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강지혜 편집국장

【투데이신문 강지혜 편집국장】 골프, 지검장, 대기업. 세 가지 단어만 듣고도 사람들은 쉽게 범죄 영화를 떠올린다. 모 지검장과 대기업 임원이 골프를 친다, 그리고 은밀하게 사건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대기업 임원은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어딘가에서 본 듯한 한국영화 속 장면 아닌가.

그런데 이 세 단어가 영화 속이 아닌 언론에 등장했다. <시사저널>은 지난 4월 15일 포스코건설 계열사의 비리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인천지검의 이금로 지검장이 포스코건설 전 상무와 골프를 쳤다고 보도했다. 영화는 현실을 투영한다더니 실제로 우리가 알 수 없는 일종의 ‘딜’이 오고 간 걸까.

이금로 지검장은 해당 언론을 통해 골프접대를 받은 것도 아니고 엔(n)분의 1로 결제를 했기 때문에 문제될 소지가 없으며, 법사랑위원회 회장단 차원에서 이뤄진 골프 회동이었다고 반박했다. 대검찰청은 역시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그렇게 골프 회동은 뭐 하나 건진 것 없이 마무리됐다.

돈봉투, 식사, 검찰. 이번에도 단어만 보고도 연상되는 장면이 있을 것이다. 영화 속이 아닌 현실에서 말이다. 이른바 ‘돈봉투 만찬’ 사건이다. 국정농단 사건이 마무리 된지 나흘 만인 지난달 21일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감찰국장이 특수부, 검찰국 간부와 식사를 하면서 돈봉투를 건넨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들은 대체 무슨 이유로 돈봉투를 주고받았을까. 쓸데없이 영화적 상상력이 발동한다. 

이제 우리는 이후 벌어진 이야기에 주목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돈봉투 만찬 파문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이창재 법무부 차관 후임으로 이금로 지검장을 임명했다.

그러자 곧바로 이금로 지검장의 골프 회동 사건이 다시 회자되며 부적절한 인사라는 지적이 일었고, 청와대는 공직기강이나 김영란법과 관련해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입장을 내놨다. 돈봉투 사건과 골프 회동 사건은 별개의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부정적인 여론은 쉬이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법적 잣대보다 더욱 엄밀한 도덕적 잣대로 이번 사건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금로 인천지검장은 이제 신임 법무부 차관으로서 문재인정부와 함께 대한민국 적폐청산과 대개혁을 만들어 나가야할 막중한 역할을 맡은 만큼 자신을 둘러싼 사소한 구설에도 적극적인 소명을 해야 한다. 오비이락격으로 맞닥뜨린 사건이 비난과 공격의 빌미가 되게 해서는 안 된다. 부디 문재인정부의 도전적이며 참다운 개혁 정책과 동행하기 위해서 그에 걸맞은 조건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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