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고양시 백석동 와이시티 전경 ⓒ투데이신문

싱크홀 공포 vs. 집값 하락 우려...‘마천루’ 와이시티
공사현장서 안전수칙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의문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지난달 3차례 싱크홀(지반침하)과 도로균열이 발생한 경기 고양시 백석동 와이시티 인근. 이후 여러 언론들은 와이시티와 싱크홀의 연관성에 대해 앞다퉈 보도했다. 고양시는 와이시티 옆 업무시설 공사장의 터파기 공사를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 만큼 언제 또다시 싱크홀 공포가 찾아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와이시티 인근에서는 과연 어떤 일이 벌이지고 있는 것일까. 본지는 지난 14일, 고양시 백석동에 위치한 와이시티를 찾았다.

▲ 지난 2월 14일 발생한 싱크홀(사진 위) ⓒ뉴시스 / 업무시설 공사장. 사진 오른쪽 아래가 싱크홀이 있던 자리(사진 아래) ⓒ투데이신문

와이시티는 경기북부 최고층 건물답게 멀리서도 한 눈에 보였다. 와이시티는 59층짜리 건물로 주상복합 아파트 6개동과 상가건물로 구성돼있다. 아파트와 상가건물 옆은 요진건설에서 고양시에 기부채납하기로 한 업무시설용지다. 

이 업무시설용지는 호텔 신축공사가 한창이었다. 백석역과 터미널, 아울렛 그리고 와이시티를 사이에 두고 공사 중이다. 

기자는 도로균열이 발생한 곳을 찾았으나 이미 복구돼 차량이 통행하고 있었다. 싱크홀이 발생한 곳도 복구가 된 상태였다.

앞서 와이시티 인근 도로에서는 지난 2월 6일(중앙로)과 14일(강송로) 싱크홀이 발생했다. 이어 22일에는 6일 발생한 곳과 같은 자리에 길이 20m, 폭 3~5cm 균열이 생겼다. 불과 17일 사이에 벌어진 사고다. 

▲ 지난 2월 22일 발생한 도로균열(사진 위) ⓒ뉴시스 / 복구된 도로균열 자리(사진 아래) ⓒ투데이신문

싱크홀이 발생한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와이시티 주변의 분위기는 평화로웠다. 사고현장 바로 옆인 와이시티 상가 벨라시타에는 여유롭게 나들이를 즐기는 시민이 많았다. 싱크홀 사고는 마치 없었던 일 같았다.

벨라시타에 딸, 손자와 함께 나들이를 온 이상분(58)씨는 “싱크홀이 있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불안하지 않다”며 무덤덤했다.

그러나 인근에서 김밥전문점을 운영하는 고봉순(64·여·가명)씨는 “손님이 꽤 줄었다. 매상이 반토막 났다. 손님들도 불안해하고 특히 집값이 떨어졌다고 걱정을 많이 한다. 집을 매물로 많이 내놓았다고 하더라”고 주민들의 걱정을 전했다.

와이시티는 사고현장과 불과 200~300m 정도밖에 되지 않는 거리에 위치해있다. 그럼에도 주민들은 안전 우려보다는 집값 하락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와이시티 입주민 황준필(35·가명)씨는 “불안하지 않다. 이런 것 물어보면 회사(건설사)에서 싫어할 거다”라며 기자를 나무라기도 했다.

와이시티에 살고 있는 70대 부부 배준호·손경옥(가명)씨는 “싱크홀 장소는 저기 멀리 떨어져 있는데 뭐가 문제냐. 집값 떨어지게 왜 자꾸 와서 시비냐”며 화를 냈다.

와이시티 인근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이재정(64·가명)씨는 “(아파트)시세는 변동 없다. 초기에는 많이 불안해했지만 안정되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다른 부동산에서 일하는 안문희(48·가명)씨는 “와이시티는 물론 인근 상가 등의 매매, 전세, 월세 가격 모두 변동 없다. 이곳 주민들은 아무 동요 없는데 오히려 외부에서 난리다”라며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 고양시 재난안전대책본부 천막 ⓒ투데이신문

한편 고양시청에서는 업무시설용지 공사현장에 ‘재난안전대책본부’ 천막을 치고 24시간 상주하며 혹시 추가로 발생할지 모를 상황에 대비하고 있었다. 여러 부서에서 근무자를 보내 현장을 지켰다. 현장을 지키던 시청 직원은 “공사현장을 감시하는 건 아니다”라며 “시민들이 불안해하니 혹시 모를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나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계측기를 설치해 주기적으로 모니터하고 있다”고 했다.

시민단체 ‘맑은고양만들기시민연대’의 강태우 감사는 “주민들이 불안해하면서도 집값 하락 때문에 쉬쉬하는 분위기다. 입주자 모임에서도 재산문제 때문에 내부적으로만 얘기하는 것 같다”며 “안전을 위해서 문제를 제기해야하고 그래야 결국 입주자들의 재산도 보호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 감사와 함께 찾은 공사현장은 위험해 보였다. 고압패널로 보이는 곳과 맨홀 주면에는 안전망이 없었다. 공사 때문인지 신호등도 휘어져 있었다. 안전모를 쓰지 않은 노동자도 보였다. 자칫 인명사고가 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 공사현장에 있는 고압패널 ⓒ투데이신문

강 감사는 “현재 요진건설이 공사 중인 이곳을 시에서 잘 관리감독 해야 한다. 많은 사고가 사소한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다. 시와 요진건설이 안전하게 진행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2011년 573건이었던 싱크홀은 2015년에 1036건 발생했다. 5년 사이 무려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싱크홀 발생 빈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정부는 과연 적절하게 대처하고 있는 지 의문이 든다. 안전과 재산 모두 지키기는 어려운 것일까. 보이지 않는 갈등과 불안 속에서도 백석 와이시티의 하루는 고요하게 저물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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