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성장하는 편의점 산업 버려진 알바노동자’…편의점 알바 건강실태·안전대책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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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알바노동자 건강·안전대책 토론회
가맹본부에서 노동환경·안전대책 마련해야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지난 2016년 12월 13일 새벽 3시 30분경 경북 경산시 진량읍에 위치한 한 CU편의점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만취한 손님 조모(51)씨가 숙취해소음료를 구입한 후 봉투를 요구하자 알바노동자 A(35)씨가 봉투값 20원을 지불해야한다고 해 말다툼이 벌어졌다. 화가 난 조씨는 집에서 흉기를 들고 다시 편의점을 찾아가 A씨를 찔러 숨지게 했다.

이 사건이 발생한 후 알바노동자의 안전과 편의점 가맹본부의 책임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지난 24일 경산CU편의점알바노동자살해사건해결및안전한일터만들기시민대책위원회, 무소속 윤종오 국회의원, 정의당 이정미 국회의원은 ‘성장하는 편의점 산업 버려진 알바노동자-야간알바 건강실태 안전대책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국회의원회관 3간담회실에서 토론회를 주최했다.

알바생, 일하다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느껴

알바노조 이가현 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는 사전행사(알바노동자 증언대회), 발제, 토론의 순서로 이뤄졌다. 이 자리에는 윤종오 의원과 증언을 맡은 2명의 알바노동자가 참석했으며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김철식 정책위원장이 발제를 맡았다.

토론 패널로는 현직 알바노동자인 김광석씨, 노동건강연대 정책위원 정해명 노무사,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정종열 가맹거래사, 경산CU사건의 소송대리인 정병욱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윤 의원은 주최 인사를 통해 “살해를 당할 정도로 사회적 안전망이 없는 상태에서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알바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 안전 문제에 대해 국회에서 관심을 갖고 대안을 찾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토론회를 시작하면서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알바노동자의 실태가 알려지고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앞서 사전행사로 진행된 ‘알바노동자 증언대회’에서는 2명의 알바노조 조합원이 증언에 나서 처우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PC방, 샌드위치 전문점, 편의점, 학원 등에서 다양한 알바를 경험했다는 김지수씨는 “고객들이 부당한 요구를 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대응하기 어려웠다”고 증언했다.

또 “여러 알바 현장에서 안전 수칙과 대비책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며 “알바에 대한 낮은 인식에서부터 안전문제가 발생한다”며 노동자로 대우받지 못하는 현실을 토로했다.

편의점, 카페 등에서 알바를 한 경험이 있는 신민주씨는 “여성 알바노동자에게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하는 등 부당한 요구를 하는 손님들이 많다”며 여성 알바노동자들이 직면하는 문제를 증언했다.

또 “같이 일하는 동료들은 ‘알바 하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말을 많이 한다”며 “경산CU편의점 사건을 접한 후 ‘나는 우연히 살아남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증언했다.

노동환경과 처우 외면하는 가맹본부

이어 발제에 나선 김철식 위원장은 편의점 알바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개선과 안전대책은 가맹본부가 나서서 마련해야 한다는 요지로 발언했다.

김 위원장은 “가맹본부는 점포 확장에만 전념해 노동환경과 처우를 외면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문제의 주 원인으로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의 수직적인 관계구조와 불공정한 수익분배구조를 꼽았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가맹점주가 가맹본부에 납부하는 로열티는 월 매출의 35%이며, 2015년 전국 가맹점의 월 평균소득은 4인 가족 월평균소득인 539만원의 절반에도 이르지 못하는 212만원이다.

이처럼 소득이 적은 점주는 알바노동자들의 급여를 최대한 낮추거나 직원고용을 줄이고 가족구성원의 노동력을 최대한 동원해 비용을 절감할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은 가맹점에 일방적으로 전가되는 비용 및 위험부담과 노동자의 소득 및 노동조건 등을 가맹본부가 함께 공유하고 책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가맹본부가 알바노동자 안전 책임져야”

정해명 노무사는 편의점 알바노동자들이 겪는 심야 폭력 실태에 대해 토론하면서 “알바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유무형의 폭력 문제가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알바노조가 지난해 11월 9일부터 25일까지 실시한 전·현직 알바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옥언이나 폭행을 경험한 비율은 67.9%에 이른다. 또 여성 알바노동자의 경우 성폭력·성희롱 경험 비율이 20%로 추정됐다.

정 노무사는 편의점 폭력 예방관리 프로그램 운영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가맹본부의 책임과 의무를 명확히 할 수 있도록 법제도 개선과 더불어 가맹본부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병욱 변호사는 가맹본부의 법적 책임에 대해 토론하면서 “경산CU편의점 사건의 경우 본부에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묻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편의점을 안전하게 관리할 주의의무가 본부에 있다고 볼 수 있다면 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알바노조는 경산CU편의점 사건의 해결을 촉구하고 가맹본부의 책임을 묻기 위해 ‘경산CU편의점알바 피살사건 해결을 위한 온라인 서명’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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