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디톡스 정현호 대표이사가 지난 4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보툴리눔 균주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 공개' 미디어 설명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뉴시스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 메디톡스가 미국에서 대웅제약을 상대로 자사의 보툴리눔 균주를 도용했다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지난해 논란이 됐던 보툴리눔 균주 출처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메디톡스는 지난 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터 법원에 대웅제약,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 알페온 등을 상대로 대웅제약이 자사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 일체를 도용했다는 소송을 제기했다.

메디톡스는 소장을 통해 자사 전직 직원 A씨가 대웅제약의 연구개발 담당 직원을 통해 자사의 보툴리눔톡신 균주 정보를 전달하고 12만달러(약 1억3000만원)의 대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A씨가 이를 대가로 미국 한 대학의 박사후과정도 유급직으로 보장받았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보툴리눔톡신 제제는 주름 개선 등 주로 미용시술 원료로 쓰인다. 전 세계에 상용화된 보툴리눔톡신 제제 생산 업체는 엘러간, 메디톡스, 대웅제약 등 모두 7곳이다.

보툴리눔 균주의 출처가 논란이 된 이유는 극소량으로도 대규모 인구를 살상할 수 있는 생화학 무기이기 때문.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보툴리눔 독소는 자연계에서 생산되는 가장 강력한 독소로 취급된다. 이 때문에 미국질병관리본부(CDC)는 위험도, 생산 가능성, 무기화 가능성 등을 고려해 탄저, 페스트, 두창과 함께 보툴리눔 독소를 A 등급으로 지정한 바 있다.

보툴리눔 독소는 다른 병원체와 달리 병원균 자체가 아닌 균에서 생산되는 독소가 매우 치명적인 물질이다. 독소 자체가 가지는 살상 효과는 그 어떤 생물테러 무기보다 가장 강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1g만으로도 100만명 이상을 죽일 수 있는 생화학 무기로 쓰일 수 있는 맹독성 물질인 것.

실제로 보툴리눔 독소의 위력을 다른 대량살상 무기들과 비교한 결과 서울 인구 50%를 사망시키는데 핵무기는 2.6메가톤, 사린 신경가스는 1700톤이 필요한 반면 생물무기 탄저균은 17㎏으로 화학무기와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보툴리눔 독소의 경우 유제품에 독소를 첨가해 생물테러를 일으킬 경우 10~100g 만으로도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까지 희생자가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전염병 예방법에 따라 보툴리눔 독소는 ‘고위험병원체’로 지정돼 있으며, 국제적으로도 ‘생물무기금지협약’에 따라 보툴리눔 톡신의 국가 간 거래가 금지돼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보툴리눔 균주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일자 올해부터 보툴리눔균 등 고위험병원체 발견 신고가 들어오면 현장조사를 의무적으로 하기로 했다.

이러한 상황에 메디톡스는 그동안 대웅제약이 자사의 보툴리눔 균주를 훔쳐갔다고 주장해 왔다.

대웅제약이 진뱅크에 ‘A형 홀’로 등록한 보툴리눔 균주의 염기서열을 확인한 결과 염기서열 370만개 중 독소와 관련된 염기서열 1만2912개 모두 메디톡스 균주와 100% 일치했다며 메디톡스는 염기서열 공개를 요구해 왔다.

유전체 염기서열은 생물체의 유전정보를 나타내는 고유한 식별표지로 일종의 유전자지도로 이것을 분석하면 생물체가 무엇인지, 어디에서 유래한 것인지 등 생명체의 정보를 식별하거나 판독할 수 있다.

대웅제약은 이와 관련해 사실과 다르다며 맞서고 있다.

대웅제약 측은 메디톡스가 법적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허가 받은 ‘나보타’에 대해 지속적으로 흠집내기를 시도해 왔고, 그동안 메디톡스 측이 국내 수사기관에 진정 의뢰한 건 모두 무혐의로 내사종결 된 바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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