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 노동자의 하소연 “이마트 매니저가 퇴사 압박을 합니다”

▲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직접 관련없음 ⓒ투데이신문

최씨 “이마트, 나이 많고 힘 못쓴다 퇴사 압박”
코카콜라 아웃소싱 소속임에도 이마트 PB상품 진열
이마트 민주노조 “나이·체격·매출, 해고 사유 아냐”

【투데이신문 윤혜경 기자】 “나이가 많고, 무거운 것을 들지 못한 체격이라는 이유로 해고통보를 받았습니다. 쉰을 조금 넘긴 저는 이마트에 파견된 직원입니다”

‘코카콜라㈜(이하 코카콜라)’ 아웃소싱업체 소속으로 이마트 연수점에서 근무 중인 최모(여·54)씨는 지난 21일 <투데이신문>에 “지난 1년간 ‘나이가 많고, 무거운 물건을 잘 들지 못한다’는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퇴사압박을 받았다”라고 주장했다.

최씨는 지난 2009년 6월 코카콜라 아웃소싱업체에 입사했다. 이후 그는 연수점 이마트에 진열 고정직원으로 파견돼 음료 PC에서 판매를 맡았다.

근 8년간 큰 문제 하나 일으키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한 최씨는 지난 16일 갑작스럽게 코카콜라 아웃소싱업체 측으로부터 퇴사를 권유받았다고 한다. 연수점 이마트 음료 담당이 업체 측에 최씨를 해고하라고 수차례 압박했기 때문이라고.

최씨는 회사로부터 해고통보를 받게 된 경위에 관해 설명했다. 그는 “연수점이 매출이 굉장히 잘 나오는 점포다. 특히 지난 2015년 여름에는 진열하고 바로 뒤돌아서면 진열했던 제품이 다 빠질 정도로 바쁜 탓에 겨우 밥만 먹고 내려와서 일했다. 그러다 보니 ‘30분 쉬는 시간’을 단 한 번도 못 쉬었다”라고 푸념했다.

이어 “다만 2016년으로 넘어가는 겨울철은 여름철보다 상대적으로 한가하다 보니 휴식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어쩌다 점심시간을 30분 정도 넘겨서 쉴 때도 있었다. 그게 이마트 음료 담당 A씨 눈에 띄었는지 저와 주류파트 아가씨 총 2명을 교체하라는 얘기가 나왔었다”라고 말했다.

상당 기간 근로기준법에 따른 휴식시간과 식사시간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그 어떤 보상도 없었으면서 휴식시간을 초과한 것은 봐줄 수 없다는 입장인 것.

최씨에 따르면 A씨는 2016년 초쯤 최씨가 소속된 코카콜라 아웃소싱업체 측에 ‘나이가 많다’, ‘무거운 것을 들지 못하는 체격’이라는 갖은 이유를 들며 직원을 교체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업체는 ‘안 된다’는 입장을 내비쳤으나 수차례 반복되는 요구에 굴복했다. 업체 측은 결국 “저희도 막아보려고 했으나 어쩔 수 없다”라며 최씨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직접 관련없음 ⓒ뉴시스

이에 최씨는 A씨를 찾아가 “성수기 때는 쉬지도 못하다 상대적으로 한가한 비수기에 조금 더 쉰 것을 가지고 해고 종용을 하는 것은 너무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러자 A씨는 “여사님 더 일하실 수 있겠냐”라고 물었다.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이었다.

충분히 일할 수 있다는 의사 표현으로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음료 담당이 A씨에서 B씨로 바뀌면서 최씨는 또다시 해고 위기를 맞았다. 2016년 연말부터 B씨가 코카콜라에 ‘발주’를 넣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마트 제2노조인 민주노조에 따르면 업체에 물건을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발주권’은 이마트 직원인 담당에게 있다. 마트 측에서 각 담당에게 행사리스트를 보내면 각 분야의 담당들은 리스트를 토대로 맡고 있는 여러 업체에 발주를 넣는다. 즉, 담당의 발주는 곧 매출이다. 때문에 업체 측에서는 매출을 쥐고 있는 담당의 말을 쉽게 거부할 수 없는 셈이다.

그런데 B씨는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최씨가 판매하는 코카콜라에 발주를 넣지 않았다고 한다. 행사리스트에 코카콜라가 있었음에도 발주를 넣지 않았다. B씨의 발주 무시는 최씨의 판매 하락으로 이어졌다.

최씨는 “행사리스트에 코카콜라가 있는데도 이마트 음료 담당님이 발주를 넣지 않다보니 영업 담당님이 ‘자꾸 매출이 떨어진다. 작년에 있었던 일 때문에 자꾸 발주를 안 넣어주는 거 같다’라고 하기에, ‘회사에 피해가 가는 것 같으니 3월 말까지만 하겠다’라고 말씀을 드렸다”라고 말했다. 결국,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퇴사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 이마트 민주노조 김주홍 위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검사가 기소권을 가지고 있듯 유통은 발주권으로 힘을 휘두른다. 음료 담당 B씨가 우월적인 지위인 발주권을 가지고 장난을 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업체 측이 입장을 번복했다. 해고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는지 3월 말까지만 나오라고 한 조치는 취소했다. 하지만 최씨에게 ‘한 달 정도 지켜보겠다’라고 한 상태다. 해고하겠다는 의지가 아예 없어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마트는 물론 코카콜라 아웃소싱업체도 최씨에게 ‘나가라’라고 해고 통보할 명분이 없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해고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하는데 이들이 말하는 정당한 사유가 뭐냐”며 “나이가 많아서? 무거운 물건을 못 들어서? 매출이 안 나와서? 이건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 해고사유 세 가지 모두 최씨가 책임질 일이 아니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면서 “‘무거운 물건을 들지 못하는 체격’이라는 사유는 알고보니 PB제품인 이마트 물을 진열하지 못해서 그렇다고 한다. 문제는 이마트PB 상품은 ‘코카콜라’ 제품이 아니기에 최씨가 진열할 필요가 없다. PB상품은 직원만 진열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같은 이유는 굉장히 부당하다”라고 덧붙였다.

▲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직접 관련없음 ⓒ게티이미지뱅크

특히 김 위원장은 이마트에 고착화된 파견업 위반 문제를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담당이 매출과 연관된 발주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모든 파견사원이나 협력사원들은 담당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그런 갑을관계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이마트 직원이 파견업체 직원에게 자기들 업무를 시킨다. 근데 이것은 명백한 ‘파견법 위반’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최씨는 그러한 예 중 하나다”라고 꼬집었다.

최씨는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진술서를 넣은 상태다.

최씨는 “이마트가 ‘갑’의 관계에 있다 보니 업체직원을 바꿔 달라는 일이 암암리에 있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마트 민주노조 김주홍 위원장은 “이마트가 대기업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 하는 방법은 파견법 등 대한민국의 모든 법을 잘 지키는 것이다”라고 일침했다.

한편 본지는 이마트와 코카콜라의 공식적인 입장을 듣고자 수차례 접촉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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