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봄길 행진’·‘4월 16일의 약속 세월호 3주기 기억식’ 등 추모 행사 열려

▲ 세월호 3주기 기억식이 열린 안산 화랑유원지 ⓒ투데이신문

진실을 인양하라 잊지 않고 버텨온 3년
시민들 한 마음으로 
기억하겠습니다 다짐
대선주자들 
새로운 대한민국 한 목소리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2014년 4월 16일. 그 후 만 3년이 지났다. 3년이나 지나서야 육지에 거치된 세월호는 이제 우리에게 진실을 알려주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희생자 가족들과 시민들도 미수습자 수습과 진실규명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2017년 4월 16일 참사 3주기를 맞아 안산에서는 ‘안산 봄길 행진’과 ‘4월 16일의 약속 세월호 3주기 기억식’ 등 여러 추모행사가 열렸다. 

기자는 걷기행사가 시작되는 오후 1시 안산역을 찾았다. 이날 열린 ‘안산 봄길 행진’은 정부 합동 분향소가 위치한 화랑유원지를 목적지로 안산역 광장, 월드코아 광장, 와동 체육공원 등 세 곳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 '안산봄길행진'에 참가한 시민들 ⓒ투데이신문

걷기행사를 주관한 416연대는 참가자들에게 노란 풍선과 노란 꽃을 담은 화분 등을 나눠주고 “진실을 인양하라”, “선체조사 방해말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합동분향소가 있는 화랑유원지로 향했다.

많은 시민들이 저마다 노란 옷, 노란 스카프 등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를 상징하는 노란색을 맞춰 입고 나왔다. 이들은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한 시간여를 걸으며 세월호 참사의 진실 규명과 미수습자 수습을 위해 한 목소리를 냈다.

걷기 행사에 참여한 시민 강모(34)씨는 “김포에서 왔다”며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세월호 진상조사를 위해 힘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안산 봄길 행진'에 참가한 시민들 ⓒ투데이신문

안산역에서 출발한 행렬이 화랑유원지에 도착한 2시 20분쯤 월드코아광장과 와동 체육공원에서 출발한 대오도 눈에 띄었다. 행렬이 화랑유원지에 도착하자 자원봉사자들과 유가족들이 시민들을 격려하며 박수를 보냈다.

행진을 마친 시민들은 오후 3시에 시작되는 기억식에 참여하기 위해 돌아가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기자도 정부 합동분향소 옆 주차장에 마련된 기억식 행사장에 자리를 잡았다.

기억식을 시작할 시간이 가까워오자 여러 국회의원들과 대선후보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문재인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순으로 입장했으며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참석하지 않았다.

사이렌이 울리고 묵념으로 시작된 기억식의 첫 순서는 ‘이소선 합창단’의 노래로 시작됐다. 이소선 합창단은 ‘어느 별이 됐을까’, ‘쪽빛의 노래’ 등 두 곡의 노래를 불렀다. 쪽빛의 노래는 백기완 선생이 세월호에서 희생된 아이들을 생각하며 쓴 시에 신동일 씨가 곡을 붙여 만든 노래다.

▲ 이소선 합창단 ⓒ투데이신문

이어 세월호 희생자 단원고 2학년 7반 전찬우 학생의 아버지인 416 가족협의회 전명선 운영위원장이 발언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안전사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해 준 국민여러분께 감사하다”며 “철저한 진상규명으로 책임자를 처벌하고 안전에 대한 국가적 개선이 이뤄질 때 참사로부터 회복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제종길 안산시장도 추모사를 낭독했다.

남 지사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라며 “미수습자를 찾고 사고의 원인을 규명해 희생자 가족의 한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경기도의 모든 공무원들이 국민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제 시장은 먼저 희생자 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하며 “미수습자 9명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 보내고, 진상을 밝혀 빠짐없는 기록을 남겨 이런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416추모공원을 안산에 마련해야한다”고 역설했다.

다음으로 대선주자들의 추모발언이 이어졌다. 후보들은 하나같이 ‘빠른 미수습자 수습’과 ‘안전한 대한민국’을 약속했다.

문재인 후보는 “차기 정부는 세월호의 진상규명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더라도 대통령의 권한으로 세월호 특조위를 재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순직에서 제외된 김초원, 이지혜 두 분 선생님도 순직으로 인정해 명예를 회복해 드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 후보는 "노란 리본은 민주주의의 새로운 상징이 됐다. 그리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이정표가 됐다"고 하며 "세월호의 아이들을 잊지 않고 사람이 무엇보다 먼저인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다음으로 안철수 후보가 무대에 오르자 몇몇 시민들이 야유를 보냈다. 안 후보는 “끝까지 진실을 밝히고 책임져야 할 사람은 책임지도록 할 것”이라며 “잊지 않겠다. 기억하겠다”고 했다. 안 후보의 발언 중간중간 몇몇 시민들은 “왜 왔냐”, “거짓말하지 마라”는 등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최근 국민의당 목포시의회 의원들이 유가족들의 항의에도 세월호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에 이날 안 후보의 등장에 시민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 (왼쪽 위 부터 시계방향으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투데이신문

유승민 후보는 “가족을 떠나보낸 아픔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위로의 말씀을 드리기조차 죄스럽다”며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이 없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심상정 후보가 올라설 때는 가장 큰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심 후보는 “세월호가 1700만 촛불을 점화시켰다”면서 “헌재가 파면사유로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국민들 마음속의 파면사유는 세월호다”라고 말했다. 이어 “9분의 미수습자를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수사권을 가진 특조위를 꾸리고, 특별검사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심 후보는 끝으로 희생자 가족들에게 “버텨주셔서 감사하다”며 “국민들은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을 것이다. 정의당도 기억하고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 (왼쪽부터)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416가족협의회 전명선 운영위원장, 정의당 심상정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투데이신문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이날 참석한 대선주자 4명을 다시 무대 위로 불러 “가족과 국민을 대신해 약속을 받겠다”고 했고 후보들은 손을 맞잡고 시민들에게 인사하며 다시 한 번 약속했다.

추모발언 이후에는 이어 단원고 5기 졸업생 '수민이와 벨라르떼 성악 앙상블', ‘시민과 함께하는 뮤지컬 배우들’, 노래패 ‘우리나라’ 등의 공연이 이어졌다.

마지막 발언을 맡은 416 안산 시민연대 이재호 상임대표는 “화랑유원지에 추모공원을 설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날 분향소 주변에는 추모공원 설립을 위한 시민서명을 곳곳에서 받고 있었다.

끝으로 가수 안치환씨가 ‘천국이 있다면’, ‘바람의 영혼’ 등 두 곡의 노래로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전체 순서를 마치고 유가족, 대선후보, 내외빈, 시민들의 순서로 합동분향하며 기억식은 마무리됐다.

▲ 세월호 참사 3주기 기억식 행사장에 마련된 노란리본 조형물 ⓒ투데이신문

이날 기억식을 주관한 416연대는 "1만여명 이상의 시민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기억식에 참석한 김모(28)씨는 “처음 세월호 참사 소식을 접한 후 받은 충격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며 “오늘 참석한 대선후보들이 모두 미수습자 수습과 진상규명을 약속했으나 누가 그 약속을 지킬지 잘 판단해서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억식에 참석하기 위해 인천에서 왔다는 권모(24)씨는 “아직도 거리에서 싸움을 이어가는 희생자 가족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이어 “세월호 선체에 구멍을 많이 뚫어 미수습자 수습과 진상규명이 제대로 될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시민들은 3년이 지난 지금도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 긴 시간이었으나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진상규명을 위해 희생자 가족들과 함께 싸웠다.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 시민들이 기다린 3년은 너무 긴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아직도 그 기다림은 끝나지 않았다. 희생자 가족들이 시민들에게 바라는 것은 진상규명을 위해 투쟁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고 함께 하는 것’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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