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미선 칼럼니스트
-스토글 대표이사
-경찰교육원 외래교수
-교보문고 독서코칭 전문강사
-아동문학가

맹사성은 열아홉의 어린 나이에 장원 급제하여 스무 살에 군수가 됐다. 지나친 자신감은 마침내 자만심으로 가득하게 됐다. 어느 날 그가 무명선사를 찾아가 물었다.

“스님이 생각하기에 이 고을을 다스리는 사람으로서 내가 최고로 삼아야 할 좌우명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오?”

그러자 무명선사가 대답했다.

“그건 어렵지 않지요. 나쁜 일은 하지 말고 착한 일은 많이 베푸시면 됩니다.”

“그런 말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이치인데 먼 길을 온 나에게 고작 해 줄 말이 그것뿐이오?”

하며 거만하게 말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무명선사는 맹사성에게 녹차나 한 잔 마시고 가라며 찻잔에 차를 따랐다. 그런데 찻잔에 찻물이 넘치도록 따르는 것이었다.

맹사성은 놀라서 소리쳤다.

“스님,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넘칩니다.”

스님은 잔뜩 화가 나 있는 맹사성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말했다.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적시는 것은 알고, 지식이 넘쳐 인품을 망치는 것은 어찌 모르십니까?”

스님의 이 한 마디에 맹사성은 부끄러워 붉어진 얼굴로 황급히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다. 그러다가 그만 머리를 문에 세게 부딪히고 말았다.

그러자 스님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고개를 숙이면 부딪히는법이 없습니다.“

맹사성은 약관의 나이에 장원급제를 한 탓에 한 때는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며 자만했다. 하지만 무명선사와의 만남에서 그의 삶은 달라졌다. 넘치는 찻잔의 교훈과 고개를 숙이는 법의 깨달음은 평생 자만하는 법이 없이 청빈하고 겸손한 정승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했다. 그가 입은 남루한 옷은 백성들에게 다가가는 친근함의 상징이 됐고, 그가 사는 허름한 집은 권력의 문턱을 낮추어 누구나 드나들 수 있도록 했다. 맹사성은 자만과 겸손의 깨달음을 평생 가슴에 새기면서 마음을 잡았기에 백성들의 존경을 받는 명재상이 됐다.

맹사성의 이야기를 듣노라니 최근 국정농단의 핵심 인물 중에 하나인 우모씨가 떠오른다. 그는 최연소로 사법고시를 합격하며 승승장구,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대한민국을 뒤흔든 국정농단의 주범으로 청문회에서는 모르쇠로 일관하며 국민을 우롱했다. 또한 검찰 조사에서는 교만함과 안하무인한 모습을 보이며 국민의 분노를 야기시켰다.

맹사성 또한 조선시대 약관의 나이에 과거 급제한 인물이다. 하늘이 준 재능을 서로 다르게 쓴 두 사람의 삶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예컨대 리더가 갖추어야 한 마음과 자질에 대해 외람되지만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인디언들은 독립적인 성원으로 사회 통과 의례를 거치게 된다. 의식은 어깨나 가슴살을 1인치 이상 살을 뚫어 엄청난 고통의 경험을 겪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이유는 이기적인 탐욕과 권력욕으로 타인을 얕보고 무시하는 심성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살면서 억누르고 있었던 권력욕이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올 때마다 인디언들은 자신의 살에 새겨진 흉터, 그리고 몸에 각인된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떠올리며 마음을 잡으려고 했던 것이다.

국정농단, 탄핵, 사회의 이분화 등의 작금의 사태를 보면서 ‘창이 없는 모나드’라는 말이 떠오른다. 이 유명한 표현은 우리와 타자 사이에는 소통할 수 있는 ‘창’과 같은 통로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역사 속의 세종대왕은 하나의 공법을 시행하기 위해 15년 동안 여론을 수렴해 진행했고, 정조대왕은 신하들과 경륜을 가장 많이 가지면서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하며 노력하는 왕이었다. 성군의 기본적인 자질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진정한 리더의 부재 속에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국민을 대신해 공무를 집행하는 위치는 국민을 위해 국민과 함께 있어야 할 자리이다. 자신의 살 속으로 칼이 깊숙이 뚫고 들어 올 때 고통의 기억을 떠올리며 마음을 잡았던 인디언들처럼 초심을 잃지 않는 대통령, 귀와 마음을 열고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을 국민들은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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