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강의전담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강의 평가에서 제일 낮은 점수를 받은 과목이 “인성교육” 과목이었어요. 제 나름 그 과목이 비판받는 부분은 배제하고 강의를 진행했는데, 나중에 강의평가를 보니까 어떤 학생이 ‘교수님 강의가 참 좋았는데, “인성교육” 과목 자체를 반대해서 어쩔 수 없이 강의평가를 낮게 드렸어요. 죄송해요.’라고 썼더라고요.

위의 인용문은 필자가 아는 교수 중 강의평가 점수 미달로 재임용 탈락의 위기에 처한 분의 하소연을 조금 각색한 것이다. 그 교수님은 인성교육과 관련된 분야의 전공자가 아니었지만, 학교의 요청으로 인성교육 과목을 강의했다. 그 결과 전공과목이나 교양과목 강의평가는 꽤 높은 점수가 나왔지만, 인성교육 과목에서 낮은 강의 평가를 받아서 재임용 탈락의 위기에 놓이게 됐다.

인격의 도야, 인성 교육은 동·서양과 시대를 막론하고 매우 중요한 의제였다. 사서삼경(四書三經) 중 하나로 꼽히는 『대학(大學)』에서는 스스로를 닦는 여덟 가지 덕목으로 격물(格物), 치지(致知), 성의(誠意), 정심(正心),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를 꼽았는데, 이 가운데 격물, 치지, 성의, 정심은 “수신” 과정에 해당한다. 즉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닦지 않으면 가정을 꾸리고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정할 수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불교에서도 스스로를 닦는 행위는 매우 중요했다. 이야기의 말머리를 일컫는 화두(話頭)라는 말은 원래 불교에서 깨달음을 얻기 위해 제시되는 여러 과제를 뜻했는데, 이것이 일상적인 용어에 쓰일 정도로 대중화 된 것이다. 또한 참선과 명상은 불교에서 중요한 수행법으로 꼽히고 있다.

서양의 종교에서도 인격을 닦는 행위는 중요했다. 기독교의 각종 의례, 즉 주일예배나 미사 등에서 한 주 사이의 자신의 행위를 반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행위로 꼽히고 있다. 또한 기도를 통해서 스스로의 죄를 반성하는 것 역시 기독교에서 매우 강조하는 분야 중 하나이다. 이 외에도 원불교, 대순진리회 등 우리나라의 신종교에서도 인격을 닦는 행위는 매우 중요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종교에서 인성을 닦는 것을 강조하는 것은 실제 우리나라 역사에서 제왕이나 선비 등에게도 중요한 의제였다. 군주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스스로를 닦는 행위였는데, 실제 성군으로 꼽히는 세종의 경우에도 그의 아버지인 태종과 형인 양녕대군이 세종의 비대한 몸에 대해 항상 걱정했고, 때로는 놀림감으로 삼았다고 전해진다. 또한 정조와 이순신의 경우에는 몸과 마음을 단련하기 위해 수시로 활을 쏘았고, 그 결과 활 쏘는 수준이 매우 높았으며, 이것은 현대에도 그들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위인이 되는 한 원인이 됐다.

인성, 혹은 인격을 닦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인성교육의 주체가 무엇이냐?’의 여부이다. 일단 기본적으로 인성 교육을 받는 것과 하는 것, 모두 자기 자신이어야 한다. 실제로 유교나 불교에서도 스스로 마음을 먹고 인격을 닦는 것을 매우 강조했다. 실제로 누군가가 가르침을 주는 것은 상대가 아직 미성년이거나, 특수한 지위, 즉 교육 대상이 군주가 될 사람일 때 실시되는 것이며, 그 역시도 안내가 주가 되었지, 주입이 주가 되진 않았다. 또한 동서양의 고전과 종교들의 주장을 살펴보면, 인성 교육은 기본적으로 스스로, 혹은 각 가정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이고, 미성년을 대상으로 이뤄져야 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각 대학에서 최근 몇 년 사이에 “인성교육”이라는 과목이 개설·운영되고 있다. 각 대학에서 실시되고 있는 인성교육은 각 대학의 설립 취지에 맞고, 사회에서 살아나갈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그런데 이 말대로라면, 대학에서 선발한 학생들이 사회에서 살아나갈 수 있는 인성 교육을 가정이나 의무교육 기간 중에 제대로 받지 않았다는 전제, 그리고 그 학교의 인재상과 설립취지를 강제로 주입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기존의 인성교육이 가지고 있는 원칙에 부합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

몇 년 전에 끝난 프로그램인 원음방송의 전문종교인 대담 프로그램에서 출연한 목사, 신부, 승려, 원불교 교무가 한 목소리로 ‘인성이라는 것인 교육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리고 인류는 인성교육이 특정 기관의 특정 이념을 주입하고, 이렇게 교육받는 사람들이 전쟁과 학살의 주역이 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바로 나치의 히틀러-유겐트(Hitler-Jugend)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