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의두얼굴①] 4대강 사업 그 후, 망가져버린 금강의 실태

▲ 금강에 낀 녹조 <사진 제공 = 김종술씨>

비단결같이 아름답게 흐르는 ‘금강’
4대강 사업으로 100m 미인 돼버려

물 속엔 자갈·모래 온데간데없이 저질토만 
4급수 지표종 실지렁이·붉은깔따구 서식

‘녹차라떼’ 연상케하는 물 위에 핀 녹조
간질환 유발하는 독성물질 포함돼있어

수문 일부 개방, 수질 개선 효과 없어
전국 16개 보의 모든 수문 개방해야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예년보다 무더위가 일찍 찾아온 요즘 같은 날에는 시원한 금강물에 몸을 맡기면 더할 나위 없는 힐링이 되겠지만 모두 옛일이 돼버렸다. 물 밑바닥까지 깊숙이 병든 금강은 지금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

굽이치며 흐르는 강의 물결이 마치 비단결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 ‘금강’. 전라북도 장수군 장수읍에서 발원한 금강은 대한민국의 6대 하천 중 하나로 손꼽힌다. 충청남도 금산을 시작으로 공주, 부여, 논산을 거쳐 서해 군산만으로 흘러드는 금강은 그 길이가 대략 394.76km에 달한다.

바다만큼이나 푸른 옥빛의 아름다운 물결을 가진 금강은 야생동물들의 쉼터로서, 때로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의 휴식처로서, 방학을 맞은 학생들의 즐거운 물놀이 장소로서 만능의 역할을 해왔다. 또한 농업용수와 공업용수, 그리고 충청지역 일부 주민들에게는 식수로 활용되기 때문에 천연 물탱크 노릇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런데 2008년 이명박 정부의 한국형 녹색 뉴딜 사업의 일환인 이른바 ‘4대강유역종합개발 사업(이하 4대강 사업)’으로 금강의 운명은 180도 뒤바뀌어 버렸다.

▲ 4대강 준설 당시 현장 사진 <사진 제공 = 김종술씨>

4대강 사업은 가뭄과 홍수를 근원적으로 방지하고 농업용수를 원활하게 공급함으로써 식량 생산을 증진하고 영농의 안정화를 꾀하고자 함이었다. 이를 위해 총사업비 약 22조 원을 들여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4대강을 포함해 섬진강 및 지류에 16개의 보(洑)와 댐 5개, 저수지 96개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2009년 2월 ‘4대강 살리기 기획단’이 꾸려진 이후 그해 7월부터 홍수 예방과 생태 복원을 내걸고 본격적으로 공사에 착수했다. 2013년에는 생활, 여가, 관광, 문화, 녹색성장 등이 어우러지는 다기능 복합공간으로서의 탈바꿈을 위한 공사도 마무리됐다.

그런데 2013년 1월 감사원의 <4대강 사업 주요 시설물 품질과 수질 관리 실태> 감사 결과 ▲설계 부실에 따른 보의 내구성 부족 ▲보강 공사 부실 ▲수질 악화라는 총체적 난국이 확인됐다.

마치 이를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4대강 유역에서는 해를 거듭할수록 녹조가 창궐하고 강바닥은 온통 저질토가 점령해버렸다. 또 상대적으로 저급수에서나 서식하는 큰빗이끼벌레, 실지렁이, 붉은깔따구 등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 공주보 인근 금강 전경 ⓒ투데이신문

기자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아름다운 우리 강을 살리기는커녕 죽음의 나락으로 내몬 4대강 사업의 실체를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 28일 금강이 흐르고 있는 충청남도 공주시로 향했다. 이날 취재는 근 10년 동안 4대강에만 몰두해 살고 있는 ‘금강요정’ 김종술(51)씨와 동행했다. 김씨는 현재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금강의 실태를 글과 사진에 낱낱이 담아 사람에게 알리고 있다.

실지렁이·붉은깔따구가 우글대는 ‘저질토’ 위에 서다

▲ 금강에서 퍼 올린 저질토 ⓒ투데이신문

금강에는 상류 ‘세종보’, 중류 ‘공주보’, 하류 ‘백제보’ 총 3개의 보가 설치돼 있다. 보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자면 하천에서 관개용수를 수로에 끌어들이려고 둑을 쌓아 만든 저수시설로 ‘낮은 댐’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기자와 김씨는 최근에 수문을 개방했다는 공주보로 가장 먼저 향했다. 차를 타고 공주보를 가는 길, 창문 너머로 금강의 장관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기대 이상으로 아름답다는 기자에게 김씨는 “그래서 강은 100m 미인이라는 말이 있다”고 했다.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공주시 웅진동 고마나루 인근에 차를 세워두고 강 가까이에 다가섰다. 아까 멀리서 본 것과는 달리 한눈에도 물이 탁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나마 이틀 동안 내린 비 덕분에 이날은 물이 맑은 편에 속했다. 물 위에 빼곡히 떠 있는 식물이 눈에 들어왔다. 주로 늪지나 연못에서 자생하는 ‘마름’이라는 수상식물로 강에서는 자라지 않는다고 했다.

▲ 마이크로버블기(상), 수중폭기(하) ⓒ투데이신문

그런데 어디선가 계속해서 시끄러운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의 정체는 바로 마이크로버블기(Micro Bubble Aeration System)’였다. 소형 대포처럼 생긴 마이크로버블기는 초미세기포를 만들어 물속에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용존산소를 증가시키고 수소와 산소유기를 생성해 수면 바닥에 있는 독성물질과 유기물, 무기물 등을 분해하고 녹조 성장을 억제하는 등의 효과를 내는 것. 김씨는 마이크로버블기가 상당히 위험한 장치라고 지적했다. 인간의 기준으로 좋은 생물과 나쁜 생물을 구분하는 것 뿐 사실 모두가 필요한 생물들인데 이를 모두 없애버림으로써 자연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원래 전국적으로 약 500~600대 설치하려고 했으나 이 같은 논란으로 시범적으로 설치된 공주보에만 1대가 있는 상황이다. 그 옆에는 물속에 가려져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계속해서 기포를 뿜어대는 ‘수중폭기’도 설치돼 있었다. 이 역시 녹조를 밀어내기 위한 수단이란다. 수질 개선을 위한 근본적 문제 해결보다는 지금 당장 코앞에 닥친 상황만 어떻게든 피해보려는 속내가 뻔히 들여다보이는 미봉책이었다.

▲ 저질토를 퍼 올리는 김종술씨 ⓒ투데이신문

저질토(하천이나 호소를 준설할 때 나오는 침전 퇴적물)의 실태를 직접 보고 싶다는 기자의 요청에 김씨는 장화를 신고 삽을 든 채 강으로 들어갔다. 가장 접근이 쉬운 강의 가장자리는 여느 강처럼 모래와 자갈이 쌓여있어 의아하던 찰나였다. 이는 한국수자원공사에서 매일 아침 쾌속선을 타고 강위를 돌아다니며 파도를 일으켜 사면을 깎아내리기 때문이라고 김씨는 설명했다. 물속으로 조금만 들어가도 저질토 때문에 발 디디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김씨가 삽으로 퍼 올린 저질토의 모습은 마치 공사장에서 사용되는 물에 갠 시커먼 시멘트 같았다. 냄새 한 번 맡아보라며 그가 내민 저질토 한 줌에서는 하수구에서 날 법한 불쾌한 냄새가 올라왔다. 저질토의 오염도에 따라 냄새의 정도도 차이가 난다고 한다.

김씨는 저질토를 절대 맨손으로 만지지 말라고 했다. 피부병에 걸릴 수 있기 때문. 얼마 전 금강을 다녀간 학생들도 강물 속에 저질토를 맨손으로 꺼내 올렸다 된통 피부병에 걸렸다고 한다. 늘 저질토를 맨손으로 만지는 김씨 역시도 항상 손에 울긋불긋하게 두드러기가 올라와 있다고 했다.

▲ 저질토에서 나온 실지렁이 ⓒ투데이신문

건져낸 저질토에서는 낚싯줄만큼 가느다란 실지렁이가 나타났다. 보통 여자들보다 손이 큰 편에 속하는 기자의 중지보다도 길어 보였다. 몸통이 굉장히 얇기 때문에 저질토에서 실지렁이 찾기란 사막에서 바늘 찾기만큼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그 개체수가 워낙에 많아 어렵지 않았다.

▲ 저질토에서 나온 붉은깔따구 ⓒ투데이신문

김씨는 혹시나 저질토가 있는 곳만 파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할까 싶다며 무작위로 한 삽을 다시 퍼 올렸다. 두 번째로 건져 올린 저질토에서는 실지렁이에 이어 붉은깔따구벌레가 나왔다. 길이는 손가락 두 마디가 채 안될 만큼 짧았지만 몸통이 실지렁이보다는 통통해 눈에 더 쉽게 띄었다.

▲ ⓒ투데이신문

기자도 장화를 신고 물속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김 씨는 혹시 발이 빠질까 염려된다며 삽을 건네줬다. 지면에서 두발자국쯤 디뎠을까 갑작스럽게 발이 푹 빠지는 바람에 기자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강이라기보다는 마치 갯벌 한가운데 서있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기자가 직접 퍼 올린 저질토에서도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는 4급수 지표종이다. 환경부의 말마따나 금강물이 2급수라면 발견돼서는 안 되는 생물인 것. 또 지난해까지만 해도 2~3급수에서 서식하는 큰빗이끼벌레가 많이 발견됐지만 올해 들어서는 상대적으로 그 수가 많이 줄었다. 그 이유는 둘 중 하나란다. 수질이 1급수로 좋아졌거나 4급수로 나빠졌거나.

▲ 공주보 ⓒ투데이신문

공주보를 더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차를 이동했다. 얼마 전 문재인 정부는 녹조 개선을 위해 ‘4대강 보 개방’ 방침에 따라 16개의 보 가운데 6개 보의 수문을 개방했다. 금강의 보 3개 가운데서는 강의 중류쯤에 위치한 공주보가 선택됐다.

현재 공주보의 수문은 약 20cm 열려있는 상황이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도 공주보에서는 물줄기가 흐르고 있었다. 수질이 좀 나아졌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씨는 수문 개방의 목적이 수질 개선이라면 단순히 이동식 가동보를 조금 개방하는 거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수문이 온전히 다 열리게 되면 강 밑바닥의 저질토까지 흘러내려가기 때문에 미비하게나마 수질 개선이라도 볼 수 있다고 했다.

▲ 백제보(상), 물 위에 떠있는 곤포 사일리지(하) ⓒ투데이신문

백제보를 보기 위해 금강 하류로 이동했다. 부여 부근을 흐르는 금강은 ‘백마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금강 5경 왕진나루 인근에서 백제보를 관찰하기로 했다. 공주보와는 달리 물 위에 부표처럼 떠있는 하얀 물체가 눈에 띄었다. 볏짚으로 만든 ‘곤포 사일리지’라는 것인데 녹조를 제거하기 위해 물 위에 띄워둔 것이라고 한다. 김씨는 우리가 지금 서있는 이곳은 금강에 사는 물고기를 관찰하는 어도관찰로라며 “기자님 오셨는데 물고기 한 마리는 보고 가셔야 할 텐데”라고 했지만 기자는 결국 마름만 보고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시궁창 100개가 모여있는 듯한 역한 냄새의 실체 

▲ 황산대교 인근 녹조(상), 마름 잎에 묻은 남조류 독성물질 마이크로시스티스 ⓒ투데이신문

김씨는 녹조를 보여주겠다며 논산시 강경읍과 부여군 세도면을 연결하는 황산대교 인근에 차를 세웠다. 김씨를 따라 내려간 기자는 강을 마주하자마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말로만 듣던 녹조라떼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기 때문. 하지만 김씨는 이건 녹조 축에도 끼지 못한다고 했다. 심각할 때는 물에 시멘트 가루를 풀어놓은 것 마냥 걸쭉하단다.

▲ 김종술씨가 촬영한 녹조 <사진 제공 = 김종술씨>

김씨는 하얗게 얼룩진 마름 잎을 하나 뜯어 보이며 녹조에 들어있는 남조류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티스’라고 설명했다. 마이크로시스티스는 녹조에서 발견된 물질 중 가장 강한 독소로, 간에 치명적이며 열을 가해 조리해도 쉽게 파괴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 컵에 담은 녹조. 이른바 ‘녹조라떼’ ⓒ투데이신문

현재 금강은 충남 서북부 주민 일부가 식수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마이크로시스티스로부터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환경부에서는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을뿐더러 고도정수처리를 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 (왼쪽부터) 며칠 전 녹조와 1년 전 녹조 ⓒ투데이신문

김씨가 1년 전과 며칠 전에 병에 담아둔 녹조를 보여줬다. 그는 냄새가 궁금하다는 기자에게 맡아봐도 되지만 후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뚜껑을 여는 순간 김씨의 말대로 기자는 거듭 후회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역한 냄새였다. 굳이 표현하자면 며칠 전 담아둔 녹조에서는 마치 단 한 번도 청소하지 않은 소 외양간에서 나는 냄새 같다면 1년 전 담아둔 녹조에서는 정화조 몇백개를 모아둔 냄새가 났다. 뚜껑을 닫고도 한참 동안이나 냄새가 코끝에서 맴돌아 고생을 해야만 했다. 김씨는 곧 강에서도 이런 냄새가 나게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아마 금강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때아닌 피난을 가야 하지 않을까.

무관심 속에 버려진 ‘수변공원’

▲ 세도지구 인근 공원의 망가진 벤치 ⓒ투데이신문

금강 일대에는 생태하천조성사업의 일환으로 하천변에 수변공원이 크게 조성돼있다. 공주보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으로 세도지구에 들렀다. 금강 일대에는 생태하천조성사업의 일환으로 하천변에 수변공원이 크게 조성돼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부여군 세도면 사산리 인근의 세도지구다. 이곳은 원래 토마토나 수박, 땅콩 등 특수 작물 생산지로 전국적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4대강 사업 이후 농지로 사용하던 토지 일부를 수변공원을 조성한 것이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예쁜 꽃과 나무도 심고 산책로, 운동시설 등을 잘 꾸며놨지만 관광객은커녕 동네 사람들도 잘 찾지 않는 탓에 지금은 풀만 무성히 자라있는 상태다. 심지어 차량 출입까지 통제하고 있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벤치는 다 썩어 문드러져 손을 댈 때마다 부서지기 일쑤고 관상용으로 심어 놓은 조경수들은 자생식물들에 가려지거나 죽어서 자취를 감췄다. 김씨는 공원 관리를 하자니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고, 내버려 두자니 범죄 등 이차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있어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 공주시 고마나루 명승지 <사진 제공 = 김종술씨>

김씨는 일부 수문을 개방하는 등 지금의 방법으로는 4대강의 예전 모습을 되찾는 것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조건 적으로 보를 없애자는 것은 아니다. 만들어진 보는 다리 등 활용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되 수질개선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전체 보의 수문을 개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전에 김씨가 기자에게 했던 ‘강은 100m 미인’이라는 말이 그제야 이해가 됐다. 멀리서 바라본 금강은 그저 아름답기만 했다면 가까이서 지켜본 금강은 생명력을 잃고 죽어가는 시한부나 다름없었다.

강은 죄가 없다. 모두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된 참사다. 하지만 우리는 또다시 강 스스로 이전 모습을 되찾기를 바라고 있다. 도움은커녕 자신들의 잘못이 탄로 날까 무서워 해결책이 들어있는 진실을 꼭꼭 숨기면서 말이다.

누군가는 금강에서 느껴지는 고요함을 ‘평화’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금강의 민낯을 봐버린 기자는 깨달았다. 그것이 폭풍전야 속 고요함임을. 강이 우리를 위해 보내는 마지막 경고의 메시지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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