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 해놨어?”

“아니, 이제 하려고~”

“뭐, 숙제를 아직도 안 해놨어? 너 학교 갔다 와서 뭐했어?”

“뭐, 좀 쉬고 하려고 했지~”

“뭐? 너 엄마가 숙제부터 해놓으라고 그랬지~!!”

“아~ 한다고~, 내가 언제 숙제 안 한다고 했어?”“뭐? 어휴 저게~, 완전히 게을러 가지고~, 너 누구 닮아서 그렇게 게을러 터졌지?”

“뭐, 내가 어째서~!!”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쟁의 한토막이다. 특별히 엄마가 가정주부인 아이보다는 워킹맘 아이에게서 자주 보여지는 대화이다. 이럴 때 사람들은 엄마가 밖에서 일을 하니 아이들이 안정감이 없어서 그런다고 쉽게 생각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물론 그런 면이 없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그것은 기질 차이이다.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일을 하는 엄마들의 경우 대게는 주도형인 엄마들이 많다. 주도형은 일을 좋아한다. 머릿속에서는 항상 무슨 일을 할까, 이 일이 끝나면 어떤 일을 할까,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까 등 일과 관련된 생각이 지배한다. 그러다보니 결과가 중요하고 일처리가 빠르고 미적대고 미루는 것을 보지 못한다.

반면 이런 주도형 엄마와 부딪히는 아이는 대부분 안정형이다. 안정형은 사람 중심적이다. 바쁘게 뭔가를 하고 해내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편안하게 쉬고, 친한 사람과 같이 있고, 먹는 것을 좋아한다. 안정형에게는 결과를 위해 뭔가를 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다. 안정형 아이들에게는 공부가 일이다.

일 중심적이고 속도가 빠른 주도형 엄마와 관계 중심적이고 속도가 느린 안정형 아이, 이렇게 정반대의 기질을 가진 두 사람이 만났으니 어찌 부딪히지 않겠는가?

이런 가정에서 엄마와 아이 간에 전쟁이 종식되려면 서로의 기질을 아는 것이 우선이다. 특별히 엄마가 먼저 자신의 기질이 주도형이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그 주도형 기질의 특성이 어떤 것인지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아이의 기질이 안정형인 것과 그 기질의 특성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한마다로 지피지기(知彼知己)해야 한다. 해결의 실마리는 거기서 찾아진다.

안정형 아이들은 일과 거리가 멀다. 쉼이 중요하고 안정감이 중요하다. 그런 아이에게 공부는 그 자체가 굉장한 노동이다. 아이 입장에서 보면 하루 반나절을 힘든 노동을 했으니 얼마나 쉬고 싶겠는가? 그러므로 주도형 엄마가 안정형 아이를 다루는 가장 기본적인 관점을 아이에게 먼저 쉼을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침에 출근할 때 아이에게 이렇게 말을 하는 것이다.

“학교 갔다 오면 우선 너 좋아하는 떡볶이 사먹고 좀 쉬어~!!”

안정형 아이에게 먹으라는 말과 쉬라는 말보다 더 좋은 말이 있을까? 왜냐하면 사람이 안정감을 누리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먹고 쉬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안정형 아이는 공부라는 중노동을 했기 때문에 숙제라는 또 다른 노동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선 먹고 쉬게 하라. 그렇게 해서 아이가 심리적인 안정감을 누지면 아이는 그 충족감으로 숙제할 마음을 갖는다.

일을 좋아하는 주도형 엄마들이여, 안정형 아이를 위해 이 말을 꼭 기억하자. “너 좋아는 것 먹고 좀 쉬어~!!”

 

【프로필】 이영우

코칭블루대표

동화세상에듀코 코칭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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