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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최소미 기자】 대한민국에서 ‘여성혐오(여혐)’라는 단어가 대두된 건 단연 강남역 살인사건이 계기였을 것이다. 그 어떤 잘못도 하지 않은 젊은 여성은 일면식 없는 남자에게 살해당했다. 오로지 ‘여자’라는 이유에서였다. 경찰에 의해 범인은 조현병 진단을 받았지만, 그가 여자라는 이유로 피해자를 살해한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여혐민국>에서 저자는 강남역 살인사건을 미친 사람의 희귀한 범죄가 아닌, 여성들이 지금도 매일같이 느끼는 여혐에서 최악의 공포 시나리오가 그대로 재현된 사건이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저자는 여혐하는 사람이 무조건 남자라는 인식은 틀렸다고 지적한다. 심지어 저자 자신도 완벽히 여혐을 안 한다고는 할 수 없으며, 모두들 여혐 사회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아왔고 DNA 레벨까지 여혐에 물들어 있다는 것.

사실 여혐은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대한민국에 깔려있다. 여성들의 유리천장은 물론이며 ‘여자 방이 이렇게 지저분하냐’고 지적하는 것, 여자라서 꼼꼼하게 일을 잘한다고 여기는 것, 여자답게 하는 짓도 예쁘다고 말하는 것, 성폭행 당한 여성을 ‘옷을 야하게 입었겠지’라며 여성의 잘못으로 돌리는 것.

‘페페미(페이스북에서 활동하는 페미니스트)’로 유명한 이 책의 저자인 양파(주한나)는 페이스북 페이지 구독자 2만5천명을 넘기며 페미니즘 관련 글을 꾸준히 업로드해왔다. 본인은 런던에서 일하고 있어 한국의 여혐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수 있었지만 ‘같은 여성이기 때문에’ 한국의 페미니즘에 관심이 지대하다.

그리고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재한 글들을 엮어 출간한 <여혐민국>에서는 국내의 여혐을 다각도로 바라본 결과물이 담겨있다. 이미 종적을 감췄으나 ‘여혐’ 하면 등장하는 단어 메갈리아부터 대한민국에서의 결혼과 육아, 역차별과 생수통 이야기까지. 이 책은 김치녀와 개념녀, 경단녀와 노처녀를 넘나드는 한국 여자들이 왜 페미니스트가 될 수밖에 없는지 보여준다.

지금을 여성상위시대라고 말하는 남성들, ‘제대로 된 페미니즘’을 하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건네자. 여혐이 무엇이며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지 자세히 알려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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