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최소미 기자】 다시 잔인한 4월이다. 세월호 참사는 올해로 3주기를 맞았다. 목포신항에도 팽목항에도 노란 리본은 여전히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3주기를 의식한 것인지는 몰라도 세월호 인양이 때마침 완료됐다. 세척이 완료되면 곧 본격적인 미수습자 수색 작업이 이뤄진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인양이 기술적으로 빨랐던 것인지 느렸던 것인지 판단하기는 어려울 테다. 그렇지만 인양했다고 세월호를 둘러싼 모든 것이 끝난 건 아니라는 점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지난 1월 도서 <신자유주의와 세월호 이후 가야 할 나라>를 기획한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소속 김진석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다.
당시 김 교수는 “하나의 사건이 일어났을 때 왜 그것이 일어났는지 원인을 규명한 뒤 책임자를 처벌하고, 다음에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 대책을 만들어 법령화하는 일련의 ‘사이클’이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 완성된 과정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참사 이전에도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가 있었고 잊을 만하면 KTX 관련 사고도 발생한다. 세월호 침몰은 화물 과적이 원인이었고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는 시공 불량, KTX 관련 사고는 부품 결함이 주된 원인이었다. 전형적인 인재(人災)였다.
물론 안전을 위해 아무리 최선을 다했다 하더라도 사고는 발생할 수 있다. 1차적으로 사고를 막지 못했다면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대처라도 잘 돼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조차 미비하다. 제대로 된 구조 매뉴얼도 없이 승객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말만 남기고 먼저 탈출한 선장의 모습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많은 인재들 중에서도 특히 세월호는 시민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더 받았다. ‘미안해, 잊지 않을게’라는 문구는 이제 흔해졌고 노란 리본을 매단 가방을 매단 학생, 직장인을 쉽게 볼 수 있다. 3주기를 맞아 전국 곳곳에서 추모 행사도 열리고 있다.
왜 세월호는 더 관심을 받았을까. 침몰하는 장면을 온 국민이 생중계로 지켜봐서? 희생자들 대부분이 수학여행 가던 고등학생이라서? ‘기간제’라는 타이틀 때문에 순직 인정을 받지 못한 교사가 있어서? 대통령이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궁금해서?
기자는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시민들에게 들었던 말을 되새겨본다.
지난해 11월 안산 416기억전시관에서 만난 한 안산 시민은 “누구나 세월호 안에서 죽어갔을 수 있다. 저들(희생자들)은 운이 나빴고, 우린 단지 운이 좋아서 살아있을 뿐”이라는 말을 했다. 다소 비관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누구나 당할 수 있었던 일이기에 더욱 이 사회 전반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말로 치환할 수 있겠다.
비슷한 의미로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인터뷰한 시민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위험성을 더 일찍 발견하지 못한 것에 대해 희생자들에게 끊임없이 미안해하고 기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세월호 참사는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이제라도 제2의 참사를 막기 위해 세월호를 기억하고 문제의식을 제기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김 교수가 지적했던 ‘사이클’의 중요성을 시민들도 인지했다는 방증이자, 시민들이 3년 동안 노란 리본을 달아오며 세월호 인양과 진상규명을 위해 목소리를 낸 이유다. 목포신항에서 만난 한 유가족이 “세월호는 국민들이 올려줬다”고 표현할 정도로.
결국 세월호가 올라왔다. 3년의 시간을 증명하듯 침몰 당시와는 달리 여기저기 녹이 슬어있고 악취를 뿜는, 다소 처참한 모습이다. 그만큼 처음 모습 그대로 온전히 남아있는 증거자료는 많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지만 어둠 속에 있다 빛으로 나온 세월호는 보다 상징적이다. 애타게 기다려온 미수습자 9명의 수습, 유가족들을 비롯한 시민들이 그토록 바라왔던 진상규명, ‘외부 충돌설’이나 ‘의도 침몰설’ 등 수많은 음모론을 양산했던 여러 의혹의 해결. 모든 것들이 이뤄질 수 있는 기회다.
3년이 지났지만 모든 것이 속 시원히 밝혀질 때까지 시민들은 쉽사리 세월호를 놓아주지 않을 분위기다. 그리고 앞으로 국내에서 ‘인재’라는 이름의 대참사가 일어났을 때 사람들은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끝까지 물고 늘어질 기세다. 이 같은 노력이 이어지면 모두들 경각심을 가질 것이고, 다음 인재를 사전에 막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뭍으로 올라온 세월호는 다음 안전을 위한 노력의 상징이다.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하나의 사이클이 완성되기 직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