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해냄출판사>

【투데이신문 김지현 기자】  공지영 작가의 소설집이 13년만에 출간됐다.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다. 2000년 이후 발표한 작품들 중 21세기문학상, 한국소설문학상, 이상문학상 수상작과 신작 산문 등을 수록한 이번 소설집에서는 작가의 매력적인 문장과 속도감 있는 사건 전개 등이 돋보이는 작품들로 구성돼 있다.

일찍 집을 떠나 공장을 떠돌다 다시 고향에 돌아와서도 힘든 삶을 벗어나지 못하는 순례가 다시 희망의 싹을 틔우는 <부활 무렵>, 죽음을 앞둔 할머니를 둘러싸고 가족들 간에 벌어지는 또다른 죽음의 미스터리를 담은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탈출의 희망을 버리고 집착을 포기한 후에야 운명과 맞닥뜨린 번역가의 삶을 묘사한 <맨발로 글목을 돌다> 등 총 다섯 작품들은 고통과 번민을 통한 인간의 성장을 주제로 한 작가의 날카로운 관찰력을 보여준다.

장편소설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이야기 전개방식도 눈길을 끈다. 3인칭 시점을 통해 단번에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가 하면, 작가 본인의 현실을 소설에 녹여내 현실과 소설의 구분을 어렵게 하는 메타적 소설 기법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작가가 실험하는 소설 기법은 주인공과 내적 교감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다소 서늘하고 기괴한 문체부터, 상처받은 것들에 대한 연민을 자아내는 감상까지바쁜 현대 삶에서 빠르게 읽을 수 있는 단편소설들 속에서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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