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에마뉘엘 마크롱, 마린 르펜 후보 ⓒAP/뉴시스

【투데이신문 최소미 기자】 프랑스 대선 최종 결선에 ‘아웃사이더’ 후보들이 진출했다.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현지시각으로 지난 23일 치러진 대선 1차 투표에서 에마뉘엘 마크롱(39), 마린 르펜(48)이 각각 24.01%, 21.3%의 표를 획득하며 최종 결선 진출이 확정됐다. 1958년 프랑스 제5공화국 출범 이래로 비주류 당 출신 후보들이 나란히 결선에 진출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정치 입문 경력이 없는 마크롱은 3년 전 경제장관에 임명되기 전까지 무명이었다. 지난해 4월 창당한 중도 정당 앙마르슈(En Marche, 전진)는 하원 의석을 한 석도 갖고 있지 않다. 그는 소위 ‘파리 아웃사이더’라 불리고 있다.

이때 프랑스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인 건 그의 정치 철학이었다. 앙마르슈는 매달 26만명의 당원이 의견을 전달하면 공약에 반영하고 피드백을 하는 양방향 소통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다. 정치 경력이 없는 마크롱만이 할 수 있는 정책이었다.

게다가 르펜이 공약으로 프렉시트(Frexit, 프랑스의 EU 탈퇴)를 내세운 상황에서, 대선 후보 중 거의 유일하게 EU(유럽연합)와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나선 마크롱은 유럽 각국의 성원을 얻기도 했다. 실제로 마크롱이 1위로 결선에 오른 후 프렉시트 공포가 어느 정도 해소되자 유로화는 5개월 만에 최고치로 급등하기도 했다.

또 모든 후보들이 테러와 관련한 안보 문제를 공약으로 내걸 때, 경제학자의 경험을 살려 경제에 초점을 맞춘 공약을 내세운 것도 마크롱의 지지율에 한 몫 했다. 그는 공공 일자리를 줄이고 이 재원으로 청년들의 취업 교육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2위를 차지한 마린 르펜 후보 역시 비주류 극우당 FN(Front National, 국민전선) 출신이다. 르펜이 내세우는 反엘리트 정치가 먹혔는지 하원 의석 1석에 불과한 FN도 1972년 창당 이후 가장 많은 표(767만)를 얻었다. 르펜은 결선투표 진출 직후 연설에서 “이제는 거만한 엘리트층으로부터 프랑스 시민을 자유롭게 해야 할 때”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르펜은 대선 후보 중 유일하게 선거 캠프를 수도 파리가 아닌 낙후된 산업도시 에냉보몽에 둬 실업자들의 지지를 확실히 얻었다. 그 결과 1차 투표에서 르펜은 프랑스 북부 및 동부 등 상대적으로 실업률이 높은 지방의 표를 휩쓸었다.

여러 여론조사에서는 마크롱이 르펜을 6대4로 이기고 대통령으로 당선될 것이라고 점치고 있다. 세계 각국 정치계도 당적이나 국가를 가리지 않고 그에게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현지시각 24일 연설을 통해 “극우는 위험하다”며 “나는 에마뉘엘 마크롱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당당하게 밝혔고 결선 진출에 실패한 피용과 아몽 후보 모두 마크롱 지지 의사를 밝혔다. 또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EU 장-클로드 융커 집행위원장도 그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달했으며 미국 오바마 전 대통령도 마크롱에게 격려 전화를 해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마크롱의 우세를 장담하기엔 이르다는 목소리도 등장하고 있다. 마크롱이 1위를 했지만 그의 지지율은 전체 표의 1/4도 되지 않고, 마크롱보다 르펜의 핵심 지지층이 훨씬 견고하기 때문. 또 극좌파 장 뤼크 멜랑숑 등 결선 진출에 실패한 나머지 후보의 표가 둘 중 어느 쪽으로 가느냐에 따라 결과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게다가 이번에 치러진 1차 투표가 프랑스 대선 15년 만에 가장 낮은 투표율(77%)을 기록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그만큼 프랑스 국민들이 명확히 지지하는 후보가 없었다는 반증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결선 투표에서 누가 이기든 비주류 출신 후보들의 약진은 사회당과 공화당으로 이뤄졌던 양당 구도가 59년 만에 몰락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화당(중도우파) 프랑수아 피용 후보와 사회당(중도좌파) 브누아 아몽 후보는 각각 3위(20.01%)와 5위(6.36%)로 결선 진출이 좌절됐다.

특히 집권당 사회당 아몽 후보는 기성 정치의 청산을 의미하는 데가지즘(Degagisme)을 구호로 내세운 극좌파당 프랑스 앵수미즈(France Insoumise)의 장 뤼크 멜랑숑 후보(19.58%)에도 ‘참패’했다. 이는 임기기간 동안 두 자릿수의 실업률을 해결하지 못해 최악의 지지율로 추락해버린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에 실망한 프랑스 국민들의 심판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프랑스 대선은 결선투표제로 이뤄진다.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득표한 후보가 있으면 해당 후보가 바로 당선된다. 과반수 득표가 없으면 1차 투표에서 1·2위를 차지한 두 후보를 대상으로 2차 결선 투표를 진행해 대통령을 선출한다.

최종 결선 투표는 내달 7일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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