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도 만족한 신상 맥주 피츠, 출시 초부터 표절 논란으로 삐걱

▲ (좌) 피츠 수퍼클리어 <피츠 공식 홈페이지 캡처>(우) 피츠 광고 <광고 동영상 캡처>

소맥용 맥주 피츠, 상표부터 광고까지 타사와 비슷?
롯데주류 “콘셉트 달라”vs 오비맥주 “유사” 지적

【투데이신문 윤혜경 기자】 롯데가 또 구설에 올랐다. 롯데주류가 야심 차게 선보인 맥주 신제품 ‘피츠 수퍼클리어(Fitz Super Clear)’가 상표에 이어 조정석을 모델로 기용한 광고까지 표절 논란에 휩싸인 것.

1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주류는 ‘꼭 맞다’, ‘적합하다’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영단어 ‘피트(Fit)’를 상표에 활용한 ‘피츠 슈퍼클리어(Fitz Super Clear. 이하 피츠)’를 지난 1일 출시했다. 피츠는 한국 맥주의 고질적인 단점으로 꼽히는 ‘싱겁고 개성 없는 맛’을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둬 자체 개발한 고 발효 효모 ‘슈퍼 이스트(Super Yeast)’를 사용했으며, 발효도를 90%까지 끌어올려 ‘깔끔한 맛’이 특징이라고.

그렇기 때문일까. 롯데그룹 식품BU 이재혁 부회장은 지난 24일 잠실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피츠를 맛보고 만족해했다”며 피츠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신동빈 회장도 만족해했다는 깔끔한 맛의 피츠. 그러나 피츠가 처한 상황은 전혀 깔끔하지 못한듯하다. 피츠라는 상표가 일본롯데의 인기 껌 ‘피츠(Fit‘s)’와 유사하다는 지적에 이어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 위치한 루트비어 업체 ‘피츠(Fitz‘s)’와도 거의 흡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

일본롯데 껌에 이어 미국 비어업체와 이름 유사
롯데주류 “Fit는 일반동사로 많이 쓰이는 단어”

롯데주류의 피츠는 일본롯데의 껌 피츠(Fit‘s)와 마지막 알파벳이 ‘z’와 ‘s’라는 것만 다를 뿐 단어를 읽었을 때 소리는 거의 동일하다. 루트비어 업체 피츠(Fitz‘s)와는 더욱 비슷하다. 끝부분에 복수의 어미를 가진 ‘s’ 유‧무만 다를 뿐 발음과 로고까지 흡사하다.

특히 일본롯데 껌 피츠는 출시 한 달도 채 안 된 상황에서 2천만 개 이상의 판매를 올렸던 제품이다. 그 인기에 힘입어 해당 제품은 국내에서도 롯데제과를 통해 ‘ID껌’이라는 상표로 출시됐다. 때문에 롯데 관계자라면 피츠껌을 모를 수 없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롯데주류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Fit’이라는 단어가 일반동사로 흔히 쓰이는 단어다. 어떤 자리에서, 어떤 음식과 어떨 때 먹어도 끝까지 깔끔해서 맛있는 맥주라는 제품 콘셉트가 ‘Fit’라는 단어와 맞아서 제품명을 피츠라고 했다”고 해명했다.

제품명이 어떤 선정과정을 거친 것이냐고 묻자 이 관계자는 “공모결과는 아니다”면서도 “공모를 진행한 건 맞지만, 공모전에서 어떤 게 당선됐고, 어떤 게 떨어졌고 등 피츠가 공모전에서 나온 것인지에 대해서는”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상표에 이어 방송광고도 표절 논란에 휩싸여
상대는 업계 1위 오비맥주의 ‘OB골든라거’

▲ (좌)오비맥주 ‘OB골든라거’ 광고 <광고 동영상 캡처> (우)롯데주류 ‘피츠 수퍼클리어’ 광고 <광고 동영상 캡처>

피츠의 표절 시비는 비단 상표뿐만이 아니었다. 배우 조정석을 모델로 채택한 광고에서도 표절 논란이 불거졌다. 조정석이 홀로 비스듬히 앉아 맥주를 마시고 감탄하는 모습이 지난 2011년 맥주 업계 1위인 오비맥주가 배우 공유를 모델로 기용한 ‘OB골든라거’ 광고를 연상케 한다는 것이다.

메시지도 흡사하다. 바로 3초가 그것. OB골든라거 광고는 “OB를 마실 땐 입안에서 ’3초‘만 음미해 주세요”라고 메시지가 뜬다. 해당 메시지가 뜨면 맥주를 마시고 있던 공유가 맥주의 청량감에 감탄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로부터 약 6년 후 제작된 피츠 광고는 조정석이 맥주를 꿀꺽꿀꺽 마시고 있으면 “마신 후 ‘3초’면 알게 되는 최적의 깔끔함”이라는 메시지가 좌측에 뜬다. 맥주를 넘긴 조정석은 뒤늦게 올라오는 맥주의 맛에 감탄 어린 표정을 짓는다. 두 광고가 흡사하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대목이다.

광고 표절 의혹과 관련해 롯데주류 측은 콘셉트 자체가 다르다는 입장이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광고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이 ‘3초’다. 일반적으로 3초는 첫인상을 결정짓는 시간이라 해서 광고나 소비심리학에서 많이 쓰인다. 때문에 그거(3초) 자체가 문제 되지 않는다“라며 ”OB골든라거는 풍부한 맛 때문에 입에 3초 정도 머금고 있을 때 풍미를 느낄 수 있다는 콘셉트고, 우리는 맥주를 마신 다음 3초 안에 시원한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광고 콘셉트 자체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 (좌)오비맥주 ‘OB골든라거’ 광고 <광고 동영상 캡처> (우)롯데주류 ‘피츠 수퍼클리어’ 광고 <광고 동영상 캡처>

반면 오비맥주 측은 두 광고의 콘셉트가 꽤 유사하다는 입장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3초 콘셉트’는 많이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OB골든라거도 ‘3초만 음미하라’가 주된 콘셉트였다. 피츠같은 경우도 3초를 내세웠다”며 “OB골든라거는 ‘1,2,3’으로 숫자를 세는데 피츠는 역으로 카운트를 센다. 이처럼 숫자를 보여주는 것과 모델들의 자세 등 우연이라고 보기엔 비슷한 부분이 꽤 있어 논란이 되는 것 같다. 유사한 부분이 많이 발견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주류가 표절 시비에 휩싸인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물 타지 않은 맥주’를 슬로건으로 건 프리미엄 맥주 ‘클라우드’를 출시했던 당시에도 롯데주류는 표절 논란에 골머리를 앓았다. 배우 전지현을 모델로 세운 광고가 명품 브랜드 구찌의 광고를 표절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해당 광고를 제작한 대홍기획 측은 “구찌 광고를 참고하지도, 표절하지도 않았다”고 일축했다. 그런데 이번 피츠 광고도 대홍기획이 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그룹 식품BU 이재혁 부회장은 소맥용 맥주로 개발한 ‘피츠 수퍼클리어’의 올해 매출 목표는 700억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클라우드와 피츠로 맥주 시장 점유율을 1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야심 차게 말했다. 

그런데 출시 초반부부터 피츠에 대한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깔끔한 맛’을 내세운 신상 맥주의 출발이 표절 논란으로 전혀 산뜻하지 못하다. 표절 논란이라는 악재로 출시 초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치명타를 입은 피츠. 피츠가 이 같은 논란을 뛰어넘고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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