 나는 한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영어는 못하고 한국말을 사용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아버지는 나만큼 한국어가 유창하지 못하다. 그래서 아버지와 내가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을 때는 어머니가 영어로 말을 대신 전해주시기도 한다.

▲ <사진 제공 = SF models>

Q. 다문화 가정이다 보니 가족 간 벌어지는 문화 차이도 있을 것 같은데.

언젠가 밥을 먹을 때 왼손을 사용했는데 아버지가 혼을 내셨다. 이유를 여쭤보니 나이지리아에서 왼손을 화장실에서 휴지를 대신해서 사용하는 손이라더라. 지금은 ‘나이지리아의 문화는 그렇구나’라고 생각하지만 당시에는 사람마다 사용하는 손이 다를 수 있고 어차피 다 똑같은 손인데 왜 혼을 내시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Q. 길거리를 다닐 때 사람들의 주목이나 관심이 부담스럽진 않나.

예전에 다른 학교 학생들도 많이 모여있는 수학여행 장소에서 다른 생김새 때문에 무리에서 나만 튄 적이 있다. 처음에는 ‘내가 이렇게까지 누구의 시선을 받아야 하나’하는 생각에 너무나 싫었다. 하지만 모델 일을 시작하면서 많이 극복하게 됐고 이제는 시선도 즐긴다.

Q. 혼혈이란 이유로 어린 시절 차별이나 상처받은 경험도 있을 것 같다.

아무래도 어릴 때는 물건을 던지거나 침을 뱉는 친구들도 있었고, 친구 부모님이 ‘이런 애랑 놀지마’라고 말한 경우도 있다. 처음에는 ‘나는 왜 다른 친구들이랑 다르게 생겼나’ 속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엄마가 늘 ‘넌 특별한 아이야’라고 말해주신 덕분인지 ‘난 특별한 사람이니까 언젠가 좋은 기회가 올 거야’라고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됐다.

Q. 주위의 편견은 어떻게 극복했나.

사는 곳이 이태원이다 보니 아무래도 외국인이 많이 산다. 그래서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나 중학교에는 일본,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다양한 혼혈인 친구들이 많았다. 또 교내의 다문화 가정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통해 피부색이 달라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됐다. 그때부터 누가 안 좋은 말을 하더라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뭐든 열심히 했다.

Q. 편견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준 사람이 있는지.

농구선수 중에 전태풍 선수나 문태영 선수 같은 흑인 혼혈인이 많다. 상대적으로 나보다 나이도 많고 훨씬 어린 나이에 운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이제까지 내가 받아온 차별보다 더 많은 차별을 받았을 거라 생각한다. 그 모든 걸 극복하고 훌륭한 농구선수로 활동하는 모습이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데 도움됐다.

▲ <사진 제공 = SF models>

Q. 어렸을 때부터 남달랐을 것 같다.

키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몸이 마른 편이긴 했다. 그래서인지 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너는 커서 모델 해라’라는 말을 하셨다. 원래는 운동선수가 꿈이었다. 하지만 운동을 시작하기에는 조금 늦은 나이기도 하고 집안 형편도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에 접었다. 그 후로 패션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며 모델을 꿈꾸게 됐다.

Q. 모델을 시작할 때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나.

어린 나이에 모델이 되겠다고 하면 겉멋 들었다며 부정적으로 보시는 어른들이 많다. 하지만 부모님은 반대는커녕 오히려 본인이 선택한 길이니 열심히 하라고 응원해주셨다.

Q. 평소 모델로서 트레이닝은 어떻게 하는가.

시즌 전에는 주로 회사에서 다른 모델들과 함께 연습한다. 평소에는 혼자 길거리를 걸어다닐 때 음악을 들으며 그 박자에 맞춰 걷는 식으로 틈틈이 연습한다. 원래 팔자걸음이다. 하지만 무대에 설 때는 그렇게 걸으면 안 되기 때문에 평소에도 신경 써서 걷는 편이다.

Q. 롤모델이 있나.

모델 김원중 선배가 롤모델이다. 그는 남들보다 조금 늦은 나이에 모델 일을 시작했지만 본인의 스타일이 확고하고 풍기는 이미지가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본인에게 어울리지 않는 스타일의 옷도 있을 법한데 모든 옷을 소화해내는 점이 존경스럽고 부럽다.

Q. 모델로서 본인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남들과 다르다는 게 장점이다. 다르기 때문에 더욱 강하고 튀는 인상을 남길 수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단점 역시 남들과 다른 점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국내에서 오를 수 있는 무대 콘셉트가 한정적이다 보니 무대에 올리기 꺼려하는 경우도 있다.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Q. 해외 활동을 위해서는 모델로서 본인만의 또 다른 강점이 필요할 듯한데.

내 모습이 흑인 얼굴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한편에는 피부만 까맣지 생김새는 한국인에 가깝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해외 활동을 시작했을 때는 피부는 까맣지만 동양인스러운 외모가 장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 <사진 제공 = SF models>

Q. 한상혁 디자이너의 ‘2016 F/W 시즌 heich es heich 쇼’ 오프닝 무대를 통해 데뷔했다. 첫 무대인 만큼 소감이 남달랐을 텐데.

무대에 올랐을 때는 ‘아 이제 정말 모델이 된 건가’싶어 실감이 안 났다. 처음에 모델 일을 시작하면서 3년 안에 데뷔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근데 불과 2~3개월 만에 무대에 서게 돼 꿈만 같았다. 다행히 ‘개성 있다’, ‘신기하다’는 등 사람들의 반응이 긍정적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다들 외국인 모델인줄로 알다가 한국인이란 사실을 알게 되면서 더욱 화제가 된 것 같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나 촬영이 있나.

어느 하나를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모든 무대와 촬영의 매 순간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그동안 섰던 무대나 촬영을 읊으라고 하면 할 수 있을 정도다. 많은 분들이 주신 기회 덕분에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을 이렇게나 많이 할 수 있게 돼 감사할 따름이다.

Q. 모델 일을 하다 보면 수업을 빠지거나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할 텐데 아쉬움은 없는지.

친구들은 진로를 찾거나 준비하는 중이지만 나는 남들보다 일찍 내 길을 찾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이 앞으로의 나를 위해서도 더 이롭다고 생각해 아쉬움은 없다. 친구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제 할 일을 하다가 시간 맞을 때 만나면 된다.

▲ 모델 한현민 ⓒ투데이신문 최소미 기자

 

Q. 활동 수명이 짧다 보니 모델 중에도 배우나 연기자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많은데.

내가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싶다. 최근에도 KBS '자랑방 손님'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그날 녹화가 정말 재밌었다. 예능이라면 앞으로 내가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Q. 모델로서 도전하고 싶은 일이 있나.

가장 큰 목표는 해외 진출이다. 기회만 된다면 패션디자인 공부도 해보고 싶다. 상업적인 목적보다는 내가 만든 옷을 입고 다니는 게 꿈이다. 장기적인 목표는 가능하다면 재단을 설립해 다른 혼혈인 친구들의 꿈을 지원해주고 싶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직 나이도 어리고 모델로서 미숙한 점이 많지만 다양한 기회를 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고, 앞으로도 모델로서 얼마만큼 성장하는지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