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여러 언론에 보도됐던 세월호 영상 중 가장 기자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영상이 있다. 학생들이 배 안에서 구조를 기다리며 핸드폰으로 찍은 영상이다. 영상에는 당연히 구조될 것이라고 생각한 학생들이 서로 장난을 치고 웃음을 지으며 기다리는 모습이 담겨있다.

그러나 영상 속 학생들의 기대와 달리 구조 책임이 있는 국가는 역할을 다 하지 못했다. 이에 비판이 일자 청와대는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국가에 재난이 발생했을 때 최종적인 컨트롤타워는 청와대다. 청와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참사 당일 컨트롤타워로서 구조를 지시해야 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7시간 동안 모습을 감췄다. 당시 박 전 대통령에게 어떤 경로로 보고가 되고 어떻게 지시를 내렸는지 알 수 없으나 그는 사고 발생 7시간 만에 나타나 “아이들이 구명조끼를 입었다는데 발견하기가 어렵나”라고 말해 사고 경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국민들은 참사 이후 박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밝혀야 한다고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한 우익세력은 이를 극구 반대했다. 그러면서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외쳤다.

진실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단 한 사람인 박 전 대통령은 7시간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아 온갖 의혹과 논란거리만 만들어 국민을 분열시켰다.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은 19대 대선 당일이었던 지난 9일 박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 기록물들을 대통령 기록관으로 모두 옮겼다. 그리고 최장 30년간 열람할 수 없는 ‘지정기록물’에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에서 생산된 문건을 포함했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과 유가족들은 3년이 넘도록 진상 규명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제 황 전 대행으로 인해 이 싸움은 30년 뒤에나 끝날지 모른다.

30년 후면 세월호 참사를 일으킨 주범들 대부분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이보다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진실은폐와 시간을 무기로 또 다시 싸움을 이어가겠다는 심보다.

지정기록물을 열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17조 4항에 따르면 ▲국회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의결이 이뤄진 경우 ▲관할 고등법원장이 발부한 영장이 제시된 경우 지정기록물을 공개할 수 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당일 문건 공개가 정치적 쟁점이 되면 법원이 공개를 인정할지는 미지수다. 법원이 공개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국회의 동의를 얻는 방법밖에 없다.

하지만 국회의원 200명 이상의 동의를 얻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그동안 세월호 진상규명을 꾸준히 외쳐온 여당 120석과 정의당 6석은 확실히 동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선 국면에서 보수표를 의식해 세월호 문제와 거리를 둔 국민의당 40석은 불확실하다. 보수진영에서는 세월호 진상규명에 대해 거부해왔기에 20석을 가진 바른정당도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또 원내정당 중 가장 보수적이며 ‘친박’ 의원들이 포진한 94석의 자유한국당은 찬성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  

만약 7시간의 행적을 밝히지 못한 채 30년이 지나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면 우리는 후손들에게 과연 어떤 얘기를 할 수 있을까.

황 전 대행의 주장처럼 “(박 전 대통령의) 사생활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 때문에 7시간의 기록을 봉인한 것을 후손들은 납득할 수 있을까.

진상규명만이 살아 돌아오지 못한 이들과 후손들에게 떳떳하게 답할 수 있는 길이다. 이를 통해 참사의 진실을 알리고 ‘더 안전한 나라를 만들고 있다’고 후손들에게 말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할 수만 있다면 2014년 4월 16일 이전으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 그러나 시간을 되돌릴 수 없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다.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의 행적을 밝혀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다. 7시간 의혹을 해소해야 청와대가 재난에 어떻게 대응하고 국가재난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했는지 제대로 조사할 수 있을 것이다. 철저히 조사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 우리는 후손들에게 떳떳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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