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사회서비스 노동자, 그 현실을 말하다’ 사회서비스 노동자 근로조건 증언대회

▲ 지난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의당 윤소하 국회의원, 전국사회복지유니온의 공동주최로 열린 사회서비스 노동자 근로조건 증언대회 ⓒ투데이신문

고용보장·처우개선으로 사회서비스 질 높여야
윤소하 “사회서비스 노동자 처우개선 우선돼야”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정부의 정말 똑똑한 박사들이 지침을 만들었을텐데 어떻게 자기들은 빠져나갈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을 옥죄는 지침을 만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최재호씨는 독거노인 중증장애인 응급관리요원으로 일하고 있다. 응급관리요원은 암묵적으로 계속 고용이 되는 형태였다. 그러나 올해 지침이 바뀌면서 기존에 일하던 사람들도 무조건 1년이 되면 다시 공개채용하게 됐다. 때문에 평가점수가 낮게 나오거나 기관장 등 상사의 눈 밖에 나면 1년 후에는 채용에 대한 부담을 안게 될 수밖에 없다. 또 최씨는 “지침에 명시된 임금이 어떤 기준으로 책정됐는지 알 길이 없다. ‘고용해줬으면 그냥 일해’라는 태도가 전반적으로 깔려있어 고용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최씨는 지난 2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전국사회복지유니온과 정의당 윤소하 국회의원의 주최로 열린 사회서비스 노동자 근로조건 증언대회에 참석했다. 이날 ‘사회서비스 노동자, 그 현실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열린증언대회에는 장애인활동보조인, 요양보호사, 노인돌봄기본서비스 관리자 및 독거노인생활관리사, 노인일자리 수행기관 전담인력, 독거노인 중증장애인 응급관리요원 등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일하는 다양한 노동자들이 실태를 증언하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포괄임금제 등 사회서비스 노동자 임금기준 개선돼야”

첫 증언자로 나선 장애인활동보조인 전영자씨와 요양보호사 고정임씨는 “현행 급여제도는 서비스 제공 노동자가 ‘근로기준법’상 보호를 받아야 함에도 중개기관에서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포괄임금제를 사실상 강제하고 있다”며 운영비와 인건비의 분리지급과 수가인상을 통한 처우개선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사회서비스 공단에 거는 기대가 크다”며 “장애인활동보조인과 재가서비스요양보호사도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인일자리 수행기관 전담인력으로 일하는 조승희씨는 “11개월 ‘쪼개기 계약’ 때문에 3년째 일하고 있으나 일에 대한 전문성과 자부심을 가질 수 없는 조건”이라며 “노인일자리 사업은 12개월 내내 지속되는 사업이므로 11개월이 아닌 12개월 계약으로 사업의 연속성과 전문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급여 또한 135만3000원 외에 지급되는 수당은 전혀 없다”며 역시 포괄임금제의 문제를 지적했다.

노인돌봄기본서비스 사업 수행 인력인 서비스 관리자 조은수씨는 “12개월 근로계약이지만 보건복지부 지침상 기간제 근로자로 명시하고 있어 11년째 최저임금을 받는 기간제 근로자로 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독거노인생활관리사 고영미씨는 “매년 현황조사를 하는데 그 기간에는 기본 업무 외에 하루 10~15명 가량의 어르신의 집을 방문해야 한다. 부재시에는 밤에 재방문을 해야 한다”며 “시끄럽다며 칼을 들고 나오는 경우도 있어 안전에 위협도 느낀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당연히 초과근무가 발생하는데 이에 대한 수당은 전혀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안정, 급여기준 보장돼야”

마지막 증언자로 나선 독거노인 중증장애인 응급관리요원 최재호씨는 “고용 안정을 보장받지 못해 관리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또 24시간 독거노인과 중증장애인의 응급관리를 담당하지만 당직수당 지급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전국적으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함에도 기관마다 지급 유무에 차이가 있다”고 급여 기준이 미비함을 지적했다.

그는 “전공 분야는 아니지만 정부에서 지원하는 사업이니 ‘긍지도 많이 있겠다’는 기대를 했다. 그러나 현장 노동자의 처우가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옥죄는 것이 현실”이라며 “누가 이 일을 자긍심 가지고 하겠나. 이미 사회복지사로서 긍지를 잃은 지 오래다”라고 말했다.

많은 참석자들은 최씨의 증언에 공감하며 처우개선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2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사회서비스 노동자 근로조건 증언대회에서 전국사회복지유니온 김준이 위원장이 정의당 윤소하 국회의원에게 사회서비스 노동자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윤소하 의원실>

“사회서비스 질 높이기 위해 종사자 처우 개선해야”

참석자들이 증언을 모두 마친 후 윤소하 의원은 “지금 조건은 사회서비스 노동자가 이용인에게 마음을 쏟고 일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며 “사회서비스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휴먼서비스이기에 종사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우선돼야 서비스의 질도 함께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원 한 사람의 힘으로는 어렵다. 여러분이 노조에 많이 가입해 국회를 압박하고 논의 테이블에 올려놓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증언대회는 전국사회복지유니온이 사회서비스 노동자의 처우개선 요구를 담은 서한을 윤 의원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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