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100 + 새로운 대한민국’ 국정과제 보고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정운영 100대 과제 소요 재원 178조
재원마련책 부실 지적...증세 논의 모락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문재인 정부 5년간의 국정운영 밑그림이 지난 7월 19일 공개되면서 증세 없는 복지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100대 국정과제를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조달 계획이 부실하는 지적이다.

이를 두고 야당과 시민단체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여당에서도 증세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다시금 증세 없는 복지 논란이 일고 있다.

베일 벗은 100대 국정과제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정과제 보고대회’에 참석해 국정기획자문위로부터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보고 받았다.

이날 공개된 국정운영 100대 과제는 크게 △국민이 주인인 정부(4개 전략·15개 과제·71개 실천과제) △더불어 잘 사는 경제(5개 전략·26개 과제·129개 실천과제)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5개 전략·32개 과제·163개 실천과제)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3개 전략·11개 과제·53개 실천과제)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3개 전략·16개 과제·71개 실천과제)를 목표로, 총 20개 전략과 100개 과제, 487개 실천과제로 구성됐다.

또한 100대 국정과제와는 별도로 새정부의 국정비전을 선명하게 부각할 수 있는 4대 복합·혁신과제로 △불평등 완화와 소득 주도 성장을 위한 일자리 경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혁신 창업국가 △교육·노동·복지체계 혁신으로 인구절벽 해소 △국가의 고른 발전을 위한 자치분권과 균형발전 등도 제시됐다.

국정자문위는 100대 국정과제를 이행하기 위해 총 178조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비용은 국세 및 세외수입 확충으로 82조6000억원을 확보하고, 세출절감으로 95조4000억원을 마련해 충당한다는 방침이다.

野, 문제는 재원

야당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100대 과제 재원 마련책에 대해 쓴소리에 나섰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처럼 오로지 쓰고 보자는 정부의 행태로 볼 때 어떻게 돈을 마련할지에 대한 구체적 대안 제시가 없다”며 “민생 무대책 증세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 정부의 100대 과제 추진에 178조원 예산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이 178조원이라는 것은 지금처럼 세수가 잘 걷힌다는 전제하에서 짠 것”이라면서 “거꾸로 말하면 재원에 대해선 무대책 발표가 아닌가 걱정을 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추혜선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실현,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노동부의 불법적인 행정지침의 폐기, 탈핵 등 적폐 청산을 위한 주요 개혁과제가 포함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정부가 내놓은 복지 예산은 과소 추계됐으며 증세 없는 재정개혁으로는 재원도 온전하게 조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 19일 오후 ‘100 + 새로운 대한민국’ 국정과제 보고대회가 열린 청와대 영빈관에서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이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시민단체도 재원마련책 우려

시민단체들 역시 100대 과제와 관련해 재원 마련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국정과제에 대한 논평에서 “우선순위가 모호하고 대부분 이해 당사자 사이에 조정과 합의가 필요한 것들”이라며 “무엇보다 향후 5년간 178조원에 이르는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대책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도 논평을 통해 “정부가 밝힌 재정 확충방안은 소극적이라 평가할 만하다”며 “법인세,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종합부동산세 정상화와 같은 적극적인 증세 방안은 내놓지 않고 비과세 감면정비, 탈루소득 과세 강화와 같은 소극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으며 복지지출 누수 방지와 재량지출 절감을 통해 연 12조원에 달하는 세출 절감이 가능하다는 계획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GDP 대비 복지지출이 OECD 꼴찌 수준인 상황에서 과도한 재정효율화만 강조할 경우 복지의 사각지대를 키울 우려가 있다”며 “이를 통해 달성하겠다는 세출절감 목표액도 지나치게 과도한 수준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증세 목소리 내는 與

100대 국정과제 재원 마련책에 대한 우려는 정부와 여당에서도 감지됐다.

이달 20일 오전에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은 “어제 정부의 5개년 계획 100대 과제를 보니 재정당국에서 내놓은 재원 조달 방안은 조금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며 “대통령 후보 시절 소득세 최고 구간을 조정하고 법인세율을 좀 더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하겠다고 했는데 (증세 의지가) 너무 약해진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도 같은날 오후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소득 2000억원이 넘는 초대기업의 과표를 신설해 25%로 적용하고 5억원 초과 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현행 40%에서 42%로 인상하는 등 법인세 및 소득세 과세구간 신설을 제안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일부 국무위원들도 이에 대해 공감을 표시했다”며 “청와대는 당이 세제개편 방안을 건의해옴에 따라 민주당과 정부와 함께 관련 내용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를 두고 당·정·청이 증세와 관련해 역할 분담에 전략적 합의가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과거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주도로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강화를 제시했다가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경험을 교훈 삼은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문재인 정부의 5년간의 국정운영이 담긴 100대 과제 발표와 함께 일고 있는 증세 없는 복지 논란이 결국 증세로 이어질 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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