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티이미지뱅크

한의원 원장, 자연치유 주장하며 카페 운영
운영자·맘닥터, 영아에 꿀·숯 섭취 처방 논란

의학상식과 맞지 않는 황당한 치료법 물의
일부 회원, 의약품 사용·예방접종 거부하기도

비의료인의 진료 및 처방 등 불법의료행위 의혹
한의협 “보건의료기본법·아동복지법 침해 가능성”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최근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서 약을 쓰지 않고 자연치유를 주장하는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이하 안아키)’ 인터넷 카페 피해 사례가 논란거리가 됐다. 안아키 카페에서 아토피 치료법을 접하고 따랐다는 한 아이 어머니의 글을 캡처한 게시물이었다. 아토피를 앓는 아이에게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쓰지 않고 안아키에서 처방한 햇볕을 쬐는 등의 치료법을 따랐으나 호전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아이 어머니는 아이의 사진과 함께 ‘신랑과 너무 많이 싸워서 이제 안아키를 못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사진 속의 아기는 얼굴과 두피 전체에 수포가 생기고 진물과 피가 난 상태다.

사람이 몸에 지니고 태어나는 자연치유력을 믿고 이를 따르는 치료법은 ‘안아키즘’, 안아키즘을 따르는 이들은 ‘안아키스트’라고 불린다. 안아키스트들은 치료를 위해 사용하는 항생제 등의 약을 쓰는 대신 자연적인 치료로 아이의 면역력을 키우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오히려 심각한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투데이신문>은 넘치는 자녀 사랑이 아동학대와 불법진료 논란으로 이어진 ‘안아키 사태’를 추적해봤다.

▲ ‘안아키’ 카페 화면 캡처

6만명 회원 활동하는 카페서 무슨 일이

2013년 네이버에 개설된 안아키 카페는 가입자 수 6만1000명, 게시글 수 6만3000개가 넘는다. 각종 포털사이트와 SNS에서도 안아키를 검색하면 각종 치료방법과 후기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안아키 카페의 운영자는 대구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A원장이다. 그는 지난해 카페 이름과 같은 제목의 책을 출판하기도 했다.

책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믿고 꾸준히 실천한다면 결과는 정직하게 나타날 것”이라며 자연치유를 믿고 시도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A 원장은 2015년 한 TV프로그램에 출연, 발효음식을 먹여 몸이 스스로 병을 이겨내도록 해 항생제를 쓰지 않고 아들을 키웠다며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해당 방송에서 A 원장은 “약 안 쓰고 아이 키운다는 의미는 약을 쓰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약이 필요할 때 듣는 아이를 만들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항생제를 조금만 써도 치료가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A 원장은 의약품을 사용하기보다 스스로 병을 이겨낼 수 있도록 기다리라고 조언한다. 예방접종을 거부하거나 필수 접종 외에는 맞지 않을 것을 권유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아키 카페 회원 등에 따르면, 안아키 카페에서는 1년에 한 번 ‘맘닥터 아카데미’가 열리는데 A 원장이 제공하는 의료 지식을 공부하고 시험에 통과하는 회원에게는 ‘맘닥터’ 자격과 함께 앞치마, 수료증이 제공된다. 맘닥터가 되면 카페에서 의료상담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된다. 이들 맘닥터는 치료법을 묻는 부모들에게 치료법을 가르쳐주며 안아키즘을 충실히 수행하지 못하는 부모들에게 꾸지람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의료인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 의료상담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맘닥터들이 사진을 보고 진단한 내용 <사진제공 = 아동학대방지시민모임>
▲ 아동학대방지시민모임에 제보된 피해사례 <사진제공 = 아동학대방지시민모임>

문제는 A 원장과 맘닥터들이 가르쳐주는 치료법이 의학상식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염에 걸린 아이에게 숯가루를 먹이거나 돌이 안 된 아이에게 꿀을 먹이라고 조언하는가 하면 40도 이상의 고열에도 해열제를 먹이지 않고, 악성 아토피로 피부가 벗겨져도 아이가 긁도록 두고 로션을 사용해선 안 되며 햇볕을 쬐라고 처방했다고 카페 회원들은 주장했다.

또 심각한 화상을 입은 아이들에게 4~50도의 뜨거운 물에 환부를 매일 1시간씩 담가야 한다고 충고했다. 화상을 입은 온도보다 낮은 온도로 몸에 스며든 열을 빼낼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이 처방을 따른 부모들이 환부가 아물지 않고 2차 감염에 이르러 걱정하는 글을 쓰면 맘닥터들은 “아이가 몸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격려하는 댓글을 달았다. ‘몸 공부’란 병을 앓는 과정에서 약을 쓰지 않고 자연치유력을 높이는 것으로 A 원장은 부모가 이를 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맘닥터들은 상담과정에서 ‘능소화’라는 약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루제제인 능소화는 A 원장이 조제해 판매하는 소화제다. 맘닥터 등은 “특별한 방법으로 만들어져 독성이 없고 아이들이 먹어도 괜찮은, 몸에서 음식처럼 받아들이는 약”라고 소개했다.

한 카페 회원은 “아이에게 능소화를 수시로 먹였는데 소화가 안 되고 컨디션 저하, 호흡곤란 등이 발생해 응급실을 찾았더니 간수치가 2000이 넘었다”며 그 이유를 문의하는 글을 올렸다.

▲ A 원장이 안아키 카페에 게시한 댓글 <사진출처 =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 캡처>

이에 A 원장은 “소화가 안 될 때는 간수치가 올라간다”며 “체끼 풀린 다음에 검사하면 거짓말처럼 떨어져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아키 일부 회원들은 항생제는 물론 예방접종까지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시중에서 판매되는 의약품이나 화장품까지도 거부하고 있으며 대신 A 원장이 만든 샴푸와 비누, 화장품이 첨가물 없는 자연주의 상품을 공동구매해 사용했다. A 원장은 화장품회사인 B사를 통해 본인이 만든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 같은 안아키의 치료 방법과 행태가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A 원장이 잘못된 의료정보를 전파하고 자신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며 비난이 일었다.

▲ ⓒ뉴시스

한의계 “극단적 자연주의 건강관리 카페”

논란이 일자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는 안아키를 극단적 자연주의 건강관리 카페라고 지칭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해당 카페 폐쇄조치와 함께 무면허의료행위 등 불법사항 적발 시 사법기관에 고발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한의협은 지난 2일 보도자료를 통해 “안아키 카페의 내용들 중 일부는 의학적 근거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설혹 일부 근거가 있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의료기관에서 의료인에 의해 전문적으로 진찰되고 치료가 되지 않으면 영유아 등 아이의 건강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행위들”이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어 “해당 카페에서 의료인이 직접 검증 안 된 행위를 시행하거나 권장했는지 등의 여부는 아직 명확히 확인하기 어려우나 ‘아이들도 독립된 인격체로서 자신의 건강보호를 위해 적절한 보건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보건의료기본법 제6조의 내용과 ‘부모의 보호·감독을 받는 아동의 치료가 소홀히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아동복지법 제17조 사항이 심각히 침해당한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A 원장이 카페 내에서 비윤리적, 불법적인 행위를 한 부분이 확인되면 추가적으로 윤리위원회 등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한의학의 최고 권위를 가지고 있는 대한한의학회 역시 해당 카페에서 일부 논란이 된 방법들이 현대 한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을 냈다”며 “카페 운영자가 단지 한의사라는 이유만으로 해당 카페에서의 주장이 의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고 맹신해서는 안 될 것이며 나아가 악의적으로 한의학을 폄훼하는 사태가 일어나서는 결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대한한의학회는 지난 4월 29일 ‘안아키’ 카페에서 일어나고 있는 내용과 주장하는 것들은 “현대 한의학적 근거 및 상식과는 맞지 않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배포했다.

대한한의학회는 성명서에서 “해당 카페나 한의사는 단순히 항생제, 스테로이드 등 양방화학약품 남용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선을 넘어 의학상식에 근거한 일반적인 치료법까지 부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이러한 논리는 한의학적으로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예방접종은 한의사 지석영(의생면허 6번) 선생이 도입한 것으로 한의사들은 감염병의 예방과 치료에 있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한의사들은 국민건강증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대한한의학회는 학술적 근거를 토대로 상식적인 한의진료의 근거와 지침을 만들어 비상식적이고 극단적인 일부 행태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해소하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 ⓒ뉴시스

카페 폐쇄…의료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경찰 수사

시민단체 ‘아동학대방지시민모임(이하 아시모)’은 지난 16일 피해사례를 모아 증거로 제출하며 안아키 카페 운영자인 A 원장과 맘닥터들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카페 일부 회원들을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신고했다. 현재 안아키 카페는 폐쇄된 상태다.

신고장을 제출한 아시모 공혜정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A 원장의 처방은 사실상 치료가 아닌 방치”라며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아동에게 의료적 처치를 하지 않고 고통과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는 ‘학대’”라고 비난했다.

이어 “비의료인인 맘닥터들이 아이의 환부 사진만 보고 상담해 중이염, 뇌종양, 고열, 경련 등 모든 질병에 대해 처방하는 불법의료행위를 했다”며 “현대 의료처방은 절대적으로 거부하면서도 A 원장이 임의로 제조한 약은 처방하는 등 모순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고 후에도 제보가 이어져 증거를 추가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안아키 운영자와 일부 회원 등에 아동학대 및 불법의료행위 여부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경찰청은 지난 18일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 대구 수성경찰서에 사건을 배당했다.

그러나 A 원장과 맘닥터들은 자신들의 치료법이 틀리지 않았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청와대에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본지는 A 원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한의원 측에 수차례 취재를 시도했으나 부재중이라는 이유로 연락이 닿지 않았다. 또 A 원장이 만든 화장품을 판매하는 B사 역시 “할 말이 없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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