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

▲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 ⓒ투데이신문

바른정당 구원투수 나선 이혜훈 대표
“국회 하한기 두 달에 당 명운 걸 것”

최후의 보루라던 증세 꺼내든 文, 사과해야
‘핀셋증세’ 대신 전면적 세제개편안 내놔야

자유한국당은 난파선...생명선으로 바꿔타야
낡은 보수 버리자 수도권 2030세대 찾아와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제19대 대선을 앞둔 지난 5월 2일 바른정당 소속 의원 13명이 탈당을 선언했다. 바른정당은 순식간에 원내교섭단체 구성 기준인 20석에 턱걸이하는 위기에 내몰렸다.

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리더십으로 바른정당은 이혜훈 대표를 택했다. 자유한국당과의 보수적통경쟁, 지지율 반등, 보수 재건 등 숙제를 가득 안은 채 당 대표직에 오른 이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연일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투데이신문>은 지난 24일 당 대표 취임 한 달여를 맞은 이 대표를 만나 그 소회와 향후 바른정당의 방향, 당면 현안에 대해 물었다.

▲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가 지난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바른정당 민생특별위원회 20’ 출범 및 발대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TK 정서 많이 달라져...무게추 변했다”

Q. 바른정당 당 대표로 선출된 지 한 달여가 지나간다. 지난 한 달여는 어땠나.

어떻게 지내왔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숨 가쁘게 달려온 거 같다. 보람과 성과도 있었지만 또 아쉬운 면도 있다. 지지율이 조금이라도 오른 것도 있고 많은 분들이 기대해주시고 격려해주시는 게 보람이다. 아쉬운 건 생각만큼, 원하는 만큼은 아직 아닌 게 조금 아쉽다.

Q.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아직 한 자리대다.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은.

저희가 열심히 하는 게 국민들한테 알려져야 민심의 변화가 있지 않겠나. 우리가 열심히 하는데 국민들의 변화가 왜 기대만큼 오지 않을까 생각해보니 결국 국민들에게 알리는 창구가 언론인데 저희 활동을 많이 보도 못 해주시는 것 같다. 그동안 국회가 열려있어 국회 중심으로 모든 정치보도가 나갔다. 그러다 보니 거대정당을 중심으로 보도가 주로 나가게 돼 저희가 아무래도 불리했던 거 같다. 그래서 저희는 틈새 전략으로, 국회가 안 열리는 하한기 동안에는 국회 중심의 보도가 아니라 움직이는 정당을 많이 보도해줄 것이라는 믿음 하에 휴가도 없이 하루도 쉬지 않고 하한기 두 달에 명운을 걸자고 하고 있다.

Q. 지난 19일 TK(대구·경북) 지역을 찾았다. 아직 배신자 프레임이 걷히지 않은 장면도 보였는데.

전체민심이 아니라 10명 남짓한 일부 단체다. 그분들이 여기저기 따라다닌다. 그 10여명이 몇백만 TK 정서를 대변하는 것도 아니고, 자발적으로 나오는지도 불분명하다. 실제로는 많이 달라졌다는 걸 피부로 많이 느꼈다. 지난 대선 때 갔을 때는 ‘합해야지 왜 쪼개졌냐’, ‘빨리 합쳐라’, ‘빨리 돌아가라’ 이렇게 말씀들 많이 하셨다. 근데 지금 가보니 ‘합쳐져야 산다’는 말씀을 여전히 하시는 분들이 있긴 했지만 숫자는 조금 줄었고, 이분들조차도 ‘빨리 끌어안아라’ 라고 얘기하신다. 무게추도 많이 변한 것 같다.

▲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 ⓒ투데이신문

정계개편론, “합칠 이유 없어”

Q. 자유한국당은 류석춘 혁신위원장을 임명하고 혁신위 인사를 마쳤다. 어떻게 평가하나.

혁신이 아니라 반동이다. 혁신은 시대의 흐름에 맞춰 조직이나 그룹을 변화시키는 건데, 지금 보면 시대 흐름에 역행해서 가겠다는 것이니까 반동이다. 그분들은 지금 자기의 정체성, 혁신의 방향은 태극기 집회의 태극기라고 규정하지 않았나. 그 태극기가 대한민국의 나아가는 방향이라는데 동의하는 국민은 거의 없을 거다. 태극기는 과거 군사독재시절, 권위주의적인 시절의 대한민국에 머물러있는 것이지 않나. 대한민국은 그 시절로부터 민주화에 있어서 얼마나 많은 발전을 해왔나. 그렇게 점점 더 대한민국과 괴리되고 유리돼 결국 소멸의 길을 걷는 세력이다. 그 세력이 자기들의 변화 방향이라면 그건 혁신이 아니라 반동이다.

Q. 최근 장제원 의원이 ‘(바른정당) 탈당 결정이 인생 가장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추후 자유한국당에서 의원들의 이탈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나.

(관련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많이 만난다. 앞서 탈당했던 열세분들 중에 제가 굉장히 가까운 분들이 있다. 지금도 단둘이 밥을 먹거나 차 마시고 전화하는 분들이 몇 분 계시는데 그분들이 하소연도 많이 하시고 굉장히 속상한 것을 털어놓으신다. 그래서 탈당을 염두하고 있는 분들이 많이 있는 걸 안다. ‘그때 내가 뭐가 씌웠나 봐’, ‘정말 내 발등을 찍고 싶어’라고 하는 분들이 있다.

Q. 이들의 합류는 고려하고 있나.

그렇다. 침몰하는 난파선에 계속 있으면 같이 공멸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빨리 난파선에서 뛰쳐나오셔야 되고 바른정당이라는 거대한 생명선에 빨리 타셔야 한다.

Q. 내년 지방선거를 전후로 정계개편론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이나 국민의당과의 연대나 합당이 거론되고 있는데.

없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침몰하는 난파선하고 합칠 이유가 없다. 그 대신 ‘침몰하는 난파선에는 미래가 없다’고 자각하고 바른정당의 가치정치에 공감하며 우리와 같은 길을 가겠다면서 이 생명선에 올라탄 분들을 모시고 가겠다.

▲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 ⓒ투데이신문

일머리’ 불안한 文 정부

Q.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여가 지났다. 문재인 정부 두 달을 평가한다면.

잘한 점과 아쉽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한 점이 공존한다. 소통하려는 자세, 의지는 잘한다고 인정한다. 근데 국정운영이 소통하는 자세와 의지만으로 충분조건은 아니지 않나. 국정운영은 결국 ‘일머리’다. 일머리가 현명하고 노련해야 하는데 미숙하고 서툰 면이 보인다. 과거 노무현 정부가 그랬다.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가 노무현 정부만큼 충만한 정부가 단군 이래 없었다. 그래서 서른 번이 넘는 부동산 정책을 거의 자고 나면 발표할 정도로 부동산 정책에 올인했지만, 일머리를 조금 서툴게 잡아 시장에 역행하는 정책을 쏟아내다 보니까 결과적으로 건국 이래 가장 집값이 많이 뛴 정부지 않나. 일머리를 현명하게 잘 쓰지 않으면 본인들이 목표하는 기대효과와 역행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번에 문재인 정부도 조금 일머리가 불안하고 걱정된다. 의지와 일머리는 다르다. 의지만으로는 안 된다.

Q. 100대 국정과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선거 내내 공약을 실천하는데 178조원만 든다고 말했다. 공무원을 17만4000명 뽑는다고 했고 재원은 24조원이면 된다고 했다. 근데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몇 일 전 발표한 걸 보면 328조원이 든다고 하지 않았나. 이렇게 본인들 공약을 실행하는데 드는 예산이 너무 적게 잡혀있다. 엉터리 계산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솔직하게 얼마 드는지 밝혀야 한다. 감당할 수 없는 공약은 국민들께 양해를 구하고 빨리 포기하는 게 좋다. 선거 내내 ‘증세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얘기하며 세금을 더 안 걷고도 된다고 했다. 근데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고 하루 만에 갑자기 증세로 돌아섰다. 증세는 최후의 보루라고 하더니 정부 출범하자마자 증세카드부터 꺼내 든 것에 대해 국민들께 사과해야 한다. 그걸 본인들이 하기 싫으니까 건의하는 형식으로 거의 짜고 하는 거처럼 했지 않나.

Q. 이와 관련해 부자증세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데.

핀셋으로 딱 집듯 5억원이 넘는 초고소득자, 2000억원이 넘는 재벌기업, 이 딱 두 그룹만 대상으로 증세하면 모든 게 해결될 것처럼 얘기하고 있다. 근데 이 두 그룹에 대한 핀셋증세는 연 3.8조원, 4년간 16조원도 안 된다. 자기들이 얘기하는 178조원에 10분의 1도 안 된다. 이 돈만 거두면 나머지가 다 해결되나? 또 국민들한테 솔직하게 얘기 안 하는 거지 않나. 자기들이 얘기하는 178조원도 사실 엉터리 숫자지만, 그래도 최소한 178조원은 어디서 구해와야 될 것 아닌가. 이걸 어떻게 구해올지 전면적인 세제개편안을 국민 앞에 얘기하고 양해를 구해야 우리가 논의에 참여할 수 있다.

Q. 북한이 ICBM 발사에 성공하면서 한반도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은 어떻게 보고 있나.

굉장히 불안하다는 생각이 많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 대화를 끌어내기 위해 당근을 많이 줬는데 오히려 그 당근이 핵 개발로 돌아왔다고 볼 수도 있는 측면이 있다. 이처럼 북한이라는 비정상적인 상대를 다루기에는 효과적인 방법이 아닌 걸 우리가 확인했는데 다시 또 대화에 무게를 두는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 안보인식이 조금 걱정된다. 그때만 하더라도 2000년 6·15 공동선언, 2007년 10·4선언 등이 있었지만 그때와 지금의 북한은 또 다르다. 지금 북한은 거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완성단계에 이르러 소형화, 경량화된 핵탄두로 미국 본토까지 위협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지금까지 북한을 보면 핵에 관해서는 우리를 배제하고 북미 간 대화로 직거래하겠다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대화를 얘기해봐야 눈도 깜짝 안 하는 사람들이지 않나.

Q. 그렇다면 어떤 대북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결국 우리가 원하는 비핵화를 이뤄낼 수 있는 실효적인 수단은 대북 압박과 제재밖에 없다. 미국을 동원해서 중국에 압박을 가하고,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는 식의 우회적인 방법이 가장 현실성 있다. 지금까지 미국 대통령들은 공화당 정권, 민주당 정권 모두 하나같이 북한이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부시 정권은 이라크나 중동문제가 최우선이었고, 오바마 정권은 대화가 우선이었기 때문에 압박과 제재에 소홀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CIA 국장의 말처럼 매일 북한 문제를 물어보는 등 북한 문제를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다고 하지 않나. 심지어 중국이 가장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대만 문제를 건드리면서까지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어 미국 주도의 국제사회 공조를 이끌어내 대북 압박과 제재를 실현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근데 이 찬스를 대한민국이 김을 빼버리는 기가 막힌 상황을 우리 대통령이 만드는 것 같다.

▲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가 지난 22일 오후 경기도 수원 영통의 한 카페에서 열린 ‘바른정당 주인찾기 입당설명회 경기도편’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보수, 건강하게 복원해야 국가도 건강

Q. 바른정당 당원 분포에서 수도권 20~30대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보수 정당과는 다른 행보인데 어떻게 해석하고 있나.

너무 감사하다. 그동안 영남 6070세대가 보수의 주력이다 보니 저희가 젊은 층과 수도권에 다가가기 위해 여러 일들을 했지만, 결국 당이 낡은 보수였기 때문에 수도권 2030세대의 마음을 얻을 수 없었다. 아무리 다가가려 해도 손에 잡히지 않는 신기루 같은 존재였다. 근데 저희가 낡은 보수를 벗어버리고 나와 개혁보수, 새로운 보수, 바른 보수를 하니까 수도권 2030세대가 저희에게 문을 열고 다가오셨다. 그렇게 저희의 주인이 돼 주셨기 때문에 너무 귀하고 감사하다. 이 수도권 2030세대를 중심으로 점점 외연을 확장해 나가겠다. 사실 지금 가짜뉴스에 속고 계신 피해자들이 영남 6070세대이지 않나. 이 피해자들마저도 저희가 품어 안고, 그분들이 속은 것을 자성하시고 정확하게 사실을 인식하실 수 있도록 저희가 끊임없이 찾아뵙고 말씀드리려 한다.

Q. 보수대수혈도 얘기했다. 2030세대를 대변할 인물도 영입하고 있나.

지금 진행이 되고 있는 것도 있는데 인사라는 게 99% 진행됐을 때는 공개할 수 없다. 꼭 보면 99%일 때 얘기했다가 사달이 나기도 하고 하니까 항상 인사는 100% 확정됐을 때 발표하는 게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동시다발로 얘기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곧 발표하겠다.

Q. 당 대표로서 목표는 무엇인가.

대한민국이 건강하고 균형되게 날아오르려면 건강한 보수와 건강한 진보라는 두 날개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보수 대통령의 실패로 그 한 축이 무너져버렸다. 이 날개를 복원해야만 대한민국이 건강해진다. 그래야 보수의 무대도 있고 집권도 가능해지지 않겠나. 대통령 탄핵을 불러온 저 낡은 보수로는 보수도 살아갈 수 없고 대한민국도 건강해질 수 없다. 보수를 건강하게 복원하는 것이 우리의 역사적 소명이라고 믿고 당 대표로서 이 역사적 소명을 이뤄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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