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결국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10여년간의 자살보험금 미지급 논란은 일단락됐다.

금융감독원은 체면을 살렸고 이들 생보사는 경영권과 관련된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평가다. 그리고 제재 징계가 발표되더라도 입장 변화에 따라 제재 수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선례도 아로새겼다.

교보·삼성·한화생명 등 빅3 생보사의 백기투항을 차례로 받아낸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16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뒤늦게 자살보험금 지급을 약속한 삼성, 한화생명에 대해 기관경고와 함께 대표이사(CEO) 주의적 경고 및 주의조치를 내렸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2월 23일 제재심에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에 대표이사 문책경고와 함께 각각 3개월, 2개월 영업 일부 정지를 의결한 바 있다.

영업 일부정지로 이들 생보사는 재해사망보장이 들어간 보험을 2~3개월 팔지 못하고 3년간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지 못하는 타격을 받을 위기에 처했다. 또 대표이사 문책경고로 CEO들은 연임은 물론 3년 이상 다른 금융회사의 임원이 될 수 없을 뻔했다.

특히 삼성생명의 경우 기존 제재대로라면 금융지주사 전환에 제동이 걸릴 위기였다.

업계 안팎에서 삼성생명은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 해체와 함께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그룹 내 환경에서 금융지주사 전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주사 전환 작업은 인적분할, 물적분할을 동반한다. 때문에 새로운 법인 설립이 불가피하다. 삼성생명이 기존 제재대로 3개월 영업정지를 당했다면 앞으로 3년간 신사업 진출이 제한된다. 그럴 경우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은 불투명해질 수 있었다.

결국 삼성·한화생명은 징계 발표 이후 입장을 바꿨다. 그리고 금감원은 이에 답했다.

이 같은 금감원의 제재심 재의결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2월 23일 제재심을 앞두고 2007년 이전 자살보험금은 원금만, 나머지는 전액 지급한다고 밝혔던 교보생명은 대표이사 주의적 경고, 영업 일부 정지 1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물론 교보생명 역시 기존 제재심에서 신창재 회장에 대해 직무정지 3개월의 징계안이 상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오너를 위해 입장을 급선회했다는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직무정지의 경우 연임 불가는 물론 제재 즉시 경영에서 물러나야 한다.

금융당국은 삼성·한화생명의 경우 그동안 밀렸던 이자까지 포함해 전액 지급하는 것으로, 이자를 제외한 보험금을 주는 교보생명과 다르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제재심에서 징계가 발표되자 그제야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한 삼성·한화생명에 대해 제재 수위가 낮아진 것은 안 좋은 선례를 만들었다는 지적과 함께 앞으로 이를 악용할 여지가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번 자살보험금 논란이 기존 징계와는 다른 특수한 경우며 결국 소비자와 약속을 지켰고 또 서로 어렵게 결정한 것이니 나쁘게만 보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지만, 형평성 논란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0여년간의 긴 싸움 끝에 소비자들은 구제를 받게 됐다. 하지만 금감원의 체면과 생보사들의 최소한의 실리 속에 만들어진 이번 선례로 인해 이 같은 특수한 경우가 다시 일어난다면 소비자들은 금감원과 업계 사이 기나긴 줄다리기의 끝만 기다려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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