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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슈퍼 “고객 요구로 ‘1시간 내 유료배송’ 시범 실행”
포장은 롯데 직원, 물품 배송은 외주업체…위험의 외주화

배달원 안전에 ‘시간제 배달’ 근절 추세 역행
시민단체 “시간 할당제, 기존 문제점 심화시켜”

【투데이신문 윤혜경 기자】 안전 문제로 시간 이내 배달서비스가 감소함에도 불구하고 ‘1시간 내 유료배송’ 서비스를 실행하고 있는 롯데슈퍼가 정작 물품 배송은 외주업체에 맡기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간 내 배송을 하기 위해 부담해야 하는 위험요소는 외주업체 소속 직원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것.

이에 일부 시민단체는 빠른 배송을 하기 위해 부담해야 하는 위험을 외주업체 노동자 개인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결국 외주화를 통해 원청인 롯데슈퍼가 위험으로부터 책임을 피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목숨걸고 달린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슈퍼는 이달 초 1시간 내 유료배송 서비스인 ‘롯데 스마트 퀵 60’ 서비스를 론칭했다.

해당 서비스는 온라인 전용 서비스로 소비자가 롯데슈퍼 공식 홈페이지에서 제품을 구매할 때 60분 서비스 항목을 체크한 뒤 추가 배송비 2500원을 함께 지불하면 결제 완료를 시점으로 1시간 이내에 주문했던 물건을 집에서 받아볼 수 있다.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주문을 완료하면 롯데슈퍼 온라인 전용배송센터인 ‘롯데프레시’에서 배송 물품을 확인하고 그 즉시 포장을 한다. 이후 퀵 서비스를 하는 외주업체가 소비자에게 물품을 전달한다. 해당 서비스는 현재 시범 운영중으로 서울 서초구와 강남구 일대에 거주하는 소비자에 한해 이용 가능하다.

롯데슈퍼는 이미 주문한 제품을 3시간 이내에 집에서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인 ‘3시간 이내 빠른 배송’ 서비스를 무료로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유료 배송이더라도 1시간 이내로 주문한 물건을 받아보고 싶다는 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이 같은 유료 서비스를 시범 운영한다는 게 롯데슈퍼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그동안 발생한 배달원 사고를 살펴보면, 1시간 내 배달 서비스 역시 배달원의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지난 2011년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피자가게에서 이륜차로 배달 알바를 하던 김모(18)군이배달을 하던 중 시내버스에 부딪혀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30분 배달 철폐 운동’이 일어난 바 있다.

이후 롯데리아와 한국맥도날드, 교촌에프앤비 등 배달음식 프랜차이즈 8개사는 주로 청소년인 배달근로자 보호를 위해 시간 내 배달 독려 등의 위험요소를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사고로 인해 해마다 요식업에 종사하는 이륜차 배달원 31명이 사망하고 1644명이 부상을 입는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25명의 배달원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고, 1570명이 다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에서 롯데슈퍼는 배달문화를 개선하기는커녕 오히려 기존의 배달시간보다 더 단축된 유료서비스를 시행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직접 관련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위험의 외주화 논란

또 다른 문제는 소비자에게 물건을 배송하는 최종 업체가 전용배송센터인 롯데프레시가 아닌 외주업체라는 것. 1시간 내 배송은 이륜차를 모는 외주업체 소속 퀵 서비스 배달원이 도맡는다. 시간 내 배달 독려는 물론 소비자의 재촉 등 배달원의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요소는 외주업체가 떠안게 되는 셈.

외주화의 문제점은 비단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삼성중공업 크레인 참사’ 등이 대표적인 예다. 원청이 위험한 작업을 외주업체에 맡김에 따라 현장 관리‧감독이 소홀해지면서 간접고용 형태의 노동자들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것이다.

외주화의 가장 큰 문제는 사고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에 책임을 전가하는 경우가 만연하다는 점이다. 힘없는 노동자들은 안전의 외주화, 위험의 외주화 때문에 계속 낭떠러지로 떨어질 뿐이다. 롯데슈퍼의 배달 서비스 외주화가 지탄 받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시민단체들은 우려 섞인 반응을 보였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정민정 교육선전국장은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많은 고객이 빠른 서비스를 선호하기는 하나 누군가의 생명을 위협하는 서비스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임금이나 4대보험 등 정당한 대가가 있어야 한다. 그런 범위를 보장할 수 없다면 이런 서비스를 시행하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청년유니온 김영민 정책팀장도 본지에 “배달업무를 하는 노동자분들이 외주업체 소속으로 돼 있는 상태에서 안전에 대한 감독이 원활하게 되고 있는지 우려된다”라며 “빠른 배송을 통한 기업의 경쟁력이나 이익 등은 기업이 가져가지만, 빠른 배송을 하기 위해 부담해야 하는 위험을 외주업체 노동자 개인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김 팀장은 “이러한 측면에서 안전대책이 필요하다”며 “택배 등 운송업 자체가 저임금 노동으로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다. 그런 와중에 ‘포장부터 배송까지 1시간’ 등의 시간까지 할당을 해버리는 방식 자체가 기존의 문제점을 심화시킨다”라고 덧붙였다.

보험가입으로 문제 해결?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롯데슈퍼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피자 업체 등에서 30분 배달 등 배달 경쟁이 가열되면서 운전자의 안전 보장은 하지 않고 시간 내 배송만 강요했던 적이 있다”며 “우리는 배송하는 분들 보험에 가입시킨 상태다. 그렇게 (피자 업체처럼) 되지 않기 위해 센터 내에서 상품이 체류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3시간 이내 빠른 배송 서비스보다 스마트 퀵 60분 서비스건을 우선적으로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객이 (1시간 내 유료배송 서비스를) 얼마나 찾으실지 명확하지 않아 현재는 롯데프레시센터에서 포장을 하면 외주업체 분들께서 퀵으로 (소비자에게) 배송을 하고 있다. 추후에는 롯데프레시센터를 확대할 예정”이라며 “(롯데프레시센터가) 확대되면 프레시센터 소속 롯데 직원이 배송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혼자서 구의역 9-4 탑승문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다 열차에 치여 생을 마감한 김모(당시 19)군 사건 이후 노동계는 죽음의 외주화를 근절해야 한다며 입을 모으고 있다. 또 롯데리아를 비롯한 8개의 배달음식 프랜차이즈 업체는 배달원의 안전을 위해 시간 내 배달을 근절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안전 대책으로 보험만 든 채 시간 내 배달을 시행하는 롯데슈퍼는 오는 6월까지 ‘1시간 내 유료배송’ 서비스를 서울권역 대부분 지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노동계가 위험의 외주화 근절을 외치고, 프랜차이즈 업체가 시간 내 배달 근절에 나서고 있어 롯데슈퍼가 역풍을 맞는 건 불 보듯 뻔한 전개다.

내달까지 시간 내 유료배송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인 롯데슈퍼. 확대시행 후, 시간 내 배송을 하기 위해 부담해야 하는 위험요소를 외주업체에 떠넘기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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