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뉴시스

친홍-친박, 끝나지 않는 갈등
“요직 인선 과정에 협의 없어”

혁신위원장에 뉴라이트 계열 류석춘
“극우? 무지의 소치”...힘 실어주는 洪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지난 7월 3일 당의 구원투수로 홍준표 대표를 택한 자유한국당이 잇따른 내홍을 겪고 있다.

홍 대표가 당내 주요 요직에 바른정당 탈당파 등 이른바 친홍계 인사들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고성이 오가는 등 친박계 의원들의 거센 반발을 맞고 있다.

더불어 홍 대표가 내세운 조직혁신·정책혁신·인적혁신 등 3대 혁신을 이끌 당 혁신위원장에 극우 성향의 연세대 류석춘 사회학과 교수를 임명하며 또다시 당내외 반발에 직면했다.

이 같은 잡음에도 불구하고 홍 대표는 혁신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자유한국당의 혁신이 어떤 방향을 향할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친홍의 대두와 반발하는 친박

홍준표 대표는 지난 4일 지명직 최고위원에 자신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PK(부산·경남) 출신 이종혁 전 의원을 임명했다.

이어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염동열 의원을, 사무총장에는 홍문표 의원을,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에 동서대 김대식 교수를 임명하는 등 친홍계 인사를 전면에 배치했다.

이처럼 자유한국당이 홍준표 체제로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친박계는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하는 등 계파 갈등이 격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친박계 이재만 최고위원은 10일 최고위에서 “인사를 잘못하면 정당의 실패, 지도부의 실패도 예약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실패한 패권정치로 우리 스스로를 무덤 속으로 내던지지 말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후 비공개로 전환된 최고위에서는 이 최고위원의 발언을 두고 일부 친홍계 최고위원들이 불만을 드러내면서 신경전이 이어졌고 고성도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최고위원은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주말에 최고위원 5명과 통화했고 제 의견에 동의해서 대표로 발언한 것”이라며 “인선 과정에 전혀 협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 자유한국당 류석춘 혁신위원장 ⓒ뉴시스

혁신 칼자루 쥔 류석춘

홍 대표는 당내 요직 인사에 이어 이달 10일 당 혁신위원장으로 연세대 류석춘 사회학과 교수를 임명했다. 류 위원장은 뉴라이트계 학자로 알려져 있으며 주요 현안에 극우적인 발언을 해와 논란이 된 바 있다.

류 위원장은 임명 다음날인 11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그동안 한국당이 이념적 가치에서 너무나 좌클릭된 사람들이 많았다”며 “그런 정책을 이제 다 재검토해서 버릴 건 버리고 지킬 건 지키고 그렇게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실패했다는 것에는 동의한다”며 “그렇지만 그 과정에 박 전 대통령의 잘못만 있느냐, 박 전 대통령이 실제 저지른 잘못보다 너무 과한 정치적 보복을 당한 것 아니냐는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이 당이 ‘박근혜당’으로서 박 전 대통령이 갖고 있는 영향력이 1%, 털끝만큼이라도 영향을 미치고 있느냐”며 “사실 이미 탈 박근혜 돼 있다”고 강변했다.

아울러 “국정농단이라 주장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언론이 다 받아주고 있는데 우리나라 언론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갖고 있는 걸 반영하는 단어 선택”이라며 “농단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류 위원장의 발언과 함께 그의 과거 발언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

류 위원장은 지난해 4.13 총선 참패 직후 바른사회 시민회의가 주최한 ‘철학 없는 국회의원-법안 발의 실태를 통해 본 국회의원의 이념 실상’ 정책 토론회에서 당시 새누리당의 문제 의원으로 총 59명을 꼽았다.

이 중 20대 국회에 당선된 사람은 총 26명으로, 김성태, 김태흠, 나경원, 이완영, 이우현, 서청원, 정우택, 한선교 의원 등이 해당 명단에 포함됐다.

류 위원장은 이들에 대해 “새누리당을 이념의 무정부주의, 이념적 백치로 몰아간 주범이자 공모자들”이라며 “새누리당이 가장 시급하게 완수해야 할 과제는 어설픈 중도실용이나 이념적 좌클릭이 아니라 보수정당으로서 본연의 이념적 정체성을 확고히 바로 세우는 일”이라고 강조해 해당 명단이 사실상 살생부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이 지난 5월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홀로 앉아있다. ⓒ뉴시스

洪 혁신에 이어지는 당내 반발

류석춘 혁신위원장이 임명된 후 자유한국당 내 반발의 목소리가 하나둘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13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바른정당에서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한 결정에 대해 “정치인생뿐만 아니라 제 삶 전체에서 가장 잘못된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약 보수대통합이나 보수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면 우리 지역 주민들에게 피해가지 않는 방향에서 정치적 결단을 할 것”이라며 “내 결정이 그야말로 참혹한 결정이었다는 결심이 드는 순간, 시기에 관계없이 정치적 결단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SNS를 통해 장 의원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던 홍 대표는 해당 글에 “극우란 개념을 한 번 찾아보시고 비판하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이에 장 의원은 “대표님, 당이 이렇게 가면 안 됩니다”라며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유연하고 즐겁고 재미있는 누구나 가입하고 싶은 대중보수정당을 지향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유신독재를 미화하고 무력통일도 불사해야 한다는 인식이 극우가 아닌가”라며 “국민 80%가 지지했고 대한민국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결정하고 국회의원 재적 3분의 2가 찬성한 탄핵을 정치보복이며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혁신인가”라고 비판했다.

친홍계에서도 류 위원장의 발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자유한국당 홍문표 사무총장은 14일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윤준호입니다>에서 “지금 개혁을 하자고 하는 우리 한국당이 가야 할 목표에 자기 개인적 의견이 표출됐다면 그건 바로잡아야 된다고 본다”며 “한 번쯤은 진솔한 해명성 있는 얘기가 나와주는 게 옳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살생부 논란에 대해서는 “(류 위원장이) 국회 사정을 잘 모르는 것 같다”며 “농업과 국방 문제는 여야의 첨예한 대결이 그리 많지 않아 야당에서 여당에 법안을 함께 발의하자고 해서 사인을 해줬다. 그걸 소신 없다고 표현한 것은 국회를 전혀 모르는 발상 중 하나인 것 같다”고 일축했다.

류석춘 극우 논란에 洪 “무지의 소치”

이 같은 류 위원장에 대한 당내 반발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홍준표 대표는 류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홍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류 위원장 극우 논란에 대해 “극우란 전체주의, 순혈 민족주의, 극단적 국가주의, 비타협 애국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폭력도 불사하는 입장을 뜻하는 용어”라며 “최근 일부 정치인들이 무지의 소치로 우리 당 혁신위 인사를 극우로 폄하하는 것은 참으로 유감스런 일”이라고 당내 반발에 제동을 걸었다.

또 친홍계로 분류되는 이철우 최고위원 역시 16일 MBC <이슈를 말한다>에 출연해 “우리 당은 류 위원장과 혁신위원들에게 백지상태에서 그림 그려달란 것”이라며 “우리는 실패한 정당인데 우리 뜻대로 (혁신 방안을) 만들어달라는 주문생산이 아니다”고 류 위원장을 옹호했다.

이어 “과거에도 혁신한다고 해놓고 외부인사와 내부 국회의원이 같이 하니까 내부 국회의원에 휘둘려서 혁신이 전혀 안 됐다”며 “이번에 류 위원장을 모시고 이 분이 원하는 사람들이 와서 외부의 눈으로 국민의 눈높이로 혁신하자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서양호 소장은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우선 선보후중(선보수 후중도) 전략으로 먼저 강경보수를 결집시키고 중도보수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합류시키는 2단계 전략을 취한 것 같다”며 “혁신위원들의 면면을 보면 탄핵 반대, 강경보수 일변도인데 헌법의 결정 정신도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이 혁신을 얘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서 소장은 “강경하게 탄핵에 반대하는 세력을 우선 결집시켜 당내에서 친박이나 반홍, 비홍 세력들이 정체성을 무기로 홍 대표에 대해 정치적 공세를 펼치는 것을 차단하고 자유한국당의 정체성은 강경보수라는 걸 천명하기 위한 강경보수결집전략”이라면서 “또 보수라는 깃발 아래 친박, 비박 관련 없이 다 모여 당내에 친홍계를 새로 만들어 결과적으로 홍 대표의 당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친홍계 만들기’ 전략 등 두 가지 전략을 갖고 혁신하는 거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잇따른 논란에 홍 대표는 적극 진화에 나서며 혁신위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당내 주요 요직에 친홍계 인사를 배치하면서 빚어진 친박계와의 갈등, 이어 류석춘 혁신위원장 임명 이후 당내 비판 여론 등에 홍 대표의 혁신이 벼랑 끝 자유한국당을 되살려날 개혁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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